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 아메리카의 CEO, 앤드류 양(저자)은 한국에서 4차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신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체험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보통 사람들은 점점 꼭두각시가 되어가고, 극소수의 진보 기술자들이 대다수의 행복을 집어삼킬 듯한 불안감이 미국사회를 엄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내 사업체 수는 2007년 기준으로 해마다 10만 개씩 줄어들었다. 무인화와 자동화는 수십만 명의 취약계층 생계수단을 날려버렸으며, 문제는 해마다 무인화 기술은 점차 발전함에 따라 하위 계층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 고등교육(대학교)을 받은 노동자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와 같은 4차산업혁명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는 인류를 지켜주기 위해 설계한 '스카이넷'이 오히려 인류를 말살시킨다. 그리고 장밋빛 미래로 점쳤던 4차 산업혁명의 민낯이 '대실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벌써 세계 각국에서 대실업의 전조증상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하이테크 시대와 보통사람의 미래에 관해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 대실업: 가치없는 노동자
무인기술이 본격화(상용화)되면 일자리는 예전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기업은 직원을 많이 고용할 필요가 없으며, 임금을 인상하지 않기에 기록적인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일자리 증가률은 점차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확실한 사실은 향후 대기업은 예전의 대기업에 비해 훨씬 적은 수의 종업원을 고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래의 기업은 1990~2000년대처럼 많은 종업원을 필요로하지 않는 대신 기존 종업원들은 전문 기술을 갖춰야 할 것이다. 아래 통계자료에 따르면,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술은 점차 사람들의 노동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성장동력에 속하지 않는 "사무·행정"과 관련된 업무부서를 점차 자동화하고 있다. 가령, '라이브퍼슨'은 웹챗 기술의 선두주자로써 스코틀랜드 왕립은행과 같은 고객사를 대상으로 '하이브리드 봇'을 런칭했다. 또, 라이브퍼슨의 CEO, 롭 로카시오(Rob Locascio)는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도 고객 서비스 업무의 4~50%는 충분히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롭은 향후 수천만 명의 노동자를 실직시킬 '자동화(무인)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라 예측했는데, 문제는 실직한 사람들 중 대다수는 재훈련 같은 호사를 누리기 힘든 저소득층이며, 교육에 투자할 만한 재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일 것이라 말했다. 이와 같은 롭의 예측은 사실이 되고 있다. 2010년 중반부터 샌프란시스코 노숙자 쉼터에는 사무직 근로자였던 노숙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 전자상거래의 급부상과 소매업의 종말
2016년 10월 ~ 2017년 5월, 8개월 동안 백화점에서 일하던 근로자 10만명이 실직했다. 이는 미국의 석탄산업 종사자 근로자를 합한 수보다 많은 숫자다. 이른바 '소매업의 종말'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소매 업종 전체를 투자 불가 종목으로 보고있다. 'JC페니', '시어스', '메이시스', 등.. 매장을 폐쇄한 체인점은 기본이며, 파산(2019)을 선언한 체인점은 '페이리스(4496점포)', 'BCBG(175개)', '에어로포 스테일(800개)', '베베(180개)', '리미티드(250개)'이다. 또, '클레어스(2867개)', '짐보리(1200개)', '나인웨스트(800개)', '트루릴리전(900개)', 등.. 대다수 소매 쇼핑몰이 파산위험으로 평가받았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상거래의 급부상은 백화점 및 지역기반 쇼핑몰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사실상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무인기술이 사용될 최적의 분야다. 소프트웨어와 로봇이 물류창고를 관리하며,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물류창고 내)분류를 한다.(향후 자율주행 택배까지) 문제는 전자상거래 시스템으로 인해 소멸되는 "오프라인의 후폭풍"이다. 소매 쇼핑몰이 사라지면 해당 영역의 부동산은 폭락한다. 쇼핑몰 1개가 문을 닫으면 해당 지역의 약 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또, 쇼핑몰들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세금의 주수입원으로, 오프라인 소매업종이 위기에 처할수록 지방세수가 줄어드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즉, 무인 전자상거래의 급부상은 지방의 소멸과 복지의 빈곤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 화이트칼라의 위기
다음은 2017년도 작성된, 잼 만드는 회사 JM 스머커(J.M Smucker)의 수익보고서에 관한 기사 내용이다.
「JM 스머커의 지난달 EPS(주당 순이익)추정치 하락」
지난 3개월간의 EPS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는 1.25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연간 순이익을 주당 5.75달러로 예상했다. 분기 매출액은 13억 7000만 달러였던 전년 대비 1퍼센트 하락한 13억 5000만 달러, 연매출액은 59억3000만 달러가 될 전망이다. 3분기 연속으로 증가하던 전년 대비 매출액이 4분기에 와서 떨어진 것이다.
JM스머커는 지난 8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했으며, 특히 지난 네 분기 동안에는 전년 대비 평균 16퍼센트의 이익률 증가를 보였다. 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시기는 3분기로 32퍼센트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위의 기사는 사람이 작성하지 않았다. A.I(인공지능)이 작성했다. 그런데 사람이 작성한 것과 비교해서 딱히 눈에 거슬리는 문장은 없다. 사실을 중심으로 나열한 기사에서 오히려 신빙성이 느껴진다.
네러티브사이언스(Narrative Science)라는 AI회사는 수천 개의 이익 전망 기사와 주식 관련 업데이트 기사를 작성해 포브스에 제공하며, 스포츠 경기 내용을 요약해 판타지 스포츠 사이트에 실시가능로 공급한다. 향후 데이터가 좀더 구축되면, 현재 사실위주로 작성되는 기사의 수준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편, 'GE(General Electronic)'는 방사선 전문의와 A.I간의 방사선 촬영 필름을 판독하는 시범 대결을 벌였다. GE가 초청한 전문의들은 수십 년 경력이 있는 그 분야 최고 수준이었는데, 방사선 필름을 통해 누가 종양을 더 정확하게 진단하는지 A.I와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결과는 시시했다. A.I가 전문의들과의 대결에서 쉽게 이겼기 때문이다. A.I를 탑재한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시각으로 확인할 수 없는 희미한 회색 음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A.I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순식간에 수백만 장의 필름을 뽑아내 비교하며 결론을 냈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도 수백만 장의 필름을 동시에 비교하는 영역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이와 같은 의사와 A.I의 대결은 단순히 가십거리로 웃고 넘길 수 없는 이벤트다. 지식과 경험이 쌓여야만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분야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초지능형 컴퓨터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사람들은 미술이나 음악처럼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나 심리치료와 같이 상호작용이 필요한 일에서는 AI가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구글의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는 사람이 그렸다고 착각할 만한 예술작품을 만들어 냈다.
뉴럴 네트워크는 이아모스(Iamus)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작곡한 교향곡도 선보였는데, 해당곡을 들어본 사람들은 인간이 작곡한 곡과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2017년 9월, 중국에서는 사람의 개입없이 로봇이 행한 최초의 임플란트 수술이 이뤄졌고, 수술로봇은 3D프린터로 제작한 임플란트 두 개를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식립했다.
결론적으로 기술의 발전이 육체 노동자들의 일자리만 위협한다는 생각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화이트칼라 뿐만 아니라 예술영역에 이르기까지 향후 10년 안에 엄청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모두가 기술의 발전에만 매진하고 있을 뿐, 대실업이 초래할 미래사회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발전의 악영향을 꺼내면, 뭔가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인식과 함께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려는 무사안일주의자라는 말을 듣기 때문이다. 또, 사회는 끊임없이 효율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기술은 계속 진보할 것이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섞여 있다. 긍정적인 면이 크다면, 부작용 역시 상당할 수밖에 없다.
긍정론자의 주장과 별개로 기술발전이 가져올 대실업 사태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 폭주하는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항상 효율성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효율성은 지금껏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효율성'과 거리가 먼 활동이나 자원은 배제되고 그 반대의 경우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효율성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사회는 극단적으로 양분화 되며, 또 극단적인 계층분화는 결국 절망과 폭력을 야기한다. 즉, 사회와 경제 모두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피터 터친' 교수는 불화의 시대를 위한 혁명의 전제 조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엘리트의 공급 과잉과 분열
둘째, 생활수준 하락으로 나타나는 대중의 빈곤
셋째, 재정 위기 상태
터친 교수에 의하면 어떤 사회든 장기간에 걸친 통합과 번영의 시기가 지나면 불공정의 시기가 찾아와 빈곤과 정치적 불안정이 증대되고, 이것이 사회적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4차산업혁명으로 일컫는 「자동화와 무인화가 가져올 기술혁신」은 터친 교수가 제시한 전제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먼저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은 화이트 칼라와 전문직까지 침투하여 엘리트의 공급과잉을 만든다. 그리하여 높은 대학진학률을 기록한 국가들은 실업률이 급증하여 인공지능 사회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곧 대중의 빈곤으로 이어지며, 더 나아가 국가의 재정 위기 상태를 만든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일과 행복에 대한 철학'을 원점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계가 창출한 생산물과 수익을 어떻게 다수의 행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를 따른다면, 무인기계가 생산한 결과물과 수익은 특정인 혹은 소수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간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스템은 계층 분화(「소수의 부자 - 다수의 빈자」)를 가속화할 뿐이다. 이른바 피터 터친이 주장한 "불화의 시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인화, 자동화 기술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 새로운 자본주의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은 1980년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우리는 특정 목적의 잡다한 복지 프로그램을 없애고
현금으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종합적인 단일 프로그램,
즉 '부의 소득세'로 대체해야 합니다.
..중략
이 프로그램은 현재의 복지제도가 안고 있는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것입니다.
-밀턴 프리드먼-
세계적인 물리학자 故스티븐 호킹 박사는 "기계가 생산한 부를 공유한다면 모든 사람이 편안하고 호화로운 삶을 누릴 것이고, 기계 소유자가 부의 재분배를 반대하는 로비에 성공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비참한 가난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무인화·자동화가 진행된다면, 향후 아무 조건 없는 '공짜 돈'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일론 머스크, 버락 오바마, 마크 저커버그, 등.. 자본주의 체제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조차 '보편적 기본소득'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이란, 국가가 개입하여 모든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개념이며, 소득활동을 못하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는 기존의 복지제도와 달리 모든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한다. 단,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발전과 사회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만 하고, 보다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사회적 목표가 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보편적 기본소득이 제공되는 사회가 되려면, 산업 전분야에 걸쳐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야 하며, 로봇이 국가에 세금을 내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무인기계와 인공지능이 사람을 위해서 일을 하고, 국가는 이들이 얻은 수익을 보편적 복지로 나눠주는 셈이다. 그리고 무인 시스템과 기계를 소유한 기업가는 세금을 제한 나머지 수익을 재투자하며,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된 생활이 가능해진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중요한 창의적인 목표(우주개발, 환경문제, 생명공학 등)를 위해 활동한다. 이와 같은 꿈같은(?) 시나리오는 빌 게이츠가 주장하는 '로봇 과세'다.
한편, 보편적 기본소득은 동화속의 세상과 같기에 이를 반대하는 학자들은 복지제도를 악용하는 인간의 심리를 지적한다. 공짜돈을 풀면 결국 세금낭비가 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 폭증하며 기존의 시스템이 갑자기 붕괴될 수 있다. 이는 팬데믹으로 발생한 상황을 미루어 짐작컨대 충분히 일리있는 주장이다. 다만, 무인기술과 로봇의 생산성이 특이점을 넘기는 먼 미래의 순간을 논의하는 차원이며, 일에 대한 기본적 개념이 자아실현의 수단이 되는 상황을 고려한 수준에서 '논의'일 뿐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을 때, 기술의 발전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을 준비하는 의미라 해석할 수 있다.
| 새로운 시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공기'처럼 과소평가되는 일들이 있다.
- 자녀 양육 및 보살피기
- 예술 및 창작활동
- 가난한 사람을 위한 봉사활동
- 환경 보전
- 독서
- 인성
- 디자인 및 미적표현
- 배움의 즐거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사람은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기술교육이 "먹고 살기 위한 일"로써 커리큘럼이 설계되었다면, 기계가 일하는 사회에서의 기술교육은 '일'에 대한 개념부터 다르다. 새로운 시대의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 먹고 산다. 즉, 새로운 시대의 일이란, 인간으로써 도전해 볼 수 있는 목표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의미한다. 단순 반복된 작업은 기계가 알아서 학습하고 수행하기에 인간은 인간으로써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여전히 소수의 권력과 독점에 로봇과 인공지능이 맡겨진다면 미래 사회는 절망과 폭력(전쟁)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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