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경제일반

라이프트랜드 2018 아주 멋진가짜 [부키.2017]

by 도양강 2018. 12. 26.

책 제목에 '아주 멋진'이란 수식어가 '가짜'앞에 붙어 있는데, '가짜'는 아무리 멋있더라도 결국 가짜일 뿐 진짜가 될 수 없다. 진짜는 희소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가 갖는 희소성은 사람들을 무대 위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진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사람들은 주말마다 진짜 인생을 찾으려 여기저기로 떠난다. 

 

그런데 남과 다른 것을 하는 것만으로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예컨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임종 직전에 이른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후회를 했는데,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건 사람이 죽을 때 하는 후회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할 수 있었던 것'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였다. 그렇다. 진짜를 찾으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당장' 해야 한다.

 


1 너무 일에만 매달려 살지 말걸
2 화를 좀 덜 내며 살걸
3 가족과 친구를 좀 더 챙길걸
4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 볼걸
5 여행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


 

'죽기 전 후회'에 있어, 특이한 점은 '돈을 더 많이 벌어볼걸'이라거나 '더 좋고 넓은 집에서 살아볼걸' , '더 좋은 직장에 다녀볼 걸'과 같은 후회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죽음 앞에서 굳이 남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죽음을 마주하며 빠져드는 고민이란, '자신에 집중하는 삶'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들이다. 외적 성공이 가장 중요한 것인양 착각했다는 깨달은 죽음이 주는 선물이다. 결국, 진짜도 가짜도 죽음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 클래시페이크의 시대

지금까지 '가짜'는 부정적이며, 나쁜 것이었다. 페이크란, 남을 속이는 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아주 멋진 특별한 가짜'들이 등장했다. 게다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페이크'는 점차 긍정적인 의미가 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합성어까지 등장했는데, 이른바 '클래식 + 페이크'의 합성어 '클래시페이크'다. 

 

가령, 야생동물을 죽여서 얻는 천연가죽보다 질감은 떨어지더라도 멋진 가짜라면 진짜보다 더욱 호응받는다. '플래시페이크'가 유행하는 이유는 남들의 눈치를 더이상 보지 않겠다는 문화가 번지며, 진짜를 가지려고 정작 가장 소중한 인생을 낭비해야 한다는 허무감에 사람들이 지쳐버린 결과다. 이에 따라, 멋진 가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고, '클래시페이크 족'들은 가짜라는 것을 감추기보다 당당하게 드러낸다. 오히려 가짜라서 좋다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클래시페이크는 '산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가짜고기를 만드는 회사 '모던 메도(modern meadow)'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던 메도'는 도축없이 인공적인 고기를 만들며, '비욘드 에그'는 인공적으로 가짜 달걀을 만든다. '비욘드 에그'는, 완두콩과 수수 등 10여가지 식물로부터 단백질을 추출하여 달걀을 생산(?)하는데, 놀랍게도 비욘드 에그가 만든 인공달걀로 오믈렛이나 스크램플 에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가격은 진짜 달걀보다 저렴하고 영양학적 가치도 높다고 한다. 또, 비욘드 에그는 2013년 9월 캘리포니아 지역마트에서 인공달걀을 팔기 시작했는데, 현재 일반인들이 보편적으로 소비할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저스트 마요'와 '저스트 쿠키'와 같은 인공달걀 식품회사가 생겨났고, 향후 콜레스테롤을 줄이며 자연친화적인 '진짜같은 가짜'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빌 게이츠", 트위터 공동 창업자, "비즈 스톤"과 "에반 윌리엄스", "골드만 삭스"에서도 가짜육류 '비욘드 미트'에 투자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세계는 클래시페이크의 3단계 중 2단계에 진입했다. 

 

가짜가 주는 재미를 받아들이는 단계가 1단계라면, 진짜를 소비하는 데에 따르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의 매력적 대체제로서 받아들이는 단계가 2단계이다. 마지막 3단계는 진짜와 가짜에 대한 기준 자체를 지워 버리는 단계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이 아닌 무엇이 더 매력적이고 혁신적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단계가 3단계인 셈이다. 현재 2단계 사회에 진입했다면, 향후 디지털 키치들이 3단계를 만들 것이다. 즉, 진짜만을 당당하게 여겼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 공유경제의 출발점

2020년 이후,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Y세대가 급부상했다. 과거 X세대가 경험을 중요시여긴 세대였다면, Y세대는 소비의 중점을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꾼 첫 세대다. X세대는 해외에서 들어온 문화나 재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이를 경험하고 소비했지만 한편으로 차를 사고 집을 장만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즉, X세대는 '소유가 주연', '경험이 조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Y세대는 '경험이 주연', '소유는 조연'이다. 이 세대는 미래의 소유를 위해 현재의 경험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한국의 Y세대는 1000만명이 넘는다. 물론, Y세대가 무조건 소유를 조연으로 놓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도 소유욕이 있는데, 특이한 점은 주로 예쁜 쓰레기를 소유하려 한다는 점이다. Y세대는 비록 쓸모가 없어도 예쁘면 소비한다. 실용성과 필요보다는 욕망 자체가 소비의 주체인 셈이다. 그 이유는 이들이(Y세대) 한번 뿐인 인생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을 기성세대처럼 취직,결혼,출산,육아,집 차 장만에 매달려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Y세대에게 있어, 기성세대들이 정해놓은 삶은 마치 끔찍한 수학공식으로 가득찬 칠판을 보는 것과 같으며, 자신만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살아가겠다는 것이 Y세대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N포세대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씌어져 있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Y세대를 부정적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무한 경쟁이 아닌 자신만의 '진짜'를 찾아나선 세대를 '포기 세대'라 해석하는 것부터 옳지 않은 듯 하다.

 

Y세대의 가치관은 미국의 영화배우 조지 번스가 남긴 말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이 먹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늙은이가 될 필요는 없다" 

 

어른의 종류도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세월 가는대로 나이를 먹는 '물리적 어른'이다. 그 다음은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사회가 인정해주는 '사회적 어른'이 되는 '사회적 어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도덕적 어른'이다. 그런데 '물리적 어른'과 '사회적 어른'은 누구나 될 수 있다. 반면,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은 시키는 일에 쫓기듯 살아서는 될 수 없으며, Y세대가 인정하는 어른은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설계한 인생의 모든 책임을 지면서 살아간다면 '책임있는 어른'이다. 

 

 

 

 

 


| 인맥 다이어트

통계 분석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7년, 5월 카카오스토리 월간 이용자 수는 1,259만명으로 2016년 같은 기간의 1,531만명에 비해 17.76% 급감했다. 페이스북 역시 996만명으로 전년도(1145만명)보다 13.1% 줄었고, 트위터도 10%이상 감소하는 추세다. 이제 사람들은 과도한 인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이를 점차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홈캉스, 홈스케이프가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집의 특정공간을 꾸미고 그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스마트폰도 끄고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상태를 즐기며,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혼자만의 여행(?)을 '스테이케이션'이라 한다. 

 

디지털·정보 기술이 한계에 이르며, 수많은 연결과 테러와 같은 메시지들에 사람들은 지쳤다. 이제 여러 군데를 여행하는대신 한곳에 머무르며 그곳의 문화와 경험을 쌓기를 원하며, 호텔을 장기간 예약해서 그곳에 꾸준히 머무르는 여행도 늘어나고 있다. 한편, 호텔은 자체 도서관과 함께 쉴 수 있는 소규모 영화관도 만든다. 어느새 스테이케이션은 점차 스테이테인먼트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즉, 사생활을 중시하고 또 자신에게만 완벽하게 집중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침묵 서비스'

 

욜로세대에게는 침묵도 서비스가 될 수 있다. 가령, 일본 의류 브랜드, '어반리서치'는 매장 입구에 "말 걸 필요 없음"이란 파란색 가방을 뒀다. 이 가방을 들고 있는 손님에게는 말을 걸지 않는데, 조용히 쇼핑을 하고 싶은 고객을 위한 침묵 서비스인 셈이다. 또, '미야코 택시'는 2017년부터 침묵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인사와 목적지, 손님이 질문할 때를 제외하면, 침묵택시 기사는 말을 걸지 않는다. 게다가 거북이 택시도 운행한다. 느리게 가고 싶은 손님은 '천천히'란 버튼을 누르면 앞 창문에서 거북이가 내려오고, 택시기사는 천천히 운행한다. 연료비용도 절감되고 손님은 주변을 구경할 수 있어서 서로 윈윈인 셈이다.

 

이와 같은 침묵 서비스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서비스는 '미스테리 카페'이다. 미스테리 카페는 치매노인들이 서빙을 받는 음식점이다. 음식점의 취지는 치매노인들이 격리된 인간이하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또, 치매노인들이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다보니 음식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오히려 이와 같은 일화가 유명해지며 일부러 찾아온 손님은 잘못 나온 주문에 즐거워하고 새로운 음식을 즐긴다. 

 

정리하자면, 진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옆집보다 더 넓은 집과 빠른 차를 소유하며, 좀더 화목한 모습을 굳이 보여야 할 필요는 없다. 욜로 세대는 진짜처럼 보이거나 혹은 진짜가 되기 위해 평생을 희생한 기성세대의 삶을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것이 바로 욜로세대의 문화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뭐든 빨리 대접받고, 또 친절하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고가 팽배했지만 드디어 이를 거부한 세대가 등장했다. 문제는 욜로의 생각이 과연 성공할지 혹은 이들 역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