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메이커(2)[오스카 에이지.2014]
-결핍-
시나리오 작성에서 결핍은 상황설정에서 갈등으로 연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약하다면, 초반의 상황설정에서 결핍의 힘이 부족한 탓이다. 책에서 오스카 에이지는 많은 사례를 들어 결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캐릭터 만들기::결여와 회복
아톰처럼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신체적 결함이 발생해서 그 결함을 평생 안고 살아가는 숙명에 처한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 선천적인 결핍을 평생 끌어안고 나아가는 캐릭터 유형을 '피노코'라 한다. 우바카와(바밧카와)를 벗으면 원래로 돌아오는 것과 달리 피노코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지만 계속 싸우거나 나아가야 하는 존재가 된다. 캐릭터란 피노코처럼 반드시 이야기라는 뼈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 가령 '헬로 키티'처럼 이야기가 없는 캐릭터가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야기와 캐릭터는 분리할 수 없다.
데즈카 오사무에 나오는 캐릭터를 살펴보면, 성흔 역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성흔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의해 일반적인 세계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운명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이 뭔가 결여된 상태일 때 이야기는 움직이기가 쉽기 때문에 성흔을 넣어서 운명을 창조하고, 운명에 맞서는 상황을 그려나간다. 아톰의 경우 '성장하지 못하는 몸'이 일종의 성흔(남과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결여가 발생한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 결여된 상태를 회복하고자 노력해 나간다. 따라서 성흔이 굳이 신체일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서 성흔은 그림자여도 되고 캐릭터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징적인 것일 수도 있다.
'무언가 빠져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에너지는 뭔가 허전한 2%에 핵심이 존재한다. 과거 민담이나 각종 신화, 전설도 이와 같은데 책에서는 러시아 민속학자 브라디미르 프로프를 예시 자료로 설명한다. 프로프에 의하면, 이야기의 진행시키는 최소 단위는 캐릭터의 '행위'이다. 하지만 민담의 최소 단위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으며, 다른 요소들과 조합함으로써 의미를 갖는다. 민담의 결여를 살펴보자.
<< 프로프의 민담분석 예시 [결여]>>
a. 부재
a1. 신붓감 혹은 일반적으로 주변 인물이 결여되어 있다.
a2. 마법도구나 조력자가 결여되어 있다.
a3. 진기하고 희한한 물건이 결여되어 있다.
a4. 죽음(사랑)이 담겨 있는 마법의 장치(알)가 결여되어 있다.
a5. 금전이나 생활의 수단이 결여되어 있다.
a6. 그 밖의 갖가지 형태가 결여되어 있다.
이야기는 부재로 시작하거나 가해로 시작할 수 있는데, 가해는 아래와 같다.
b. 가해
b1. 인간을 납치한다.
b2. 마법도구를 약탈한다.
b3. 주술력을 가진 조력자를 힘으로 빼앗는다.
b4. 씨앗을 빼앗거나 하여 모든 것이 망가지게 한다.
b5. 낮의 빛을 빼앗는다.
b6. 다른 형태로 (다른 대상을)약탈한다.
b7. 신체에 해를 가한다.
b8. (희생자의 모습을)갑자기 지워버린다.
b9. 신부는(기억을 상실했으므로) 신랑을 잃는다.
프로프가 설명하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부재> -> 2<금지> -> 3<위반> -> 4<정보 요구> -> 5.<정보 입수> -> 6<책략> -> 7<방조> -> 8<가해 혹은 결여> -> 9<파견>-> 10<임무 수락> -> <출발> -> 12<선행,행동> -> 13<반응> -> 14<획득> -> 15<공간 이동> -> 16<투쟁> -> 17<표식>-> 18<승리> -> 19<가해 혹은 결여의 회복> -> 20<귀로> -> 21<추적> -> 22<탈출> -> 23<은밀한 귀환> -> 24<가짜 주인공의 거짓 주장> -> 25<난제> -> 26<해결> -> 27<인지> -> 28<폭로> -> 29<변신> -> 30<처벌> -> 31<결혼 혹은 즉위> -> 끝
프로프가 설명한 민담의 형태를 참고해서 새로운 시나리오 기법을 만든다면, 카드식(이야기 체조)으로 내용을 적은 후에 랜덤으로 뽑는 방식을 활용한 공장식 스토리를 찍어낼 수가 있다. 스토리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야기에서 본질은, 이야기는 항상 균형을 향해 진행된다는 데에 있다. 초기 상황설정에서 캐릭터이건 상황이건 뭔가 '결여'되는 순간부터 민담의 이야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방식은 다를 수 있음) 만일 초기 상황을 결핍에서 과잉으로 바꿔도 이야기는 저절로 움직인다. 먼저 자신의 창의성에 따라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라. 어쨌든 불균형 상태를 만들면, 나머지는 그대로 진행된다. 균형과 불균형은, 이야기를 움직이는 엔진 중의 하나이다. 가령, 시작 단계에서 주인공의 신체에 무언가 이상이 있다면 이 엔진은 훨씬 발동하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성흔과 같은 속성은, 주인공의 속성으로 무척 매력적일 수 있다.
또, 균형과 불균형을 질서와 반질서로 바꿔도 되며, 이를 현실과 초현실로 변경하더라도 무방하다. 핵심은 균형이 깨진 형태를 생각하는 것에 있다. 할리웃 영화처럼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대결 구도를 만들수 있고,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처럼 능력자와 비능력자로 나눠도 된다. 뭔가 갖고 있다는 것이 물건이건 능력이건 상관없다. 불균형을 상징하는 메시지는 무한하다. (여기서 상상력이 발휘된다) 김탁봉 만화처럼 귄위를 불균형,균형의 정점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김탁봉은 '권위'나 '명성'이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눠서 출발했다) 가치관, 환경 차이 등..모든 대립구도는 이야기 시작으로 좋다. 특정 상황으로 인해 성흔을 얻어서 능력을 얻어도 되고(과잉), 좋지 못한 상태로 능력이 진행되도 상관없다.
균형이 깨졌다면, 절정도 극단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다. 가령, 성흔을 가진 캐릭터에서 성흔을 건드리면 불균형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폭주하며 균형을 일거에 뛰어넘을 때 '폭발'과 쾌감이 나온다.
단, 주의할 점은 주인공이 너무 쉽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주인공은 항상 주변의 뭔가에 의해 움직이도록 만들어진다. 우리는 학교나 사회에서 자기 의지를 갖고 행동하고, 주체적이기를 요구받는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와 허구의 주인공은 다르다. 캐릭터론의 시각에서 보면 세상은 완전 반대다. 주인공은 철저하게 수동적이다. 주인공의 의지로 진행되는 것은 오직 '출발'뿐이다.
가령, 김탁봉의 만화에서도 김탁봉은 자기 의지로 움직이지 않는다. 뭔가 불균형을 알아차리고, 그 속에서 큰 균열을 초현실적으로 혹은 너무나도 큰 일을 언어유희나 상식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김탁봉은 움직인다. 즉, 유치한 B급물과 고급 B급물의 차이는 주인공을 움직일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고급 정보'에 따라서 결정난다. 유치한 B급물 같은 경우 주인공은 스스로 움직인다. 말 그대로 B급물 작가가 캐릭터에서 직접적으로 보이면 이는 실패한 것이다.
민담에서 주인공은 결핍이 되어 뭔가를 찾기 위해 떠나거나(탐색자형) 혹은 쫓겨나서 어쩔 수 없이 여행을 시작하는 경우(피해자형)에서만 출발하고 움직인다. 여기서 주인공은 출발하더라도 미적거리거나 상당히 우유부단하다. 에반게리온의 '신지'같은 경우, 사도와 싸워 달라는 성원을 주변에서 받지만 마지막까지 무기력하게 저항한다. 잘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미션을 의뢰받거나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되는 패턴은 흔하다. 정의의 사도 캐릭터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능력을 갖게 되거나 임무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악의에 맞서기 위해 정의의 사도가 된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오히려 우스꽝스럽고, 억지로 강요하는 피곤한 스타일의 영웅이라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그레마스는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의뢰받지 않으면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레마스의 행위자 모델을 살펴보면,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대상물'을 어딘가로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누군가'가 그것을 방해하고, '누군가'가 그것을 돕는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받은 영화를 살펴보면, 주인공들은 대부분 피해자들이다. 메트릭스의 네오나 트랜스포머의 샘 워웍키 역시 사건에 휘말리는 피해자가 아닌가?
그렇다면 수동적인 주인공을 어떻게 이야기에 참가시킬까? 이 부분에서 B급물과 일반 이야기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정석적인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성흔을 부과받거나 결여가 발생한다. 또한 주인공을 억지로 출발시키기 위한 조력자 캐릭터들이 대거 투입된다. 반면, B급물은 시공간을 초월한 방식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설정으로 주인공이 출발한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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