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역사소설

「오다 노부나가 4편:: 천하인의 발걸음」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 이길진 옮김 | 솔 | 2016

by 도양강 2018. 12. 15.

「노부나가의 생각」

 


노부나가: 천하를 넘보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규모의 구상을 미리 가신들에게 이해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노부나가는 흐름을 잡고,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에 있어 전문가였다. 전쟁에 있어 기세와 흐름은 상당히 중요하다. 전장에서는 '사기'처럼 미묘하고 중요한 것도 없다. 전쟁에서의 흐름은  병사들의 사기에 달려있으며, 흐름을 읽고 기세를 타면 될 수 없던 일도 일사천리로 성사된다. 이는 빠른 물살에 바위가 떠내려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노부나가는 큰일에 앞서, 우선 자신의 사기부터 올리는 데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생각의 범위를 일본 전체로 확장했다. 반면, 노부유키 세력은 오다 가문의 맹주가 되는 것에 머물렀다. 리더의 그릇은 비전과 철학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며, 주변 사람을 압도하는 힘은 리더가 갖고 있는 생각의 크기에 달려 있다. 하지만 노부유키는 애당초 생각의 크기부터 노부나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도키치로의 묘수」


고로쿠: 즈이류지 산 뒤로?  그런 곳으로 잠입시킨다고 해도 스노마타의 축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도키치로: 아니 그렇지 않아. 성을 쌓으려면 재목이 필요하니까. 

 

고로쿠: 그렇다고 오와리에서부터 운반하면 당장 적의 눈에 띄지 않겠나. 

 

도키치로: 그러므로 우선 미노에서 재목을 마련하자는 것일세.

워낙 자본이 적으니까... 오와리의 재목을 사용하면 손해가 되거든

 

고로쿠: 뭐.... 뭐라고!  그럼 처음에는 모두 벌목꾼을 동원하자는 말인가?

 

도키치로: 그래. 마침 지금은 홍수로 강물이 불어날 때일세. 
그러므로 재목을 모두 뗏목으로 만들어 5천 명을 태우고 스노마타로,,,  
그러면 재목과 군사가 한꺼번에 도착하게 될 것 아닌가

 

고로쿠: 그렇게 해도 적이 발견할 텐데?

 

도키치로: 발견해도 대수로울 것은 없어. 
적은 물이 불어났으므로 건너오지 못하리라 믿고 틀림없이 방심할 거야. 

더구나 도처에 물이 차서 용병이 뜻대로 되지 않을 터이므로, 
적은 지난번의 경우를 생각하고 닷새나 열흘쯤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완성되거든 습격하자고 일부러 공격을 연기할지도 몰라

그런데 이쪽에서는 하룻밤 동안에 완전히 성을 쌓는 거야. 
3천이나 5천의 군사가 열흘이나 흐무 날이 걸려도 함락시킬 수 없는 성을.. 

성만 쌓게 되면 그때부터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적들이 모르는 전법으로 신출귀몰하는 일은 자네의 특기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기쁘다네. 고로쿠! 이미 성은 완성된 거나 다름없어


 

도키치로는 '묘수의 달인'이었다. "홍수에 몸을 사리는 기간을 잡아서 평소보다 더 빠르고 부지런히 움직인다"와 같은 그의 대담한 전략은 아무나 구사할 수 없으며,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목숨을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키치로는 그 누구보다 목숨을 거는 묘수(상대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에 탁월했다. 덕분에 도키치로의 생각은 항상 상대의 예상 가능범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사람의 일생에는 반드시 운명을 걸고 도전할 만한 좋은 기회가 몇번쯤 찾아온다. 어떤 사람은 여기에 목숨을 걸고 도전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기회를 그대로 흘러보낸다. 도키치로의 경우는 그 이상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좋은 기회를 오와리와 미노 일대의 노부시들과 나눴다. 사납게 소용돌이치는 홍수에 뗏목을 띄우며 도키치로가 소리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귀신도 무서워 멀리 도망칠 정도로 강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도키치로: 출발이다! 평생을 산적으로 숨어 살 테냐, 
자자손손 햇빛을 보고 살게 할 테냐! 

 

기회를 놓치고 나중에 후회하지 마라.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다. 

 

망설이지 마라! 

 

이기느냐 지느냐는 이 일에 달려 있다. 
운과 뱃심을 시험하는 기회를 놓치지 마라!


비는 사흘동안 계속 내렸고, 스노마타 주변은 안개로 자욱했다. 이나바야마 성의 재목 담당관은 빗발이 가늘어진 사흘 후에야 도키치로가 구사한 작전의 낌새를 알아챘다. 도키치로는 나무로 된 성을 이나바야마 성의 강 건너에 쌓았다. 그것도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홍수에 벌목을 하고, 뗏목을 움직여 성을 축조한 것이다. 말 그대로 상식을 산산조각낸 전술이었다.

 

도키치로가 상상을 초월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실용성만 강조하는 그 특유의 목표 지향적인 성향에 기인했다. 목표에만 집중하면 방법은 여러가지가 나타난다. 만일, 목숨을 걸어야하는 무인지경이라면, 더욱 생각할 수도 없는 방법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위의 사례에서 도키치로가 처했던 가장 큰 난관은 '적에게 발견되지 않고 강을 건너는 일'이었고, 최종 목표는 상대를 몰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키치로는 상대를 몰아내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므로 홍수에 불어난 강을 건너는 일은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이었다. 만일 재목을 실은 뗏목만 무사히 강을 건넌다면, 작전은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도키치로는 한 달만에 어엿한 다이묘가 되었다.

 


도키치로 : 그래. 이렇게 쉽게 다이묘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군사 양반! 역시 일단 저지르고 볼 일이야


 

도키치로는 항상 남들보다 앞서 나갔다. 나무로 축조한 성 안에서 물기가 채 마르기도 전에 도키치로와 고로쿠는 미노를 어떻게 다스려 나갈지를 벌써 상의하고 있었으며, 이후 헤이시로가 강을 건너오는 시기를 미리 예측하여 정보를 입수한 즉시 강을 건너가 배를 모두 불살라 버렸다. 도키치로는 항상 뻔한 전술(상대방의 관점)과 깊이 생각한 전술, 이 두 가지 방책을 동시에 준비했다. 그리고 뻔한 수를 내밀어 상대를 예측된 움직임으로 유도함과 동시에 자신은 더 빨리 움직였다. 

 


도키치로 : 전혀 이상할 것 없다. 인간이란 말이지, 일단 의표를 찔리게 되면 당황하게 마련이야. 
문제는 어떻게 하면 먼저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어. 

 이번 일은 '도키치로가 적의 목재와 노부시의 힘으로...'라는 생각을 했을 때 벌써 완전히 이긴 거야


 

 

 

 

「사람의 그릇」

사람은 자신이 잘한 일을 되려 공격받았을 때, 단번에 됨됨이(그릇의 크기)가 드러난다. 도키치로는 스노마타에 성을 세웠고, 미노의 일대 영토를 늘려가며 갖은 설득끝에 '지로자에몬'이라는 훌륭한 사람을 미노에서 데려왔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지로자에몬'을 죽여라는 명령을 내렸다. 일부러 도키치로의 배짱과 그릇의 크기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도키치로: 만일 도키치로가 지로사에몬을 죽인다면 무장의 정을 모르는 놈. 
아마도 지로자에몬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를 빌겠지. 

용서를 빌고 도망가게 하면 고작 10만 석의 영주. 

 그러나 할복할 테니 용서하라며 목숨을 던지고 사죄할 만한 자라면 
혹시 한 지방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도키치로는 지로자에몬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로자에몬은 솔직하게 사과한 도키치로에게 감동했다. 노부나가는 매사 천하를 강조했는데, 그가 강조한 '천하인'은 작은 이익에 구애받지 않는 자를 의미했다. 그리고 도키치로는 '지로자에몬 사건'을 통해 훌륭하게 노부나가의 시험을 통과했다. 

 


노부나가 : 이 노부나가가 빼앗고 싶은 것은 천하일 뿐이야. 
이나바야마는 빼앗지 않아도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기에 좀 쉬려고 돌아온 거야

한베에가 거절하면 이나바야마 성만이 아니라 미노 전부가 대번에 손에 들어오게 돼. 

 그것도 모르고 코흘리개를 상대로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은가? 

 모처럼 무너져가던 적군이 하나가 되어, 3천이나 5천의 소중한 군사를 잃을 수 밖에 없는 거야. 
그런 싸움을 하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야.


 

노부나가는 전술로 하는 전쟁뿐만 아니라 '심리'를 활용한 전술에 특히 능했다. 비록, 질풍과 같은 기습을 구사하기로 유명했지만, 내부 혼란으로 인해 쓰러져가는 적을 굳이 공격하지 않는 노련함도 갖췄던 것이다.

 

 

 

 

 

 

 

「노부나가의 적극성」

대개 무장은 대군을 거느리고 출진했다가 목표를 공격하지 못하고 돌아오면 의기소침해져 몹시 불쾌해 하거나 깊은 생각에 잠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노부나가에게는 이러한 소극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었다. 노부나가의 무서운 점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부나가의 '전진'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었다. 하나의 길이 막히면 또다른 통로를 찾고, 다시 이것이 막히면 몇 배나 더 강렬하게 제 3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가령, 노부나가가 이나바야마를 얻었을 때, 계속 진격만 했다면 한베에는 분명 다쓰오키의 요청을 받아들였을 것이었다. 그리고 미노의 병력을 집결시켜 자신의 능력과 충성심을 만천하에 과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노부나가였다. 노부나가는 한베에가 미처 충성심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결국 한베에는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게다가 한베에가 철군하자마자 노부나가는 이를 예상하고, 도키치로에게 그의 뒤를 쫒게 했다. 끊임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며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에 고립시키는 전략에 있어 노부나가는 대가였다. 

 

 

 

 

 

 

「포부가 없는 자」

다쓰오키는 사이토 도산의 손자였지만 그릇이 너무 작았다. 술과 여자에 빠져 결국 충성스런 가신들을 모두 잃고 노부나가에 끌려나오게 된다. 노부나가는 다쓰오키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보면 구역질을 느꼈으며, 특히 아무 계획도 없는 자에게 심한 증오심를 표출했다. 무계획은 어리석음을 증명하는 지표다. 그래서 아무런 계획도 없는 암울한 사람에게는 파멸의 냄새가 난다. 노부나가에 의하면, 이 세상에 어리석은 것처럼 큰 죄는 없었으며, 어리석음을 대하는 태도는 쇼군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노부나가: 바보를 고치는 약은 없어. 가장 불쌍한 사람은 그 쇼군이라는 바보 여우야. 
아무 힘도 없이 천하를 손에 넣고 어떻게 먹겠다는 것일까. 
천하라는 튀김은 너무 크기 때문에 몸에 독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


 

책에서는 '어리석음'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데에는 언제나 두 가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용을 당함으로써 쌍방의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제삼자에게도 충분히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는 경우가 있고, 이용을 당해 그것이 자기뿐만 아니라 남의 불행까지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약에 요시아키(쇼군)가 뛰어난 기량을 지녔다면, 아무리 노부나가라 해도 단지 그를 이용만 하고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 자신에게 노부나가가 어째서 주종의 거창한 의식을 갖춰 환영해주는지를 쇼군은 당연히 생각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시아키의 생각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전혀 자신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노부나가는 어디까지나 아시카가 씨라는 과거의 유물을 존중하여 요시아키에게 충성을 바치는 거라고 믿었기에 눈물을 흘리며 미쓰히데에게 감사하고 노부나가를 고맙게 여겼다. 이점이 바로 이에야스와 요시아키의 차이점이었다. 

 

 

 

 

 

 

 

「경국지색을 멀리하라」

지나치게 아름다운 여자를 가리켜 경국지색, 즉 나라를 기울어지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라 한다. 특정 조직에도 지나치게 아름다운 여자가 들어오면 해당 조직은 기울어질 수도 있다. 경국지색은 비단 여자의 외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치품이나 감미로운 향기도 마찬가지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자」


노부나가 : 나가마사는 괜찮지만 가신과 부하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분위기가 나쁘면 인물이 자라지 못해

도키치로: 예...형체가 있는 것은 보지만, 내일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눈 앞의 이익이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그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이렇게 생성된 사리사욕은 결국 애착관계를 만들어 작은 이익에 매달리게 한다. 즉, 욕심이 많을수록 자기에게 유리하게끔 계산하게 되며, 그 반대의 경우(불리한 경우)를 못 보게 된다. 이와 같이, 욕심에 눈이 멀어 '불리함'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큰 약점이다. 이 때문에 인간이란 상황에 따라 종종 우스운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점에서 노부나가의 자제력은 꽤 뛰어났으며, 이에 따라 매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는 '사사키 가문'과의 전투였다. 그는 사사키 가문이 믿고 있는(욕심을 부릴 것) 방식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노부나가가 열여덟 부대로 나눠 성을 모조리 얻으려 할 것이라 믿었다. 

 


노부나가: 괜한 말을 묻는군. 
나는 2만 8천 명을 열여덟 부대로 나눌 만큼 어리석은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어

날이 새면 큰 바람을 일으켜 미노쓰쿠리 성을 위시하여 간논지 성을 날려버리고 지나가겠어. 
나머지 작은 성 따위는 그 뒤에 천천히 버섯이라도 따는 기분으로 주워 담으면 그만이야


 

노부나가와 사사키 가문과의 전투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노부나가는 전투에 앞서 하품을 하고 침소로 들어가는 연기를 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전 병력으로 미노쓰쿠리 성 1곳만 공격했다. 그 결과, 3~4시간 전까지 '사사키 쇼테이 뉴도'가 기고만장한 태도로 호언장담한 미노쓰쿠리 성은 30분 만에 함락됐다. 반각 전만 하더라도 하품하던 노부나가는 성을 함락하면서, 동시에 교토를 향해 나아갔다. 엄청난 속도로 진행된 노부나가의 전술 앞에, 4백여 년에 걸친 사사키 가문의 자랑은 불과 3,4각 만에 사라졌다. 

 

 

 

 

 

 

 

「방심」

어느 군대를 막론하고 수도에 들어오면 우선 안도하여 여색에 빠지고 술을 마시며 행패를 자행하여 시민의 빈축을 사다가 드디어 사기를 잃고 무너지는 것이 상례였다. 특히, 오랜 역사를 가진 교토는 침입자들을 그렇게 만드는 불가사의한 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노부나가 휘하의 군에는 군율을 위반한 자가 없었다. 

 


예,, 주군은 일단 처형하겠다고 하셨으면 반드시 실행하십니다. 
그러므로 아무도 군율을 어길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노부나가는 실력만을 믿을 뿐 다른 것은 전혀 믿지 않았다. 그리고 실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자는 법과 원칙으로 엄격히 다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