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사와 나오토』
``형태보다 본질을 디자인하라``
후카사와 나오토는 일본 타마예술대학교의 교수로 재직중에 있으며, '슈퍼노멀'로 유명한 디자이너다. 후카사와 나오토가 강조하는 디자인 철학은 "평범함 속에 숨겨진 감동"이다. 평범함과 감동은 매칭하기 어려운 단어다. 대개 감동을 받는 콘텐츠는 평범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평범하면서 감동을 주는 콘텐츠가 되려면 '디테일'이 강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감각으로 수용한 디자인이다. 고정된 공식과 정의에 부합한다는 면에서 '괜찮은 디자인'이라는 게 있다. 이에 비해 좋은 디자인은 지극히 감각적이다. 논리적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서 좋은 것이다. 뭔가 좋죠?라고 물었을 때 그래요라고 듣는 게 감각적인 디자인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이란?』
개인적으로 후카사와 나오토의 디자인 중에서 가장 감각적인 느낌은 우산 디자인이었다. 옆의 우산을 보면, 그가 강조한 "평범한 속에 숨겨진 감동"이 잘 드러난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은 실내에서 짐이 된다. 후카사와 나오토는 우산 손잡이에 작은 홈을 파서 물건을 거는 용도로 디자인했다. 작은 홈 덕분에 우산은 실내에서도 쓸모 있는 물건이 되었다.
감각적인 디자인은 집요한 '디테일'에서 탄생한다. 후카사와 나오토는, 사물의 디테일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안쪽'과 '바깥쪽'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이해할 것을 강조한다. 사물의 안쪽과 바깥쪽을 강조하는 표현은 다소 철학적이다. 어떻게하면 안쪽과 바깥쪽을 통해 디테일을 구사할 수 있을까?
안쪽과 바깥쪽을 통해 디테일을 이해한다는 표현은 침팬지와 인간의 차이를 떠올리게 한다. 침팬지와 인간은 유전자를 98% 공유한다. 2%의 차이가 침팬지와 인간을 다르게 만든다. 이렇게 바깥이 다르지만 안쪽이 유사한 경우가 세상에는 꽤 존재한다. 안쪽이 비슷한 침팬지와 인간은 비슷한 생물학적 특징을 갖고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이란 디테일한 2%의 차이를 이해하는 디자이너다.
반대로 바깥이 비슷하지만 안쪽이 다른 경우도 있다. 현대 미술을 생각해보자. 초등학생이 획을 하나 그은 그림과 60년 인생을 쏟아부어서 그린 획 한점이 똑같이 놓여있다.
겉으로 보기에 비슷하다. 그런데 예술가는 인생에서 한가지 목표를 끝냈을 때마다 획을 그었고, 다음 획을 그을 때마다 좀더 굵게 그었다. 그의 작품은 82번째 획이다. 그래서 81번째 획보다 굵어야한다. 그래서 붓을 완전 눕혀서 그었다. 겉으로 같지만 그 속에는 81번째의 디테일이 숨어있다.
이우환 작가 『조용』
예술가의 작품 바깥쪽에는 안쪽이 숨어 있다. 왜 그렇게 굵은 획이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안쪽이 있고, 바깥쪽이 있는 디테일이다. 겉으로 보기에 똑같지만 자신만의 디테일과 방식이 있는 사람은 뭔가 다른 느낌을 준다. 겉만 똑같을 뿐 그 내용은 뭔가 그만의 방식에 의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범함 속에 감동이 있고, 우리는 이를 디테일이라 부른다. 이것이 후카사와 나오토가 말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이다.
『평범한 혁신』
평범함으로 감동을 주는 감각적인 디자인은 겉으로 봤을 때 전혀 의도적이지 않다. 이를 보는 사람은 우연한 계기에 '아, 그래서 그런 것이구나'라고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 감각적인 디자인은 자연스럽고, 의도적이지 않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뭔가를 기획하고 강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느낌을 준다면 감각적인 디자인과 멀다. 상업적인 TV예능방송을 생각해보자. 얼마나 많은 자막들이 의도적인 웃음을 자아내게끔 시청자에게 강요하고 있는가?
의미는 자연 발생하기 때문에 만든 이가 '이렇게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물건은 최악이다. 그건 상대방에게 맡겨야한다. 만일 상대가 작가의 의도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냥 감사할 뿐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은 본질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디자인할 뿐 의도를 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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