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명리 인문학'은 사주, 성명학, 관상, 수상, 체상, 풍수, 타로, 굿 등... 흔히 운명학이라 불리는 생활역학의 허상과 실체를 인문학으로 밝혀내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나면, 운명학을 좀더 논리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트인다.
결론적으로 '운명'은 움직인다. '운명(運命)'을 풀이하면 '목숨은 움직인다'라는 의미다. 한자의 뜻에서 볼 수 있듯, 운명은 결코 타고난 삶을 그대로 체념하듯 살아가는 게 아니다. 운명학은 타고난 인간의 운을 풀이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 삶의 변화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타고난 운'은 '숙명'이다. 숙명은 피해갈 수 없다. 왜 그 시간에 태어났으며, 많은 나라들 중에서 한국이며, 부모님은 현재의 부모님인지는 어떻게 피해갈 수 없다. 그대로 정해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운명을 숙명과 착각한다. 숙명은 뒤에서 날아온 돌멩이다. 반대로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다. 뒤에서 날아오는 돌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앞에서 날아오는 돌은 노력과 움직임으로 피해갈 수 있다. 운명학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을 예측하는 학문이다.
어떤 사람이든 재능과 강점을 가지고 있다. 사주명리학과 같은 운명학은, 사람의 숨은 재능과 강점을 알려주고, 앞에서 날아올 돌멩이는 피하도록 언급하며, 그 사람에 맞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주는 한 사람 속에 존재하는 장점을 찾아내는 학문일 뿐, 부적이나 주술행위를 통해 운명을 바꾸는 미신이 아니다.
특정 행위(부적,굿,미신)로써 사주팔자를 고친다고 하는 행위는 숙명을 바꾸겠다는 것과 같다. 숙명을 바꿔 주겠다는 자들은 사기꾼들이며, 사주명리학을 돈 버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이비들이다. 운명학을 공부하는 역학자들은 세상을 자연법칙에 의한 이치대로 해석한다.
가령, 훌륭한 한약사는 '잡풀'은 없다고 한다. 세상에 약이 되지 않는 풀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풀, 소중하지 않은 나무는 없다.
비록 인간에게 필요하지 않더라도 그 풀을 주식으로 삼은 동물이 인간에게 약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쓸모없는 풀은 없다. 더 나아가 소중하지 않은 인간도 없다.
소중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는 말, 이것이 사주명리학의 근본정신이다. 누구의 사주팔자든 세상에 쓸모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다. 사주명리학은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고, 사람의 운명에 맞춰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쓸모없는 사주팔자는 없는 법이다. 오직 사이비 역술가만이 쓸모없는 사주팔자라 겁을 주면서 부적을 써라고 강요한다. 따라서 사이비 역술인들은 담백하지 않다. 그들이 제시하는 말에는 미스테리가 숨어 있다. 이 미스테리의 첫 번째 패턴은 '조상탓'이다.
1 조상탓
만일 철학관에서 고객의 사주를 제대로 보지 않고, 조상 탓을 하면서 부적을 써야 한다거나 특정 행위를 하도록 지시한다면 십중팔구 사이비다. 대개 돌아가신 조상이 후손들의 일을 훼방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는 전제 자체를 따질 수 없는 논리적 오류에 해당한다. 현재 불운한 상황을 조상탓으로 돌려버리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 조상을 만나서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이비들은 대부분 조상 중에서 객사한 사실을 묻고 이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런데 한국은 19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일제 강점기를 겪었고, 남북 전쟁이 발생한 국가다. 객사하지 않은 집안 조상을 찾는 일이 더 힘든 나라가 한국이다.
2 신내림
조상탓에 이어 사이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살풀이 굿'이다. 고민이 있어 찾아간 내방자에게 살이 끼었다며 살풀이굿을 추천하는 사이비들이 많다. 사주명리학에서는 100여 가지의 살이 있으며, 모든 사람이 한두 가지 살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사주에 살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따라서 살을 풀어야 한다면서 거액의 부적이나 굿 값을 요구한다면 십중팔구 사이비다.
3 생명 위협
점을 보다가 대뜸 '큰일 났어!, 이거 곧 죽겠네 죽겠어!!쯧쯧' 이렇게 말하는 역술인이 있다면 사이비다. 위에서 '필요없는 풀은 없다'는 정신이 사주명리학의 태도다. 만일 '죽을 일'이 사주에 나오더라도 이를 토대로 위협하기보다 준비를 시키거나 피해가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이 역술인의 자세다.
그런데 곧 죽겠다며 겁을 잔뜩 주거나 사업이 폭삭 망한다느니 자녀가 큰일 난다면서 부적으로 운을 바꾼다고 한다면 사이비다. 한 사람의 운을 역술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역술인은 앞으로의 운을 대략적으로 알려주고, 피해야 할 방도를 논의하는 상담사다. 운을 알려주고, 미리 대비하도록 시키는 것이 역술인의 일이다.
사람의 운을 바꾼다며 동판이나 은판에 이름과 사주를 새겨 수십만 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런 역술인들은 거의 사기꾼 수준이다.
사람의 인생은 새옹지마의 연속이다.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역술인은 사주를 해석해서 잘될 때 나아갈 것을 알려주고, 안될 때 물러서는 준비를 사전에 알려줄 뿐, 운을 바꾸는 일은 듣는 사람이 알아서 할일이다.
``얼굴의 상(관상)이 제아무리 좋아도 몸(신체)이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심상)만 못하다`` -마의상서-
결론적으로 운명학은 인간의 마음보다 앞서나갈 수 없다. 그냥 노력하는 것보다 운명을 알고 노력하면 효율적이며, 결과가 좋을 뿐이다. 역술인은 사람들이 각자 타고난 삶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는 사람들일 뿐, 신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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