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경제일반

미래학자의 통찰의 기술[2] || 변하는 것 VS 변하지 않는 것

by 도양강 2019. 5. 30.

| 대부분 변하지 않는다

향후 10년 후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10년 후 미래는 지금(현재)과 비교해서 '변하지 않는 것'이 80 ~ 90퍼센트이며, '변하는 것'이 10 ~ 20퍼센트이다. 그리고 미래학자들은 변하지 않는 것들에서 미래예측을 출발한다.

 

한편, 언론이나 각종 미디어를 보면 당장 내일부터 세상이 급변할 것 같다. 주식은 폭락할 것 같고, 정치는 불안정하며, 곧 나라가 망할 것 같다. 그 이유는 대중의 관심을 먹고사는 언론·미디어(커뮤니티 포함)의 특성상, 변하지 않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도 기업이며, 기업은 수익을 내야 한다. 따라서 언론은 수익이 될 만한 화제나 이야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에 변하지 않는 것보다는 빠르게 변하는 분야를 좇는다. 이로써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은 대부분 변화를 야기하거나 혹은 변화중인 내용이다. 그러므로 신문과 뉴스를 보지 않으면 마치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급기야 도태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하거나 혹은 변하는 것들은 급하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미래예측에 있어 주의점)

 

아무리 많은 것들이 변한다 해도 대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곧 무인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세계에서 인간이 살아갈 것 같지만 여전히 우리는 수천 년의 관행을 따라 농사를 짓고, 1,000년이 지난 사상을 통해 하루를 살아한다. 다만 도구가 몇 가지 바뀌었을 뿐이다. IT분야 역시 따라가지 못할 것처럼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 같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미래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가령,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를 잠시 잊어보자. 주변의 물리적 환경이 과거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마도 10년 후에도 우리 주변의 물리적 환경은 거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가족, 집, 사는 곳, 친구, 도시 모습, 전 세계 나라들의 구성, 자연계 등.. 물리적 환경의 대부분은 지금과 비교해서 별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아주 느리거나 거의 느끼지 못할 수준에서 이뤄진다. 즉, 실제 중요한 부분은 변하는 영역보다는 변하지 않는 영역이다. 그래서 미래예측은 변하지 않는 영역을 가장 중요한 기준점으로 삼아서 분석을 시작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산업 경계가 무너진다고 야단법석을 떨어도 '물리적 세상'의 실제 변화는 10~20퍼센트 정도뿐이다. 그렇다면, 언론과 미래관련 전문가 그리고 산업동향을 예측하는 학자들이 거짓을 말하는 것일까? 

 

 

 

 


| 관계적 변화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변화란 '물리적 변화'보다는 '관계적 변화'에 가깝다. 

 

물리적으로 변하지 않는 80~90퍼센트가 기술, 경계, 속도, 공유와 같은 10~20퍼센트의 변화와 엮이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관계'의 세상이 탄생한다. 이것이 미래 변화의 핵심이다.

 

가령, 스마트폰은 1992년, IBM이 최초로 출시했다. 하지만 물리적 변화를 만든 IBM 스마트폰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세상을 변화시킨 스마트폰은 애플의 앱스토어가 탑재된 스마트폰이었다. 그리고 트위터, 페이스북처럼 사람간의 연결을 쉽고 빠르게 만든 회사들 덕분에 변화가 가속화 되었다. 즉, '모바일 혁신'은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물리적 변화)보다 사람간의 관계를 변화시킨 소프트웨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변화는 대부분 '무엇을 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하는가'의 영역에서 발생한다

 

변화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하며 나타나는 '관계의 변화' 이 세 가지를 구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미래학자들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변화', '불변', '불변과 변화가 만들어내는 관계' 이 세 가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이를 통해 미래변화에 대한 경우의 수를 만든다. 그러므로 통찰력이란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변화를 읽고 대처하는 능력」, 「최적의 타이밍에 맞춰 움직이는 힘」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통찰력은 아래 세 가지를 확실하게 구별하여 적합한 타이밍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힘이다.

 


1] 변하는 것
2] 변하지 않는 것
3] 두 가지가 충돌하며 만들어진 관계 변화


 

 

 

 


| 추동력

'추동력'이란 겉으로 보이는 현상 이면에 숨어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려면 우선 추동력을 파악해야 하는데 추동력은 세상에서 발생하는 사건마다 존재한다. 사회적 사건이나 현상을 하나의 에너지로 보자면, 반드시 그 에너지의 아래에는 주체가 있으며 또 에너지의 성질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진다. 

 

가령, 같은 사람이더도 속한 사회적 위치에 따라 어느 조직에서의 영향력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영향력은 조직의 변화, 방향, 속도, 결과 등을 바꾼다. 따라서 미래학자들은 변화를 주도하는 힘의 방향, 속도, 타이밍, 지역화, 지속가능성(크기)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미래를 만드는 것은 현상과 사건이 아닌 추동력이기 때문이다. 즉, 추동력을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앞서 나왔듯, 미래학에서는 변화를 주도하는 힘의 근원이 존재하는 곳을 심층 기반층이라 부른다. 예컨대 통찰력을 높이려면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거론되는 정보의 심층기반층이 어디에 있는지를 관심을 갖고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어떤 사건과 현상은 반드시 뿌리가 있고, 그것을 파헤치고 추적하며 감시하다보면 변화를 이끄는 힘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으며, 또 심층 기반층이 어디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통찰력이 높다는 것은 어떠한 사건(정보)에 대한 근원적인 힘을 찾아내는 능력이 우수함을 의미한다. 눈에 보이는 일시적 유행이나 트랜드에 구애되지 않고 2~3단계 더 볼 수 있는 사람만이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심층 기반층은 종교적 가치(신)나 신념일 수도 있고, 인간 본능, 철학, 자연, 기술, 법과 사회 제도, 등.. 사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찾기 힘든 것일 가능성이 높다.

 

 

 

 

 


| 연결하기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 근원적인 힘(추동력)을 찾았다면 이제 어떻게 연결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추동력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세상의 이치라 불리는 것들은 각기 나름의 질서(패턴)가 있다. 즉, 변화를 주도하는 힘들은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서로 연관되어 있다. 다만 연결관계가 물리적(시간적 흐름) 관계인지 인과적(원인과 결과) 관계인지에 따라 결과가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거대한 변화(메가 트랜드)는 느리지만 대개 변화의 연결관계에서 만들어지며, 겉으로 드러나는 수많은 사건은 변화의 실체가 아니라 실마리일 뿐이다.

 

 

 

 


| 이치 맞추기

변화를 주도하는 힘들의 연결관계를 만들다보면 새로운 연관성을 발견하거나 패턴 혹은 빠진 부분들을 찾아낼 수 있다. 여기서 빠진 부분을 채우며 연결을 맞추다보면 거대한 구조물과 같은 큰 설계도가 드러난다. 동양에서는 이와 같은 설계도를 '세상의 이치'라 불렀고, 성리학(주역)과 같은 학문이 바로 이치에 관한 학문이다. 즉, 변화를 주도하는 힘들은 멋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여야만 하는 마땅한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미래학자들은 추동력을 연결하며 이때 발견한 여러가지 이치와 관련된 모델들을 만든다. 또, 이치를 각 연결에 맞춰 배치를 하며 최종 설계도를 완성한다. 이렇게 탄생한 설계도에 따라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회현상들을 배치하다보면 저절로 미래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미래 예측이다.

 

 

 

 


| 사고실험

사고실험은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진행하는 실험이다. 미래학자들은 추동력과 관계를 토대로 생성한 설계도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단, 미래학은 사회과학의 영역이므로 실험실이 아닌 '상상'의 공간에서 진행된다. 설계도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마치 SF영화처럼 시나리오를 그려낸다. 이와 같은 사고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피드백'이다. 미래의 변화는 곧 관계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이와 같은 관계의 변화는 결국 연결된 어떠한 것들이 서로 주고받는 피드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피드백은 '강화 피드백'과 '균형 피드백'으로 나눠진다. (강화 피드백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의미하고, 균형 피드백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안정을 의미함)


결론적으로 사고실험을 하는 이유는 피드백에 따른 흐름을 알기 위해서다. 세상은 거대한 시스템이며 피드백에 따라 아래와 같은 소멸, 약화, 생성, 강화, 전환되는 부분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E : Eliminate(제거)
R : Reduce(약화)
C : Create(생성)
R : Reinforce(강화)
S : Switch(전환)


 

역사적으로 예측능력으로 위대했던 전략가들은 위와 같은 'ERCRS 사고력'이 뛰어났다. 그들이 앞을 내다볼 수 있었던 원동력은 'ERCRS'에 따라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다각도로 생각하는 것에 있었다. 다시 말해, 혼란한 가운데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표면 아래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양질의 정보를 얻은 후 다양한 가능성에 맞춰 사고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 사람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도 결국 미래는 사람이 만든다. 기술과 혁신은 미래 변화를 일으키는 가능성 중의 하나일 뿐이며,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어디로 갈지를 선택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통찰력을 높이려면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고, 신념, 감성, 이성에 따라 사람들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미래는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만일 대중의 대다수가 선택한 길이라면 메가 트랜드가 되고, 소수의 집단이 선택한 길은 '니치 마켓'이 된다. 결국, 미래는 "변화의 가능성"과 "사람들의 선택" 이 두가지가 결합되어 만들어진다. 따라서 사고실험을 통해 피드백에 따른 가능성을 만들었다면 최종적으로 사람들의 선택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 플랜 B

예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다음 두 가지를 염두에 두기 위해서다. 

 

 


1)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2) 뜻밖의 기회를 극대화하기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오고,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가령, 학창시절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기말시험을 빨리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했던 적이 있지만 대개 그 결심이 기말고사까지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저것 생활하다보면 준비할 겨를도 없이 곧 시험이 빠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매번 기회가 생각보다 늦게오는 이유는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입시, 취업, 사업, 결혼, 자녀계획, 은퇴, 죽음 준비가 부족하면 어떤 기회도 잡을 수 없다. 그리고 기회를 놓쳐버리면 당연히 위기가 찾아온다. 이것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마치 불변의 법칙과 같다. 예컨대,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이유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며,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함이다. 또, 통찰력 역시 미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최악의 상황과 뜻밖의 기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구체적인 계획으로 세워야한다.

 

사람이 멀리까지 바라보고 깊이 생각하지 못하면, 반드시 가까운 데 근심이 생긴다

사람이 멀리까지 바라보고 깊이 생각하지 못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미래예측을 하는 이유도 결국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단순히 미래예측에 끝나지않고, 실제 행동을 위한 계획을 준비하는 습관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