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글쓰기

캐릭터 소설 쓰는 법(1) [오스카 에이지.2005,2013]

by 도양강 2018. 10. 17.

캐릭터 만들기는 방정식과 같다. 

과거 '오스카 에이지'는 캐릭터 만들기를 공식처럼 정의했다.(2005) 이후 많은 캐릭터 소설과 웹툰이 등장했고, 실제 그의 분석들은 옳았다. 그런데 캐릭터를 붕어빵처럼 찍어낸다는 그의 주장에 대한 반발 탓에 2013년, 2판으로 발행한 책은 혹평을 받았다. 단, 개인적으로 '오스카 에이지'의 캐릭터론에 동의하며, 음악 분야의 걸그룹이 판에 박힌 듯 생산되듯 소설 역시 공식처럼 찍어내는 방식이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 

 

 

 

 


| 캐릭터 제작 1 「추상화」  

먼저 모델이 될 캐릭터를 '추상화'해야 한다. 이름이나 나이, 성별, 캐릭터가 속하는 세계관을 모두 버리되, '일곱 얼굴을 가진 탐정'이라든지 '머리가 해골 모양인 남자' 같은 정도로 캐릭터 고유의 특성이 사라질 때까지 추상화한다. 그리고 추상화를 통해 일반적인 캐릭터 묘사가 완성시켰다면, 모델과는 전혀 다른 외모나 성별, 이름, 시대 배경을 부여한다. 만일, 해당 단계까지 추상화를 성공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캐릭터의 유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유명 애니메이션이나 소설을 보면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다른 캐릭터로 '변환'하는 연습은 캐릭터 제작의 필수적인 훈련 코스다. 어떤 캐릭터건 추상화를 통해 얻은 묘사에서 점차 구체적이고 특수한 특성을 첨가하며 완성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즉, 캐릭터를 생성하는 방정식이란 아래와 같다. 


Y = f(x) 

 

Y는 구체적인 캐릭터이며, 이름을 갖고 있다. 여기서 'f'는 '일곱 얼굴을 가진 탐정'이라는 추상적인 캐릭터의 특징을 의미하며. (x)는 추상적인 컨셉을 구체화하는 요소이다. 해당 공식을 바탕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슬레이어즈'에 등장하는 제로스와 사이버 포뮬러의 '브리드 카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제로스 = 마족 왕들을 보좌하는 보좌관 ( 중성적, 마법사, 인간적, 마술사, 꽃미남 등..)
* 브리드 카가 = 거친 레이스를 좋아하는 철학있는 양아치(레이서, 전직 건달, 꽃미남, 실전에 강한 스타일 등..)

 

위와 같이 캐릭터들을 조사하다보면, (x) 안에 대입할 수 있는 요소는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개 (x)에 어떤 항목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개성이 달라지는데, 책에서는 '눈동자 색깔이 다른 캐릭터'를 예로 들고 있다.

가령, 색이 다른 눈동자 캐릭터에서, f는 '좌우의 눈 색깔이 다른 주인공(추상화)'이며, (x)는 '바코드'가 된다. 오스카 에이지는 캐릭터의 개성을 평가할 때, '(x)'와 f의 관계에 주목했는데, 만일 캐릭터를 상징하는 x가 구체적으로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다면 'f(추상화)'가 희미해진다. 다시 말해, x가 미약하거나 x가 나타내는 추상성이 미약하면 캐릭터성은 떨어지는 것이다.   

만일, 눈동자가 달라서 보통 사람들과 다른 세상을 본다고 설정해 보자. (x)의 특이성에 따라 캐릭터의 컨셉이 급격하게 변하게 된다. 가령,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캐릭터는 이를 감추기 위해 안대를 쓰거나 평상시 긴 머리로 눈을 가리고 다닐 수 있다. 그래서 적을 해치울 때만 안대를 벗거나 머리칼을 쓸어 올리는데, 이렇게 캐릭터를 정의하다보면 어느새 해당 캐릭터만의 매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컨대, 캐릭터 만들기란 거창한 작업이 아니다. 추상화를 거친 캐릭터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발전시켜 나가다보면 캐릭터는 자연스레 컨셉을 드러낸다. 

 


'좌우 눈동자의 색깔이 다르다'에서 출발하여 주인공의 능력이나 직업을 설정하고,

나아가서는 외모나 포즈까지도 끌어낼 수 있다.

'좌우 눈동자 색깔이 다르다'는 주인공 캐릭터에서 이야기까지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

 

-오스카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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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제작2::캐릭터 외모와 이야기 연결(얼개 작업)

캐릭터 소설을 작성할 때, 순식간에 50%를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작업은 '캐릭터 외모'와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작업이다.

 

가령, '눈동자 색깔이 다른 소년이 귀신과 싸우는 이야기'와 '좌우의 눈동자 색깔이 달라서 귀신을 잡으러 나서야만 하는 소년이 갈등하면서 싸우는 이야기'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좌우의 눈동자 색깔이 다르다'는 캐릭터의 요소와 '귀신을 잡으려 나선다'라는 드라마의 뼈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것만 주의하면 '이야기'의 절반은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최신 트랜드를 따라가려다(외모,패션) 자칫 잘못하면 '좌우의 눈동자 색깔이 다르다'는 아이디어의 독창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캐릭터 제작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좌우의 눈동자 색깔이 다르다'는 설정은 반드시 앞으로 전개될 드라마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만 한다. 이 관계에 따라 캐릭터와 스토리의 흐름이 정해진다. 

 

만일 캐릭터의 설정(외모)과 캐릭터의 행동 원리가 연결되어 있지 못하면 '세계관'이 맞지 않는다거나, 캐릭터 성격이 불안정하다는 식의 비판이 나온다. 아무리 특이한 개성이나 독창적인 캐릭터를 설정하더라도 해당 캐릭터의 외모가 이야기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좌우의 눈동자 색이 다르다' -> '한쪽 눈으로는 남이 볼 수 없는 걸 본다' -> 이런 자신의 능력을 좋아하지 않는다 -> 그래서 내향적이다. -> 사람을 싫어한다' 

 

캐릭터 설정과 캐릭터의 성격 그리고 행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왜 귀신을 잡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지와 통한다면 구성이 아주 탄탄한 스토리가 탄생한다.

 

 

▷캐릭터 제작3::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법(패턴 만들기)

독창성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많은 자료와 정보에서 탄생한다. 과거의 영화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만화를 찾아보자. 그 속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한 캐릭터나 이야기를 발견한다면, 광맥을 찾은 셈이다. 과거의 캐릭터들 속에서 자기만의 패턴 목록을 만들 수 있으면 그게 '개성'이요 '독창성'이 된다. 

 

가령, 특정 도시에 적합한 캐릭터를 만든다고 한다면, 해당 지역의 전래동화나 90년대 만화를 보면서 캐릭터를 찾아보고 패턴을 발견하여 해당 도시의 특징과 조합해보는 것이다. 여기서 뭔가 특정 지역에 관련된 이야기(캐릭터) 패턴을 찾는다면, 그 자체로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지나간 작품 속에서 캐릭터를 구성하는 패턴을 발견하자. 그리고 시치미를 뚝 떼고 패턴을 조합하여 캐릭터 소설로 옮겨보자. 틀림없이 '독창적'이라는 절찬을 받을 것이다.

 

데즈카 오사무는 '패턴의 조합'을 두고, 자신의 만화를 '기호'들의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내 그림은 놀라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화나면 눈살을 찌푸리면서 얼굴을 앞으로 내밀지. 한 마디로 패턴이 있어. 일종의 기호지. 그래서 이 패턴과 저 패턴을 조합하면 하나의 그림이 되는거야. 순수 회화가 아니라 생략할 건 최대한 생략한 기호라고나 할까.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만화란 표현 수단, 즉 부호에 지나지 않아서 실제로는 그리는 게 아니라, 어떤 특수문자로 이야기를 쓰는 것 같은 거야" 

 

데즈카는 자신의 만화를 '기호'라고 한다. 기호란 '패턴'이요, 자신이 그리는 그림은 패턴과 패턴의 조합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패턴이란, 화난 아톰을 표현하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캐릭터 감정별 얼굴 위에서 세 번째 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림을 뽑아서 그리면 된다는 식이다. 이렇게 자신의 패턴 데이터베이스에서 표정 패턴을 조합하여 한 컷 한 컷 그리면 아톰 만화가 탄생한다. 

 

한국 웹툰에서도 패턴이 존재한다. 웹툰 캐릭터의 화가 난 표정이나 황당한 표정은 분명 어느 만화의 표정을 갖고 온 것이다. 또한 구성상의 흐름에도 항상 패턴이 존재한다. 특정 웹툰의 주인공이 매번 하는 행위는 기존의 패턴대로 움직인다. 패턴이 존재할 때 '팬층'이 두터워지고, 작가만의 스타일이 완성된다. 이와 관련하여, 데즈카 오사무는 과거 애니메이션이나 다른 작가들의 여러가지 패턴을 데이터베이스로 모아 놓은 후에 사실적인지 만화적인지와 같은 그림의 사실감 정도까지도 섬세하게 패턴으로 조합해야 함을 말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패턴을 말하자면 크게 3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데즈카 오사무의 패턴형 캐릭터 만들기]

 

1) 머리카락이 없는 벌거숭이 캐릭터를 그리고, 악역일 경우 코 모양, 아기일 경우의 체형, 소년의 경우 등...과 같은 패턴으로 캐릭터를 변형한다. 이 방법에는 머리카락만 바꾸면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비평을 들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주인공다운 패턴을 사용하고, 악역이나 조연다운 패턴을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안정감을 안겨줄 수 있다. 

 

2) 머리모양, 옷차림, 소도구 등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구체화하는 패턴이 있다. 캐릭터에 따라 옷차림을 다르게 만듦으로써 이건 '아톰'이구나. '마법사'이구나 하는 식의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다. 머리카락, 옷, 신발 등.. 장신구에 따라 캐릭터를 다르게 만든다. 

 

3) 캐릭터의 연기(행동) 패턴에 따라서 특이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놀라면 캐릭터가 공중으로 뛰어 오른다거나 하는 식의 방법으로 캐릭터의 특징을 되살릴 수 있다. 


 

'화풍' 즉 작가의 '개성'이란 것도 실은 패턴의 조합이다. 여기서 의아해 할 수도 있다. '개성'이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거라고 배웠기 때문이고 또 그렇게 믿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착각을 깨야할 때이다. '유형적 = 독창성이 없다'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패턴의 조합에 의해 탄생한 캐릭터나 이야기 구조 방식도 충분히 창의적이며 독창적이다. 물론 천재라면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지만 일반 소설가나 작가라면 패턴의 조합으로 독창성의 영역을 확보하는 편이 효율적이며, 천재일지라도 처음에는 패턴의 조합으로 시작해야 한다. 유형적인 것과 개성적인 것은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동일 선상에서, 고전문학도 역시 패턴의 조합이다. 과거 이야기꾼은 모든 이야기를 전부 외우고 다닐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이야기를 모두 할 수 있는 이유는 '패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턴을 알고 있으면 중심 소재나 아이디어 하나에서 이야기를 지어낼 수도 있다. 문학 속의 문장에도 패턴이 있으며, 만화처럼 기호적이면서도 사생적인(실제를 묘사한)것과 결합을 통해 창조적이며 독창적인 방법을 만들 수가 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패턴을 찾는 방법이 곧 새로운 장르가 된다. 가령, '초현실'에서의 새로운 장르를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초현실에서의 새로운 패턴은, 비현실적인 방법(기호적 패턴)으로 현실주의를 그리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방법(기호)으로 현실을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초현실주의 영역이 들어서는 작가만의 패턴을 개발한다면, 이는 초현실계의 새로운 패턴이라 부를 수 있다. 

 

 

캐릭터소설쓰는법 ::4 헐리우드 영화 각본술 따라하기(헐리우드 각본술 포스팅 따로 정리 &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