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계층의 충돌
자본주의 시대를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상위구조'와 '하위구조'의 '충돌'이다. 사회는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형성하는 하위구조와 '이념'과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상위구조로 형성된다. 하위구조는 주로 경제(먹고 사는 것)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상위구조는 정치와 연결돼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정치로 대변되는 상위구조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반면, 하위구조는 하루에도 몇번씩 오락가락할 수 있다. (주가,유가,물가변동 등..) 마스다 무네아키(CCC 회장)는, 상위구조에 따라서 하위구조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발생한 수많은 충돌과 혁신들은 상위구조가 주도했다. 하위구조는 상위구조에 종속적으로 변화했다. 즉, 소위 엘리트 계층이나 사회 지배층이 정한 규칙과 법칙에 따라 해당 사회의 하위구조는 설계됐다.
IMF 금융위기 전까지, 한국의 70~90년대 경제성장기를 살펴보자. 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에 따라 정부와 재벌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이 주류를 형성했다. 한국의 모든 생산계층들은 상위구조가 제시한 비전에 따라 모든 것을 희생했다. 성장속도가 가파른만큼 계급질서도 빠르게 굳어졌다. 대기업 수출중심 구조의 사회에서는 하위구조(생산계층)에서 발생한 자발적인 변혁이란 없었다. 간혹 노동계층의 반발이 있었지만 상위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미미했다.
자본주의:: 미국의 성장
상위구조가 중심이 된 경제성장구조는 초강대국, 미국도 한국과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일컫는 미국의 경제성장은 보다 확실한 '상위구조'가 '하위구조'를 이끌어가는 형태로 발전했다. 포드자동차를 살펴보자.
헨리포드의 경영이념은 '자동차 대중화'였다. 포드 자동차는 '대중화'라는 상위층 경영 철학(임원진)과 이데올로기를, 'T모델 생산라인'이라는 하위구조가 전달받는 형태로 성장한다. 차량 대중화라는 철학을 설명하는 하위구조 방식이 바로 '대량생산체제' T모델 혁신이었다.
이후 '가정용 컴퓨터의 대중화'를 기업철학으로 제시한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나왔고, 지식정보의 대중화, 개인정보의 대중화를 추구한 구글과 페이스북도 미국에서 등장했다. 온라인, 모바일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 기업과 국가의 철학과 비전이 대중들에게 전달되면, 생산현장과 생산주체들은 그대로 이행하는 방식으로 자본주의는 발전해왔다.
상위구조가 하위구조를 체계적으로 관할하는 이런 형태를, '재무자본'이라 한다. 회계에 기록되고 측정될 수 있는 형태로,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것이 재무자본론이다. 그러나 애플이나 구글의 기업가치가 재무제표와 일치할까? 코카콜라의 브랜드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할리 데이비슨의 철학을, 회계장부 숫자로 정의할 수 있을까? 창의와 혁신이 경영과 본격적으로 결합하는 시대에서, 재무자본 수치는 뭔가 공허함을 안겨준다. 마스다 무네아키(CCC 회장)는, 30년 전부터 재무자본론의 공허함을 직감적으로 느꼈고, '지적자본론'을 경영으로 실천했다.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은 일본 전역 1400여개 서점 멀티플렉스 체인점, '츠타야 서점'을 일궈냈다. '츠타야 서점'의 성공 이면에는, 회계장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성공요인이 숨겨져 있다.
지적자본론의 등장:: 하위구조의 반란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책 1장에 나오는 주제가 다소 도발적이다. 곧이 곧대로 해석해서, '디자인을 배워야겠네'라는 표면적 의미는 아니다. 디자인이 중심으로 등장했다는 말은, 위에서 설명한 '상위,하위구조'. 즉, 사회를 구성하는 상위구조와 하위구조가 평등해졌다는 의미다. 이제는 상위,하위라는 단어를 좌측,우측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다.
디자인은, 상위구조와 하위구조를 연결하는 파이프이자 일종의 '전달 물질'같은 역할을 해왔다. 정치철학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경제 시스템과 구조가 디자인된다. 가령, '배 고픈 상황만 해결해보자'라는 헐벗은 상위구조의 철학이 정해지면, 하위구조인 생산주체와 관계는 '물질 만능주의'로 치닫는다.
'엘리트층'의 생각이 생산구조로 전달되는 가운데에 디자인이 있었다. 또한 디자인의 형태에 따라 해당 국가 모델과 성격 심지어 국민성까지 변한다. 하지만 지식 정보사회가 되자, 디자인은 전달매개체 역할을 뛰어넘었다. 점점 디자인이 메인으로 등장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 기술격차는 빠르게 평등해졌다. 디자인이 메인으로 등장하면서, 하위구조에서 변화가 발생했다. 생산과 영업현장에 있는 말단의 생각이 상위구조로 전달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적자본론 특징:: 초점에 따른 제안의 변화
'제안'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제안의 중요성은 '드릴 회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드릴 회사는 드릴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구멍을 판매한다'
성능이 좋아서 다이아몬드도 뚫을 수 있는 드릴을 개발한 A회사가 있다. 성능으로 따지면 세계 최고의 드릴회사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있어 최고의 드릴은 어떤 개념일까? 만일 작은 액자를 걸 만한 구멍을 찾고 있는 고객들이 있다면, 다이아몬드도 뚫을 드릴이 필요할까? 고객에게는 1000원짜리 스티커 벽걸이 하나면 된다. 고객의 초점은 드릴 '엔진'이 아니라 '구멍'에 있다.
드릴 회사의 수준높은 경영진들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엔진'에 하고 있는 사이, '벽걸이 스티커' 회사가 고객을 늘려나가고 있다. 시대가 변했다. 고객을 마주하고 있는 하위구조가 제안하는 내용이, 디자인에 반영돼야만 한다. '디자인'이 제안하는 게 아니라 제안이 '디자인'을 결정한다.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은 하위구조에서부터 올라오는 제안의 중요성을 일찍 알아봤다. 츠타야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지식과 정보를 제안하는 곳이다. 책 자체는 종이 묶음일 뿐이다. 고객이 책을 사려는 이유는 '제안"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점은 제안을 해야한다. 가령 '역사코너'라고 이름을 규정짓지 않고, '2일 연휴동안 역사에 박식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나요?" 라는 제안을 해야 한다.
책 자체를 단순하게 분류하는 것은 재무자본의 시대의 이야기이다. 지적자본의 시대에는 책 내용을 제안해야만 한다.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은 무려 1980년 초반에 이를 간파했다. 츠타야 서점은, 고객이 받는 '제안'에 따라 서점을 '디자인' 했다. 경영진(상위구조)이 일방적으로 매장영업(하위구조)에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매장의 위치, 환경, 인구구조, 자연, 지역민 성향, 정치, 문화 등... 에 따라서 제안이 달라졌고, 상위구조(경영진)는 오직 '고객 가치 만족'이란 이데올로기와 하위구조에서 관찰한 정보에 맞춰 디자인을 설계했다. 고객제안과 이를 구현하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상,하위구조가 평등해진 회사가 CCC(츠타야 서점 모태)다.
지적자본론 특징:: 작은 덩치로 꿈을 실현시켜라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은 회사를 잘게 잘게 쪼개서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랜드 가치나 데이터 베이스 정보, 뛰어난 인력 등..과 같은 지적자산은, 대차대조표에 실리지 않는다. 그러나 비즈니스의 사활을 판가름하는 지표는, 지적자산이 되고 있다.
회사의 덩치가 커지면, 고객과 사원간의 대면접촉이 멀어지고, 지적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길이도 멀어진다. 즉, 관료제가 발생한다. 하루종일 고객가치에 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 할일만 하고 퇴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주)CCC는 고객가치에 면대면으로 대응하지 못할 만큼 회사규모가 커지면 분사한다.
규모가 작을 때는 작은 지적자본이라도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조금이라도 커지면, 이를 활용하기보다는 데이터로만 쌓아두는데 만족감을 느끼는 현상이 발생한다. 마스다는, 단순히 '분사'하는 수준이 아니라 '창업'하는 수준으로 회사를 쪼개는 데에 핵심이 있다고 말한다.
지적자본론 특징::진정한 자유를 찾아라
일반적으로, '자유'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고, 의무를 지는 행위'라 생각한다. 여기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주목해보자. 눈 앞에 음식이 있으면, 동물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본능적으로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사람은 어떤가?
◎ 화가는 음식을 정물화로 그릴 수 있다.
◎ 건축가는 음식을 보며 새로운 건축기법을 떠올린다.
◎ 화학자는 음식성분 속을 분석한다.
◎ 정치인은 음식을 보며 사회생활보장 시스템을 구상한다.
'하고 싶은 것'을 억제하는 힘'
본능을 초월하여 이성적인 논리와 추론을 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다. 하고싶은 대로 다하는 것은 동물적 자유다.
`본능을 억제하는 힘`
`이성`
`자기통제력`
이것이 바로 인간만이 갖고 있고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진정한 '자유 의지'다. 인간만이 인간일 수 있는 자유는, '하고 싶은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유의지'이며, 마스다는 이를 지적자본론의 철학으로 삼았다.
'자유의지' 덕택에 인간은 동물적 본능에서 탈피했고, 지구에서 유일하게 자유를 가진 존재가 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자유의지를 구사하지 않는다면 인간으로서 존재가치를 상실한다. '꿈'은, 인간이 스스로 자유의지를 구현하는 가장 신성한 '목표'다. 이 때문에 꿈을 실현하는 과정은 힘들다. '이노베이션(혁신)'은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며 자유의지를 동반한다. 혁신을 하려면 매일 자기통제가 이뤄져야 하고, 본능의 강압에서 자유를 찾아야 한다.
마스다는, 자유의지를 갖고 꿈을 실현했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자신의 꿈을 일궈나간 과정자체를 '행운'이라 말한다. 행운은 자유의지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부산물'이었다. -마스다 무네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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