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나가의 정치」
노부나가 : 멍청한 놈, 그것은 정치가 아니야
미츠히데: 예. 그러면 불쌍히 여겨 약간 에누리를 해줄까요?
노부나가: 멍청하긴! 탕감해 주라는 뜻이 아니라 사만 관을 받아 오라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정치라는 것이다. 잘 기억해두거라.
그들은 이만 관이 불만이어서 호를 파고 군사를 양성하고 있어. 이것이 중요한 점이야.
이만 관을 바치는 대신 얼마를 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정도 군비를 갖추고 있는 편이 오히려 나는 공략하기가 쉬워
노부나가는 철저히 '실력'을 권력의 근본으로 삼았다. 실력이 없다면 권력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난세를 종식하는 자는 무사 계층이며, 사회적 안정을 중시하는 자들은 상인이다. 결국, 무사가 없으면 상인도 없다. 이에 따라, 노부나가는 콧대가 센 사카이 상인들을 상대로 무사의 정치를 보여준다.
노부나가: 모처럼 돈을 들여가며 방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면
노부나가도 군사를 잠시 쉬게 하여 충분히 힘을 갖춘 다음에 전력을 다해 분쇄하겠다..
이렇게 말하더라고 전하라. 그들에게 무력으로 인사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언제 공격해오면 좋겠느냐고 말하게.
노부나가는 마치 전쟁에 임하듯 상인의 약점을 찾아냈고, 이에 맞는 독수를 준비했다. 독수는 상대의 민감한 부분(약점)에 닿을수록 더욱 뼈아프다. 사카이 상인들이 원하는 것은 돈의 흐름을 움켜쥐는 것이었으며, 이를 잘 알고 있는 노부나가는 상인들이 가장 난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냈다.
노부나가 : 상인이란 말이다.
일단 돈을 빼앗기면 반드시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빼앗은 사람의 편에 서게 마련이야.
말하자면 그들의 소중한 자본을 투자한 노부나가 정권이 쓰러지면 안 된다고 혈안이 되어 진지하게 나올 것이다
「노부나가의 배포」
노부나가는 자신의 매제가 있는 아사이 가문(나가마사)의 배신으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이한다. 교토에서 이에야스와 암묵적으로 전쟁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던 터라 그 상심도 더욱 컸다. 질풍처럼 달려갔던 노부나가의 운도 결국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큰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귀여운 여동생을 출가시킨 만큼 상대(나가마사)도 이쪽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너무 가볍게 생각한 점이 뼈아픈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절망에 빠져도 절대로 상심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반드시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성향을 타고난 자였다.
나가마사의 배신을 원망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우유부단한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인가.
다스릴 수 없는 그릇이므로 지금 운명이 크게 시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 아사이 비추에게 손가락을 물리다니!
노부나가가 웃기 시작한 후부터 차차 얼굴과 입술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문제란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준비와 대처능력이다. 당황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며 빠른 결단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빠른 결단과 주저하지 않는 행동력」 이 두가지에 있어서 타고난 인물이 노부나가였다. 노부나가는 아사이의 배신을 '자연 그대로의 본능'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한개를 버리고 둘을 얻는' 전략을 선택한다.
노부나가는 재빨리 철수를 결정했고, 전광석화같은 움직임으로 돌아갔다. 단 한 사람의 군사도 다치지 않도록 치밀하게 행동하되, 나머지 운명은 하늘에 맡겼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 전략과 방법을 찾는 자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깔끔하다.
「학문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것」
하하 그대는 또 어째서 학문이라는 이름을 두려워한다는 말이냐.
아무리 훌륭한 학문이라도 그것을 계승하려는 주체는 인간이야.
인간이 썩었기 때문에 학문을 살리지 못하고
도리어 새로운 시대의 새벽을 방해하고 있는 거야.
썩은 것일수록 불에 잘 탄다는 병법의 이치에 따라 대답해주라는 말이다.
7백 년 동안이나 쌓인 에이잔의 악덕을 다스린다!
에이잔을 멸망시키는 것은 바로 에이잔 자신이야!
노부나가는 자신의 목표를 가로막는 것에 대해서는 무자비했다. 상대가 비록 종교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는 에이잔 승려들을 말 그대로 쓸어버렸다. 노부나가의 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7백 년을 이어온 에이잔의 승려와 사찰도 한낱 썩은 것에 불과했다. 어린 아이와 여자들까지 몰살시킨 노부나가의 처사가 결코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썩은 것일 수록 잘 타는 법'이라는 말은 한번 생각해 볼 말이다. 아무리 옳바른 학문도 덜어내고 다시 채우는 것을 반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썩게 된다.
「이에야스의 결단」
이에야스가 어떻게 신켄을 이겼을까. 배짱 하나로 이겼다. 신켄이 물 밀듯이 쳐들어 왔을 때, 이에야스에게 병력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다케다 신켄의 강력함은 미카와 무사들의 자존심과 베짱에 불을 지폈다. 만일, 이에야스가 실리를 선택(다케다 군이 지나가도록 허락)했다면, 잠시나마 모두 무사할 수 있다. 하지만 미카와 가문의 소프트파워(저항정신)는 맥이 끊겨버린다. 비록 살아남더라도 가문의 기풍이 사라져 버린다면 산송장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이에야스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앉아 그대로 다케다 군을 바라보지 않았다. 천하의 무용지물이란 말을 들으며, 웃음거리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깨끗이 사라지는 편을 선택했다.
살아 있는 한, 저 사람이야말로 소신을 관철시키는 무장이다!
저 사람이야말로 사나이 중의 사나이야!라는 말을 듣지 못한다면
어찌 큰일을 이룩할 수 있겠는가. 오다의 장수들, 그렇지 않은가?
두 번 다시 이 성을 보겠다는 생각은 갖지 마라
다케다 군은 한쪽이 무너지면, 즉시 뒤에서 병력이 보충되는 어린진이었다. 어린진은 한정돌파에 특화된 진법이다. 이에야스는 어린진을 상대로 횡렬로 늘어선 학익진을 구사한다. 이는, 상식과 완벽히 정반대였고, 거의 자살행위였다. 다케다 신겐으로서는 이처럼 불손한 상대가 처음이었다. 유일하게 신겐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호적수, '우에스기 겐신'도 이처럼 대담한 도전은 하지 않았다.
이에야스는 '책략만을 앞세우는 모장이 아니다'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이에야스가 두번이나 의리를 다했지만 정작 노부나가는 단 한번도 오지 않았다. 결과가 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카타가하라 전투는 이에야스 인생에서 유일한 패배였으며, 그것도 완벽한 대패였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대패를 통해 다케다 신겐에게 큰 깨달음(흐름을 보는 법)을 배웠다. 정작, 다케다 신겐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간밤에 피리 소리를 듣다 총에 맞아 즉사(피리 소리를 듣다 죽었음)했지만 이에야스는 패배를 통해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흐름이 있다. 싸움이란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흐름에 의해 사라지기도 한다. 싸움에서의 승리란 무엇인가? 전략? 전술이란? 사실, 흐름을 읽지 못하면 어떤 전략과 전술도 의미없다. 흐름을 읽을 수 없다면, 수십명이 수천·수만 명으로 보이는 것이 전쟁이다. 그리고 그 동안 혈기로 버텼던 이에야스는 다케다 신켄과의 결전을 통해 '흐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인문 > 역사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다 노부나가 7편 [야마오카 소하치.2015] - 영웅이 남긴 것 - (0) | 2018.12.20 |
---|---|
「오다 노부나가 6편:: 나가시노 전투」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 이길진 옮김 | 솔 | 2016 (0) | 2018.12.19 |
「오다 노부나가 4편:: 천하인의 발걸음」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 이길진 옮김 | 솔 | 2016 (0) | 2018.12.15 |
「오다 노부나가 3편:: 떠오르는 별」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 이길진 옮김 | 솔 | 2016 (0) | 2018.12.13 |
「오다 노부나가 2편:: 효웅의 죽음」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 이길진 옮김 | 솔 | 2016 (0) | 2018.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