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경제일반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스티븐 존슨 | 2019

by 도양강 2019. 10. 21.

- 올바른 결정을 내리려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양한 관점을 고려한다 
- 판단이 설때까지 변수와 추정을 모은다 
- 양자택일 시나리오는 함정이다. 제3의 길은 항상 존재한다. 
- 끝까지 새로운 변수와 가치를 찾아라 
- 어떠한 경우건 성급한 결정보다 더 나쁜 결정은 없다.


 

속도 증가, 폭발적인 정보량, 선택의 자유가 높아진 결과 현대인들의 결정장애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결단력을 발휘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라면 더욱 고민이 되며, 심지어 사소한 문제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결정을 내리는 일은 어려워진 이유는, 일단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령, 구글만 하더라도 정보가 엄청하게 넘쳐흐른다.

 

하지만 '정보의 증가'는 빈약한 결정력의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정보의 증가는 분명 축복이다. 문제는 '양자택일의 함정'에 빠져있는 "고정관념"이다. 실제 우리가 선택하기 어려운 일은 "짜장과 짬뽕을 선택하는 것"처럼 양자택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반면, 인간의 뇌는 양자택일의 달콤한 유혹에 쉽사리 빠져들고, 특히 복잡한 변수 앞에서 늘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게 된다.

 

"요약·핵심만 파악한 뒤, 최대한 문제를 단순하게 만든다"

 

예컨대,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 자연스럽게 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때, 귀찮다해서 여러 변수들을 무시하며 양자택일( 'yes' or 'no')로 결정한다면, 문제는 더욱 꼬여버릴 수 있다. 어떠한 경우건 올바른 결정을 위해서는 우선 양자택일의 함정부터 경계해야 한다. 

 

 

 

 

 

 

 


|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라

모든 관계는 변수가 존재한다. 가령, 한일관계와 같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결혼과 같은 문제에도 엄청난 변수들이 발생한다. 미래는 이 변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결혼문제를 생각해보자. 

 


1] 남들이 평가하는 잣대를 기준(재력','성격','학력',외모' 등)으로 양자택일한다
2] 확신이 설때까지 결혼과 관련된 자신만의 변수를 수집한다


 

1]과 같은 방식으로 결정한다면 후회할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람들의 지문이 제각각이듯 자신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변수도 제각각이며, '나'와 똑같은 뇌를 가진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인생의 중대한 결정은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인 시간', '낭만적 부부애', '직업과 결혼생활', '일과 가정 변수', '자식 교육관',등.. 심지어 정치적 가치관까지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즉, 결정에 앞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절대 "단 하나의 기준"에 근거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결정에는 많은 변수가 개입하며, 또 그 변수들은 완전히 다른 틀에 기초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반드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변수를 모으고 또 모아라'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객관적인 자료수집 절차"를 거치지않은 채, 자신이 옳다고 확신한 자료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적으로 모든 변수를 전부 파악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사안들이 객관적 지표로 정리되기 전까지 계속 정보를 수집해야한다. 가령, 가치투자의 전설이라 불리는 '워렌 버핏'역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활동은 정보수집(읽기)이다.

 

 

 

 

 

 


| 양자택일 = 최악

신이 아닌 이상 어려운 결정에 따른 의혹과 불확실성을 모두 찾아낼 수 없다. 만일, 어느정도 가시적인 수준의 의혹과 변수를 찾았다면(자료 모으기), 결정을 위한 기초준비과정이 된 것이며, 이제 자료들을 분석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혹시 누구나 볼 수 있는 드러난 의혹(변수)이 있는가?

 

위의 질문은 '자료 분석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와 같은 의문은 사실상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의혹이며, 해당 의혹을 하나씩 분석하고 연결하다보면 그보다 더 중요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창의적인 문제 해결책은 대개 '새로운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가령, 미래전략 연구소와 같은 기관에서는 각종 변수들을 토대로 도출된 '새로운 가능성'을 '제 3의 길'이라 부른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는 '빈 라덴 사살작전'이다.

 


2011년 늦겨울, 빈 라덴을 추적하는 수사는 복합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신원에 대한 판단에서 복합 주택을 공격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바뀌었다. 확률적으로는 군사적 공격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했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었다. 이에 버락 오바마는 양자택일이란 선택을 벗어난 결정을 내렸다. 

 '버락 오바마'는 보좌관들이 제시한 A, B안보다 후속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지시했다. 그가 말한 새로운 방안이란 '파키스탄과의 합동 공격'이었다. 만일 미국이 강력한 전략무기만을 믿고 공격을 감행했더라면, 훗날 파키스탄과의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게다가 공격에 실패한다면 미국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상황이었다. 이때 버락 오바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아무리 긴박한 상황에서도 '양자택일'보다 더 나은 방안은 항상 존재한다. 전문용어로 이를 '결정지도'라 한다. 단, 결정지도가 만능키라 할 수는 없으며, 시스템의 현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더라도 항상 올바른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향후에 닥칠 상황을 예측하는 일이며, 현재 상황을 다층적으로 평가하여 가능한 선택안들을 샅샅이 찾아내는 일이다. 또, 선택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측할 수 있는 정교한 모형(모델)까지 제작한다면 금상첨화다. (아래 결정 알고리즘 제시)

 

 

 

 

 

 


|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라

1984년,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은 "예측경쟁 대회'를 실시했다. 테틀록은 광범위한 분야의 기관에서 일하며 다양한 정치적 관점을 지닌 284명의 전문가들을 모아 그들에게 미래의 사건들을 예측하도록 요청했다. 이로써 세계은행, 정부관리, 언론인, 각분야 전문가들의 두뇌 싸움이 시작됐다. 당시, 지정학과 경제 분야는 "향후 10년간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국가들이 있을까"와 같은 식의 난제가 지정됐고, 대략 2만 8,000여 건의 예측들이 모였다.

 

그리고 10년 후, 테틀록은 전문가들의 예측과 실제 발생한 사건을 비교했고, 그 결과는 끔찍할 정도로 참담했다. 특이한 점은 평판이 높은 전문가일수록 (장기적인 추세 예측에서) 예측확률이 더 떨어졌다. 게다가 미디어에 출연하는 빈도가 높은 전문가일수록 예측의 정확도가 최악이었다. 심지어 원숭이가 찍은 사안이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좋은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테틀록의 충격적인 실험 덕분에 훌륭한 예측가와 사기꾼을 나누는 기준을 연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정치적 신념', '권위있는 조직이나 기관', '비밀정보를 다루는 사람', '박사학위', '지능지수' 등..과 같은 조건은 예측의 정확도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예측력에서 타인과 차이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황당하게도 객관적 데이터가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과 기준'이었다. 즉, 쌓여있는 지식이 많은 전문가일수록 자신이 믿는대로 예측한다.

 

테틀록의 실험결과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한 부류는 어떤 예측이 맞고 어떤 예측이 틀렸는지에 대한 판단은 서로 달라도, 예측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직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 중에는 환경 비관주의자도 있었고(모든 것이 고갈되고 있다)낙관적인 운명론자도 있었다. 또 국가가 경제의 상황을 통제하기를 바라는 사회주의자도 있었고, 반대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유시장 근본주의자도 있었다. 그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다양했지만 사고방식 자체가 무척 이데올로기적이란 점에서는 공통된 모습을 보였다. 

 

문제가 복잡할 경우 그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인과관계의 틀에 억지로라도 밀어넣으려 했고, 틀에 맞지 않는 사안은 부적절한 방해물로 간주했다. 요컨대 그들은 유별나게 자신감이 있었고, 어떤 대상을 두고 '불가능하다'거나 '확실하다'라고 단정하는 경향을 띠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실용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부류가 있었다. 그들은 많은 분석도구들을 활용했고, 당면하는 문제에 따라 선택하는 도구가 달라졌다. 그들은 가능한 한 많은 곳에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그들은 가능성과 확률을 언급할 뿐 확실하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내가 틀렸다'라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부류에 속한 전문가들은 기꺼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꿨다.


 

테틀록의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인 예측을 위해서는 가급적 다양한 출처를 통해 단서를 찾아야 한다. 취미와 장난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아마추어가 일관된 사고방식을 지닌 전문가보다 예측력이 뛰어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마추어들은 자신의 정통한 분야를 고집하지 않고, 이것저것 끌어모아 예측을 하기 때문이다. 

 

또, 테틀록은 예측에서 중요한 변수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성격의 개방성'이었다. 성공한 예측가에 속하는 부류는 경험에 대해 훨씬 더 개방적이었다. 가령, '가나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가?'란 질문을 받았을 때, 형편없는 예측가일수록 '몰라, 뭐 아무나 되겠지'와 같은 폐쇄성을 보였다. 반면, 예측력이 뛰어난 부류는 '이번 기회에 가나도 한번 공부해 봐야겠군'이라고 말했다. (예측력이 좋은) 이들은 모든 경험에 관해 닫힌 자세와 사고보다 좀더 적극적이었고, 또 거침없이 받아들여 개방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어려운 결정일수록 외골수와 같은 패턴을 피해야 한다. 실제로 적중률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외골수적인 경향이 짙었는데, 외골수에 집착할수록 다층적인 사회현상과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하지 못한다. 예컨대, 매번 일정한 틀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점차 변수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져 더욱 외골수적인 결정에 집착하게 된다. 반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여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받아들여 다층적인 차원에서 개방적인 태도로 시뮬레이션에 임한다. 즉,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고, 그 덕분에 더 나은 의사결정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처음 고민할 때 보이지 않던 "새로운 가능성(제3의 길)"과 "시야 밖의 알 수 없는 무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상상의 도약이 필요하다. 상상력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이와 같은 상상력은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확실성에 관한 근육(예측사고력)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확증편향에 의한 지나친 과신에 사로잡힌 사안이 있기 마련이며, 이 과정에서 '내가 놓친 부분이 없을까?'란 생각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반복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프로젝트나 계획에서 내가 간과한 부분이 없을까?" 혹은 "다른 사람이라면 볼 수 있는 것을 못 보고 있는 건 없을까?"란 정도의 생각만으로 누구나 충분히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 결정 알고리즘

결정을 위한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관련된 편익을 기록했다면, 이제 최종 결정과 계산 과정이 남는다. 사실상 결정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이 단계에서 중요한 사항은 '숫자'다. 가령, 결혼을 전제로 '결정 알고리즘'을 계산한다면 대략 아래와 같다. 

 


'결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동반자', '경제력', '자유', '안정감', '자녀' 등이 있다. 이를 아래와 같이 표를 만들어 가치항목에 기입하고, 가중값(상대적인 중요도)을 책정한다. (가중치는 0 ~ 1) 각 시나리오(아래에서는 A, B밖에 없음)가 결혼과 관련된 자신의 핵심 가치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 1 ~ 100 사이의 점수를 매긴다. 가령, 비혼주의자라면 '자녀'란 가치가 낮을 수 있다. 

 

시나리오A: 개인을 중시하는 사람

시나리오B: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

가치  가중치 시나리오A 
(결혼하지 않음)
시나리오B  (C,D..)
(결혼) 
 쓸데없는 말다툼  0.4  80 20
 자녀  0.7  50  80
 자유  0.8  80  10
 취미생활  0.3  70  30
 평생의 반려자  0.6  10  90

 

위의 표에서 각 시뮬레이션을 상상해보자. '시나리오A'와 같이 자신의 시간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반려자 점수가 낮게 나올 수 있다. 또, '시나리오B'처럼 "인간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자유'점수가 낮게 나올 수 있다. 반면, 관계와 자유를 충분히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각 50점 정도가 된다. 어쨌든,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많은 가치항목(객관적, 주관적)에 따른 자신의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으며, 각 시나리오를 하나씩 정리하다보면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최종 결과는 가중치와 시나리오별 가치점수를 곱하는 것으로 결정됨)

 


가치  가중치  시나리오A 
(개인 중시)
시나리오B
(관계 중시) 
 쓸데없는 말다툼 0.4  32  8
 자녀  0.7  35  56
 자유  0.8  64  8
 취미생활  0.3  21  9
 평생의 반려자  0.6  6  54

 

가령, 위의 결과라면, 시나리오A 점수가 188점, 시나리오B 135점이 나온다. 물론, 위의 5가지 사안 외에도 충분히 많은 가치항목이 존재할 것이다. 단, 핵심은 "(주어진 환경에서)찾을 수 있는 변수"를 모두 찾는 것이며, 이에 따른 시나리오는 C, D, E...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가능한 시나리오가 나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자)

 

언제까지나 최고의 선택은 참고할 수 있는 자료와 전문가 그리고 경험을 모두 긁어모으는 과정에 있으며, 이를 결정 알고리즘에 도입함으로써 최대한 자신에 맞는 미래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때, 최대한 개방된 자세가 중요한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리하자면, 올바른 결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고 추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최대한 모든 변수를 반영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또, 각 시나리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반복적으로 실행함에 따라 새로운 변수와 가치를 찾아내려 노력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건 성급한 결정보다 더 나쁜 결정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