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모두들 하고 있습니까 [기타노 다케시.2014]

by 도양강 2019. 4. 18.

기타노 다케시는 일본의 대표적인 예능인(영화감독)이다. 우익성향으로 알려져 있고, 최근 험한 발언을 하는 등. 한국에서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닌 듯하다. 단, 기타노 다케시의 삶은 철저한 노력파 그 자체이며, 일본식 유머(타부를 정면공격)의 창시자다. 그래서 금기시하는 영역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그의 화법은 다케시의 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 기타노 다케시는 영리했다. 책 제목과 달리 '정치', '철학'에 관련된 부분은 피하고 있으며, '연애', '결혼생활', '돈', '행복', '우정'과 같은 분야에 대한 생각을 솔직히 밝히고 있다. 이런 분야는 어차피 사생활 영역이므로 개인의 솔직한 생각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켜도 출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묘하게 대중의 르상티망을 건드려 오히려 솔직한 사람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결혼' | 두번째로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라

 


두 번째로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말은 미칠 듯이 사랑해서 하는 결혼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클수록 기대도 더 크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감도 클 수 밖에 없다. 
큰 실망감은 우울증이나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돌아온다.


 

결혼의 색깔은 장밋빛이 아니다. 운전을 생각해보자. 이동의 자유를 만끽하려고 운전을 시작했지만 막상 운전시간의 대부분은 출퇴근이나 가족여행이 전부다. 스포츠카를 타고 영화처럼 제로백을 질주하는 상황은 사실상 거의 없다. 고속도로는 온통 과속단속 카메라가 줄지어 있고, 시내주행은 짜증나는 정체의 연속이다.

 

하지만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보면, 언제든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정신적인 안정감이 바로 운전자의 행복이며, 또한 결혼의 만족감 역시 이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므로 결혼을 통해 평생 자신이 꿈꿨던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가정이란 운전면허를 따고 차로 뒤범벅된 출퇴근 도로에 나가는 것과 같이 그야말로 고생 투성이다.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사이도 결국 자식이나 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와 같은 고생(육아,부부갈등,친척관계)이 비로소 인간의 정신적 성장에 도움을 준다.

 

즉, 결혼이 구속이자 책임의 연속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자신에게 맞는 결혼 상대를 볼 수 있으며, 그래서 결혼상대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고통을 함께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결혼할 때 각오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나이 든 장모님의 얼굴을 20대 신부의 얼굴에 대입해보라. 
파릇파릇한 부인의 얼굴은 곧 장모님처럼 된다. 

남자는 의외로 나이를 먹고 여유가 생기면 얼굴이 좋아진다. 
그런데 여자는 눈사태라도 난 것처럼 허물어지고 확실하게 점점 시들어간다. 
그 점에 대해서는 단단히 각오하고 덤벼라. 

평생을 같이 볼 자신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행복' | 행복은 사실 과정에 있다


모든 행복은 그야말로 순간적이다. 
영원한 행복이란 없다. 

그 순간적인 행복을 얻기 위해 계속 고생해야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괴롭든 어떻든 뜨거운 인생을 살려면 
몇억 도의 고온으로 활활 타올라야 한다. 

운동도 취미도 사랑도 몸이 망가질 때까지 해야 한다.


 

행복을 섹시함에 비유해보자.

 

'섹시함'은 정도가 심해져 과도한 노출이 되면, 오히려 전혀 섹시함이 사라진다. (스모 선수가 모래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하는 모습이 섹시한 것) 즉, 섹시하다는 것은 태도에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완벽히 몰입하고 있는 상태」 이것이 섹시함이다. 행복 역시 완벽함에 이를 수 없듯, 인간은 반드시 지루함을 느끼게끔 설계됐다. 그래서 사람은 지루함과 따분함이 길어지면 곧 나쁜 생각을 하게 된다.(호기심과 모험으로 포장됨) 그리고 종전의 행복도 끝이난다. 영원한 행복은 동화책에나 존재할 뿐, 행복은 순간적이다. 지나고나서 보면, 행복으로 향하는 과정이 곧 행복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연애' | 연애는 분위기가 전부다


길거리 헌팅은 외모나 재력보다 '장소'가 중요하다.


 

연애는 결혼과 달리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분위기가 전부다. 가령, 오전시간, 관공서에서 헌팅을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사기꾼으로 오해받을 것이다. 애정 행각이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곳에서는 이상한 짓(?)이 되고, 설사 연예인급 외모라 하더라도 신고당할 수 있다. 반대로 노을이 지고있는 저녁시간, 해변과 같은 장소에서는 암묵적으로 헌팅이 허용된다. 적어도 신고는 당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연애의 세계에서는 모두 환상을 꿈꾸기 때문이다. 동화 나라에서조차 자신감 없는 찌질이랑 놀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연애에서는 절대 저자세로 나가서는 안 된다. 어차피 한번 놀려고 하는데, 자신감이 없는 사람과 놀았다가는 평생 찌질한 기억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육아' | 애완동물과 자식의 차이점


자식을 사랑한다면, 자식과의 관계에서는 '승부'를 내야 한다. 
이것은 평생에 걸친 전쟁이다. 

자식의 손을 잡아줄 때는 자식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일 때 뿐, 
오냐오냐하고 키웠다가는 나중에 웃긴 일이 벌어진다. 

'이건 네 돈을 빼앗으려는 장삿속이야'라고 분명하게 말해줘야 한다. 
무조건 '그런 짓 하지 마!'라고 할 건 아니다.


 

자식은 애완동물과 다르다. 콘테스트에 나가지 않는 한, 애완동물을 잘 키워서 사회에 내보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식은 다르다. 가족의 구성원이자 사회의 일원이다. 자식의 생각과 행동은 가족 내에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사회와 국가에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부모는 사회적 관점에서 자식교육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안목' | 지혜는 접점에 있다


스트리퍼는 팬티를 입을 때가 부끄럽다. 
스트리퍼가 일(알몸으로 춤 추는 것)을 다 마치고 팬티를 입을 때면 부끄럽다고 한다. 

스트립쇼가 끝나고 속옷 입는 모습을 엿볼라 치면 
'보지 마요!'라고 화를 낸다. 

왜? 

스트리퍼에게 알몸 춤은 공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적인 일(속옷 입기)이 공개되면 부끄러운 것이다. 
이는 일과 일상의 접점이다. 

이렇게 모든 것은 접점이 있다. 


접점을 건드리는 것은 대부분 타부가 되고, 
문장가들을 미묘하게 접점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접점을 찾고 활용한다는 의미는 흐름을 파악하는 행위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흐름이 있다. 흐름 속에서 주기가 발생하고, 주기가 반복되면 패턴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접점은 반드시 흐름 앞에 있다. 이때 패턴을 찾는 자는 학자가 되고, 주기를 알고 있는 자는 부자가 된다. 또, 흐름을 이해하고 깨닫게 되면 리더가 되고, 미래의 접점을 보는 자는 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