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란 무엇인가'
▷시:: 은유
시를 접할 때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 있다. 도통 이해가 안 되는 암호들로 가득차 있을 때, 시는 고통으로 변한다. 시를 '해석'하려고 할수록 시는 더욱 멀어진다. 하지만 대부분 '입시교육'을 받았기에 '해석'하려는 습관이 베어 있다. 시는 분석과 해석이 아닌 교감을 해야 한다. 느껴야 한다.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생각해보자. 음표 하나하나, 코드 전체를 분석하려 하는가?
정규교육과정을 받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시를 자꾸 분석하려 한다.
음악을 듣는 것처럼 시를 보자. 단, 음악과 달리 시는 문자체계로 이뤄져 있기에, '은유의 세계'를 알아야 한다. 은유란 뭔가? 은유를 이해하려면, 머리로 해석하지 말고 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몸에서 나온다'
몸으로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을 '심습법'이라 한다. 단어를 보는 데까지는 머리를 사용하지만, 그 이후의 느낌은 가슴이 시키는대로 작성하는 방식이 '심습법'이다. 작가는 이를 '실재의 구멍'라는 말로 표현한다. 왜 '구멍'일까?
'답답하다'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답답하다'라는 단어는 과연 실재할까? 개인마다 '답답하다'라는 느낌은 조금씩 모두 다르다. 하지만 통일된 느낌이 있고, 이를 언어가 표현해준다. 사회적인 약속에 의해, 언어는 사회 구성원들과 약속된 의미를 전달한다. 언어를 무한히 분석하다보면 결국 아무런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언어는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약속일 뿐, 실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인은 모호한 세계에 구멍을 낸다. 언어가 갖고 있는 사전적 의미에 수많은 구멍을 뚫어서, 감정과 실재를 언어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시인'이다. 사실상 구멍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수많은 구멍과 틈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구멍을 통해 동력을 얻는다. 자동차가 구멍을 통해 연료가 공급되고 엔진이 동작하는 것처럼, 사물조차도 구멍이 있어야 움직인다.
구멍은 실재와 본질을 연결시켜주는 통로다. 시인은 닫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언어에 구멍을 낸다. 시를 읽는 사람은, 시인이 뚫은 구멍을 통해 언어의 껍질속에 숨은 본질과 관념에 도달할 수 있다. 가령 '30살'이란 닫혀진 단어에, 시인이 어떻게 구멍을 내는지 살펴보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 서른 살은 온다.
-최승자-
30을 표면적 의미 그대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위의 단 한 문장만으로 '서른 살'을 다르게 만든다. 지금까지 알았던 30살은, 최승자 시인이 뚫은 구멍으로 인해 녹아버린다. 무언의 압박과 사회적 책임감의 무게를, 처음으로 느낄 수 있는 나이가 30살의 본질이다. 이렇듯 시인은 구멍을 통해 은유를 재창조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불꽃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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