'느끼는 것(Feeling)' VS '생각하는 것(Thinking)'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부자(아버지와 아들)가 살았다.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외출하시는 아버지 신발을 따뜻하게 품에 안을 정도로 부자 사이가 좋았다. 아버지는 항상 아들이 효심깊다고 칭찬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이들 부자는 어떠한 일로 사이가 틀어졌다. 하지만 아들은 옛날부터 해왔던대로 아버지 신발을 따뜻하게 데우려고 가슴에 품었다. 이 모습을 본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왜 이제 내 신발도 훔쳐가려고?'
아들이 아버지의 '신발을 품는 행위'는, 과거나 지금이나 같은 행동이다. 변한 것은 '아들에 대한 감정'일 뿐이다. 상황과 조건이 모두 완벽하게 똑같더라도 '감정'이 달라지면 인간은 180도 다르게 해석한다.
위의 이야기를 통해 추측하자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제품들이 왜 '감성적'인 제품에 밀려 사라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 고객 '감정'을 잘 이해하고, 씽킹보다 필링을 강조한 곳이 '교보문고'이다. 교보문고는 마치 도서관처럼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있다. 고객이 쪼그리고 앉거나 서서 책을 보지 말고, 편안하게 앉아서 독서하도록 배려해 준 것이다. 그런데 교보문고는 책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도서관'이 아니다. 모두 책을 보고 사지 않으면 기업존재가 희미해진다. 그런데 왜 도서관처럼 인테리어를 구현했을까?
교보문고가 고객을 위해서 배려한 책상과 의자는 '고객 감정'을 좋게 만들었다.
교보문고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된 사람들은 친근한 느낌으로 교보문고를 떠올린다. 그리고 책을 사야 한다면, 당연히 교보문고에 간다. 이는 강사가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는 식의 친밀감과 비슷한데, 이렇게 생성된 감정은 교보문고가 시행하는 광고나 마케팅에 대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린다. 마케팅에 대한 큰 비용없이 단순히 책상과 의자를 놓는 것만으로 최고의 효과를 낸 것이다. 교보문고가 전달하는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다. 고객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진심'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광고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고객 감정'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고객은 광고에 대해 반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심리적 반발이론'이라 한다. 기업은 심리적 반발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해야 심리적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제로시대」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줄곧 고객의 마음과 감정에서 상위에 랭크된 제품은,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비율을 철저하게 지켜왔다. 가령, '수학의 정석'이란 만년 베스트셀러는 항상 10%만 변경하고 나머지는 촌스러워도 그대로 간다. (주)농심의 신라면은 강수량과 일조량에 따라 바뀌는 고추의 매운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변하지 않는 레시피'를 고정시킨 후, 불황에 따라 매운맛을 출시한다거나 하는 식의 작은 변화를 추구한다.
고객의 심리적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지금 당장 우리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규칙을 일정하게 지키는 것은 결국 고객에 대한 신뢰다. 고객의 지갑부터 생각하는 마케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고객의 지갑보다 감정을 열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 그러므로 경영진의 진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과의 감정을 어떻게 쌓아야 할까? 감정은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를지라도, 누구나 감정이 쌓여가는 3단계가 있다.
감정변화 첫단계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진화에서 살아남은 원동력이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유전자를 남길 수 있었고, 지금껏 살아남았다. 아름다움을 보면 이성이 마비된다. 스티븐 잡스가 왜 제품 포장지까지 신경을 썼을까? 제품을 접할 때 가장먼저 보게 되는 건 제품일까? 포장일까? 당연히 포장이다.
포장에서부터 남다른 아름다움이 달라야 고객은 자신의 선택이 맞았음을 확신한다. 잡스는 아이폰 포장만으로, 아름다움(1단계)과 긍정적인 기분(2단계) 그리고 차이점(3단계)까지 3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감정변화 2단계 「경험」
두번째 단계는 '경험'이다. 아름다움을 통해 좋은 감정을 들었지만 상대의 무례하고 불쾌한 행동을 본다거나 지적수준이 떨어지는 언변을 들으면 순식간에 호감이 사라진다. 오히려 악감정이 든다. 이 때문에 현대의 경제·경영학에서는 고객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와 관련하여, 경험을 경제에 도입한 "제임스 길모어"는 경제발전 4단계로 「경험경제」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 경제발전 1단계::농업경제
농업경제는 '직접 생산'한다.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엄마는 직접 밀을 제배하고 가루로 만들고,
빵을 해서 엄청난 시간과 공임으로 케이크를 직접 생산한다.
■ 경제발전 2단계::공업 경제
부모들은 시장에 가서 케이크 재료를 구매해서 케이크를 만든다.
■ 경제발전 3단계::서비스 경제
부모들은 빵 가게에 가서 완벽하게 만들어진 케이크를 10달러에 구매한다.
■ 경제발전 4단계::경험 경제
부모들은 100달러를 내고, 키즈 카페나 이벤트업체에 문의해 생일파티를 연다.
경험경제 단계로 진입하면, 케이크는 공짜가 된다.
사람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 타인의 경험을 보고 난 후에 결정한다. 이를 연세대 조광수 교수는 '유저머(user + customer)'라 말한다. 이제 고객들은 가격과 제품의 질 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다. 소비자들은 경험을 먼저 구매한 후에 제품을 구매한다.
과거의 경우, 판매자의 수금이 이뤄지는 순간 '거래'는 끝난다. 경제활동은 철저히 판매자 관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판매자 방식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고객에게 전달했다. 고객입장에서는 수금이 이뤄진 이후부터가 시작이다. 소비자 경험이 부정적이라면, 다음 수금은 없다. 물건이 부족한 시대에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수금이 이뤄졌겠지만, 정보가 오픈된 상태에서는 경험은 그대로 구매동기로 이어진다. 이제 수금하던 시대는 끝났다. CEO는 제품의 메인과 핵심기술에만 관여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건 소비자가 경험하는 디테일에 있다.
신발을 만드는 회사라면, CEO가 직접 자사 신발을 신고 뛰며 험한 길도 가면서 무엇이 불편한지 경험해야 하고, 훨체어를 만드는 회사라면, 휠체어를 타고 버스나 계단을 올라가고 식당이나 여행도 다녀봐야 하고, 노인용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허리에 보형물을 넣고 노인처럼 일상생활을 하면서 경험을 해야 한다. CEO는 마치 인류학자처럼 인간을 관찰해야 한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소비자의 심층심리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왜 인류학자가 술집으로 걸어들어갔는지를 알아야 한다. 피상적인 빅데이터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이 이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들을 끝까지 관찰하고 관심을 가질 때, 긍정적인 정서를 만들 수 있다.
감정변화 3단계 「정(情)」
세번째 단계는 '반추'이다. 이는 황혼에 이른 부부가 신혼시절부터 떠올려보며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한국정서로 말하자면 '정'이다. '정'이 갖는 에너지는 대단하다. 가령, 초코파이보다 맛이나 디자인이 월등한 파이가 많이 출시됐음에도 초코파이는 '정'으로 살아남았다. 초코파이는 단순한 파이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유년시절 추억이 담겨있다. 여기서 '반추'가 갖는 의미를 추측할 수 있다. 반추는 그 사람 혹은 그것과 특별한 활동(기억에 남을만한)을 할 때 떠오르는 감정이다.
감정 3단계설에 의하면, 기업은 디자인으로 '美(미)'를 선사하고, 긍정적 기분(열정,사랑,행복,재미,편안함 등..)이 느껴지는 기능을 추가하며,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와 차별있는 스페셜한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사람이 미래다'
8년간 꾸준히 사람을 강조해온 어느 기업은 정리해고 시 악질적인 방법으로 강제 퇴사를 시켰다. 소비자들은 해당 기업의 슬로건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아해하며 분노했다. 반대로 '골판지 피자'소리를 듣던 도미노 피자는 고객불만사항을 모조리 유투브에 공개했다. 경영진은 고객이 피자를 사고 난 이후에 느끼는 불만 하나하나까지 벽에 적어가며 개선하려 노력했다. 도미노 피자는, 자신의 제품(피자)을 욕하는 소리를 광고로 만드는 용기를 보여줬다. 골판지 피자의 인식이 바뀔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노력했다. 도미노 피자의 용감한 노력은 진정성있게 고객에게 와 닿았다. 그 결과, 도미노 피자는 외산피자 프랜차이즈를 제치고 업계 1위가 되었다.
'진정성'은 타사와 다른 '스페셜한 느낌'을 고객의 마음속에 남긴다.
사람의 이성을 압도하는 감정인 감정 3단계설은 결국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다.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을 아름답게 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담는 것이다. 독특함과 차별성을 굳이 외부의 현란함과 형식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진정성을 담은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릅답고 멋진 프로포즈인 것처럼, 내부의 진정성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스페셜한 차이를 만든다.
경영에 개성을 불어넣어라
경영이란 무엇인가? 단기적, 장기적 수익을 창출하는 의사결정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경영이며, 경영자의 역할이다. 좋은 전략과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세상에 넘쳐난다. 문제는 '의사결정'이다. 좋은 전략과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실전에 도입시킬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성패가 결정난다. 비단, 경영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의 의사결정을 단순화하면 아래 표와 같다.
장기적 | 좋음 | 장기적으로 좋지만 단기적으로 나쁜 의사결정 |
단기적으로 좋고 장기적으로도 좋은 의사결정 |
나쁨 | 단기적 장기적으로 모두 나쁜 의사결정 |
단기적으로 좋지만 장기적으로 나쁜 의사결정 |
|
나쁨 | 좋음 | ||
단기적 |
「개성과 차별화」 246p. 제로시대 참조
위의 표에서 가장 좋은 의사결정은 '파란색 부분', 장(단)기적으로 모두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반대로 '빨간색 부분', 단,장기적으로 모두 좋지 않은 의사결정이다. 하지만 가장 좋거나 나쁜 의사결정은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녹색 부분'이다. 현재를 희생하며 미래를 준비할 것인지, 미래를 희생하며 현재를 살려야 하는지와 관련된 의사결정은 경험과 지혜가 축적되어야 가능하다. 만일 당신이 경영자라면, '장기적으로 좋지만 단기적으로 나쁜 의사결정'을 통해, '단기적으로도 좋고 장기적으로도 좋은 의사결정'에 근접시켜야 한다.
훌륭한 의사결정은 '장기적으로 좋지만 단기적으로 나쁜 의사결정'을 통해, 단기를 버텨나갈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 이익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용기가 있어야 하며, 개성이 필요한 일이다. 이 때문에 '조직문화'가 필요하고,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형성된 '개성'이 있어야 한다.
장기적 이익을 위한 동력 「개성」
개성은 외부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부의 진심을 진정으로 따르는 것이 개성이다. 그래서 개성과 차별화는 다르다. 수많은 혁신론과 차별화된 경영전략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개성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성 | 차별화 |
내부로부터 발현(사고방식과 가치체계) | 외부로부터 발현(시장에서의 포지셔닝) |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 | '경쟁자'와 비교되는 그 무엇 |
일관성 | 시장 환경에 따라 변화 |
「개성과 차별화」 231p. 제로시대
관행을 따를 것인지 자신의 마음을 따를 것인지에 따라 개성이 나타나고 조직문화와 혁신이 달라진다. 하지만 관행을 따르지 않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대부분 앵무새처럼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STP나 SWOT분석을 통해 경쟁자와 차별화하고, 최신 경영전략과 트랜드에 맞춰 린스타트업과 같은 방식을 조직에 도입한다. 이렇게 흉내만 내다보면, 일반적인 통계치를 벗어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3년 이내 90% 사업체가 위기를 맞이한다.
경영을 예술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업가와 예술가는 비슷하다. 비즈니스도 예술작품처럼 정답이 없다. 영혼을 담고, 스스로의 마음을 따라서 만든 경영전략 모델과 조직문화가 정답이다.
개성은 확고한 철학에서 나온다. 개성의 출발점은 가치관과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관한 통찰이다. 비즈니스의 최대목적이 '돈'이라면, 모두가 같은 목적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수익창출이 사업의 유일한 이유이자 삶의 목적이라면, 단기적으로 이익내는 활동에 모두 달려들어 결국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이에 관해, 이어령 교수는 '360명의 아이들이 360도로 뛰어가면 모두 360가지 분야에서 1등이 될 수 있다' 고 말한다. 한 각도로 모두 뛰어가면 '한명'만이 1등이 된다. 반면, 360도 각도로 뛰어가려면, 각자 비즈니스의 본질과 삶의 목표를 찾아야 한다.
본질은 '수익을 내고 난 뒤'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있다. 수익을 내는 활동은 목표를 위한 수단과 방법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비즈니스는 삶의 목표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비즈니스를 위해 삶이 존재하면, 삶의 가치는 모두 같아진다. 태어난 이유가 모두 같은 삶이라면, 태어날 필요도 없는 삶이다. 만일 조직문화가 확고하지 못하다면, 확고한 조직문화와 개성을 창출하는 'VRI 프레임워크'를 작성해보자.
Valuable (가치 있는가?) | Rare (회소한가?) | Inimitable (모방 불가능한가?) | 성과에 미치는 영향 |
No | - | - | 경쟁우위 없음 |
Yes | No | - | 경쟁등위 |
Yes | Yes | No | 일시적 경쟁우위 |
Yes | Yes | Yes |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 |
「VRI 프레임 워크」 204p. 제로시대
위의 표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위한 'VRI 프레임워크(유타대학 제이 바니 교수)'이다. 의사결정을 할 때, 습관적으로 VRI 프레임워크의 질문을 떠올리면 '위대한 결정'에 도움이 된다. 가격대비 가치, 감정, 개성으로 세가지 트라이앵글을 만들고, 현재의 상황이 제로경영, 제로시대에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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