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협력사회 [피터 터친.2019]

1 흰개미보다 미개했던 인류

약 1만 2,000년 전, 지구에서 대규모 협력을 했던 생물종은 인간이 아니었다. 흰개미, 꿀벌과 같은 곤충들은 인류가 출현하기 전부터 대규모 협력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약 20만 년전에 출현한 인류는 18~19만 년동안 별다른 진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1 ~ 1만 2,000년 전후로 급속한 진보가 이뤄졌다. 수백만 년 동안 곤충이 진화의 선두주자였다. 가령, 잎꾼개미는 거대한 군체를 형성하여 도시를 건설하고 농사까지 짓는다. 이들은 버섯을 기르고, 자신의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한다. 잎꾼개미가 사회를 이뤄 협력체를 형성할 동안 인간들은 소규모 수렵채집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5,000년 전, 최초의 도시와 국가들이 생겨났다. 당시 고대 이집트와 같은 왕국의 인구는 100~200만 명이었다. 이후 인간 사회의 규모는 점차 커졌고, 기원전 마지막 1,000년 동안 페르시아, 로마, 한나라와 같은 대제국이 등장한다. 당시 로마제국과 한나라의 인구는 5,000 ~ 6,000만 명까지 늘어났다. 1만 년전까지 미개했던 인간 사회는 불과 5,000년 만에(지구 나이로 봤을때) 기존 '종'들의 사회시스템을 미개한 것으로 만들어버렸고, 사실상 지구를 지배했다. 

 

도대체 인간이란 종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2 발전의 원동력

「피터 터친」은 인류가 발전한 원동력을 '경쟁과 갈등'에서 찾았다. 전쟁은 파괴하면서 동시에 창조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이를 '창조적 파괴'라 표현했고, 피터 터친은 '파괴적 창조'라 정의했다. 

소규모 사회에서 대규모 사회로 진화하는 과정에 관한 이론은 넘쳐난다. 사회학, 생물학, 인문학 등...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의 공통점은 '진화과정에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동식물은 서로 경쟁하며, 인간 역시 수없이 많은 경쟁을 한다. 그렇다면, 경쟁의 기본원리는 무엇일까? 또,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해야 할까? 「피터 터친」에 의하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1] 실력(힘, 능력)을 기른다
2] 협력한다


 

원시사회에서 따로 수렵생활을 하던 원숭이를 생각해보자. 이 원숭이가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것은 바로 싸움실력을 키우는 선택과 옆의 친구와 협력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수련과 협력'이라는 2가지 방법 중에서도 좀더 간편한 선택은 그냥 혼자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강한 자라도 물량 앞에 장사없는 법이다. 1명이 2명을 이기는 일은 쉽지 않고, 3~4명과 싸워서 승리하기란 더욱 어렵다. 실력을 키워서 매번 경쟁에서 승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신 협력을 한다면 승리할 확률이 빠르게 올라간다. 그래서 협력하는 집단이 등장했다.

 

협력은 분명 수련보다 효율적이었지만 만사형통은 아니었다. 협력에는 기본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건 숫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협력을 통해 승리했다면, 기본적으로 n분의 1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협력 시스템은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양보를 해야만 제대로 작동한다. 만일 누군가가 결과물을 더 많이 가져간다면 내분이 발생하며, 공정이 무너진 시스템은 곧 파멸을 맞이한다. 이 때문에 집단과 조직은 공정을 위한 각종 규칙을 만들었고, 서로 감시하며 통제하는 방식을 발전시켰다. 또,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고 지켜내기 위한 부가적인 비용을 창안했다.(세금)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집단은 비대해지며, 결국 시스템의 구멍이 발생한다. 즉, "무임승차" 문제와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규칙에 따라 n분의 1을 하다보면 축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구성원(부자)이 등장할 수밖에 없고, 이들이 조직내의 권력을 잡기 시작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칙을 바꿔버린다. 그 결과,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져 시스템은 점차 공정함과 멀어진다. 또, 이와 같은 불공평한 상황은 조직 내분의 씨앗이 되고, 엄청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시스템 전체가 붕괴된다. 이것이 바로 전쟁이다.  


개인 협력 → 집단간 경쟁 → 승리 → 대규모 성장 → 개인별 격차 심화 → 갈등 → 붕괴(전쟁)


 

인간사회는 각기 다른 형태로 위와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며 성장했다. 그렇다면 협력의 미래(결과)는 항상 전쟁인가?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진행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분쟁 지역이 존재한다. 협력과 전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개인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전쟁 사이클'도 없다. 협력이 없으면 전쟁은 커녕 성장도 불가능하며 미개한 원시사회 그대로 유지됐을 확률이 높다.(원숭이와 고릴라는 2만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간단한 법체계조차 없다) 

그렇다면, 협력과 성장의 끝은 항상 갈등이며 전쟁인가? 이는 영원한 성장·협력의 수레바퀴는 없을까? 이에 관한 「피터 터친」의 답은 '초협력 사회'이다. '협력-갈등'의 문제는 집단이 점차 커지면서 덩달아 발생하는 '이기심'에 있다. 협력을 유지하려면 그에 걸맞는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무임승차의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대규모로 성장한 사회는 분배 문제로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집단간 경쟁 상황이 극단에 이르지 않도록 조절하는 시스템에 있다. 

 

 

 

 

 

 


3 작은 자본주의 사회

피터 터친」은 작은 자본주의를 강조한다. 거대한 조직(국가)간의 전쟁을 막으려면 '인간 대 인간'의 협력을 초월해야 한다. 가령, 인공지능과 로봇의 조합이 점차 발전한다면, '인간-인간'의 협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미래는 인간 - 소프트웨어(인공지능), 인간 - 로봇, 로봇 - 로봇의 협력시대가 된다. 인간과 인간의 협력이 사라진 형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인간과 로봇 혹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력이 가속화 된다면 인간으로 인해 심화되는 '갈등'을 줄일 수 있다.로봇은 일방적으로 인간의 명령을 수행할 것이며, 인간과 같이 이기심에 따라 갈등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인간을 닮은 sw와 로봇을 배치한다면,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필요가 없다. 성장보다는 오히려 유지를 위한 시스템이 중요하다. 적어도 로봇은 인간처럼 번식하려는 욕구나 명예와 같은 욕망이 없기 때문에 자본을 무한정 더 가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자본의 효율이 극대화 된 사회의 모습이다.

 

(로봇·AI - 개인 협력) → 집단간 경쟁의 약화   시스템 유지


인간과 인공지능, 인간과 로봇의 협력으로 소규모 집단이 유지되는 사회가 '초협력 사회'가 아닐까한다. '인공지능'과 '로봇'과 협력하는 개인은 지금껏 인류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초월적) '초월적 협력'이며,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집단이다. 상황에 따라 초월적 협력을 갖춘 개인들이 대규모 집단을 넘어서는 일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욕구가 없는 로봇과 인공지능은 서로 갈등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다.(전쟁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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