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글쓰기

Ⅲ「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데이먼 나이트 저 | 정아영 역 | 다른 | 2017 [소설 실전편]

by 도양강 2017. 10. 26.

극 연기와 카메라 연기의 차이점은 '관객의 유무'이다.

관객 앞에서 연기를 하는 연극배우는 관객의 반응을 몸으로 느끼면서 연기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사실상 무대 밖은 관객으로 가득차 있다.  연극 배우는 관객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면서 연기를 한다. 대사를 말하고, 감정을 느끼면서 잠깐의 '여백'을 마련한다.  일일이 관객의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관객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끼면서 호흡한다.

 

연극은 아주 조금씩 관객의 분위기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연극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때는, 알게 모르게 제 4의 관객이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격정적인 호흡 뒤에는 관객이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아마추어 배우는 관객이 없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비록 성대의 울림이나 감정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대본에 있는 느낌만 살렸을 뿐이다. 관객의 느낌이나 반응은 연기와 섞이지 않는다. 수준급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도 보이지 않은 관객을 설정한다. 마치 눈 앞에 관객이 있는 것처럼 디테일을 살려낸다. 이에 반해, 아마추어 배우들은, 마냥 대본을 흉내내는 로봇 강아지처럼 반응한다. 

 

단편작성 : 독자의 질문에 답하라

단편 소설쓰기 역시 연극배우와 관객의 관계가 적용된다. 아마추어 작가는, 독자가 없는 것처럼 글을 쓴다. 독자가 들어올 공간을 주지 않는다. 다음 초등학생이 쓴 글을 보면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엄마가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슬펐다. 앞으로는 xx를 안 해야겠다'

 

만일, 독자가 바로 앞에 있다면, 윗 문장에 대해서 어떤 질문을 할까?


1) (독자) 화가 난 엄마는 어떤가요?

=> (수정) 엄마는 회초리로 사용할 가늘고 기다란 막대기를 찾기 시작했다.

 

2) (독자) 무엇 때문에 슬펐나요?

=> (수정) 거짓말을 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한다면,

분명 엄마는 기운없이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계셨을 것이다.

힘 빠진 엄마를 보느니 차라리 거짓말이 나았다.

 

 3) (독자) '앞으로'가 언제를 말하는 건가요?

=> (수정) 10월 4일, xx 결과도 발표된다. 이 결과를 어떻게 감출지가 문제다.


작가는 글을 작성하면서, 반드시 아래 다섯가지 질문에 답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1)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가? '인물'

2) 왜? 인물은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는가? '동기'

3)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 '주제'

4) 어디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가? '장소'

5) 언제 일어나는 이야기인가?


소설쓰기를 시작할 때는, 위의 다섯 가지 질문 중에서 네 가지 질문에 관한 답을 최대한 빨리 첫 페이지에 내려야 한다. ('왜'와 관련된 답은 주로 약간 나중에 나온다). 만일, 독자가 멋대로 상상해버린 후에 작가의 답이 나오면, 독자는 혼란에 빠진다.

  

 

1 「인물」

인물에 관해서는, 작가가 인물을 정말 자세하게 알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호기심이나 호감 혹은 비호감을 느끼는데 가장 최악은 '무관심'이다. 어떤 영화건 인물이 매력적이라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만큼 인물이 갖는 파워는 강력하다. 반대로, 인물에 관한 독자의 호기심과 반응이 없다면, 흐름을 이끌어가기가 힘들어진다.

 

 

 주변에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면 떠올려보자.

 

그가 재미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해당 인물이 갖는 독특한 개성이 평범한 일도 독특하게 만들어버린다. 반면에 사람이 싫어지면, 모든게 싫어진다. 따라서 캐릭터가 독자에게 흥미를 이끌어낸다면, 해당 소설은 '표준형'플롯을 짜더라도 개성있는 소설이 된다. 데이먼 나이트는 인물을 개성있게 만드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시도를 추천한다.

 

1) 인물마다 약력을 써본다

생년월일, 태어난 장소, 부모,학력,경력,지연,취미,버릇 등.. 무의식과 함께 인물과 대화하고 그리면서 인물에 작가 스스로 빠져들어야 한다. 대충 아무렇게나 지어내다보면, 작가 스스로도 해당 인물에 관심이 떨어지고 심지어 글을 쓰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자라난다.

 

2) 인물을 소설 속 다른 인물의 입장에서 묘사해본다

이 연습을 하면, 인물이 단순히 무대장치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난다. 당연히 독자도 인물에 대해서 생생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3) 인물의 일상적인 일과를 장면대로 써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할지, 길을 걸을 때, 물건을 살 때 등.. 일상의 사소한 행동들을 장면으로 떠올리면서 써 본다.

 

4) 인물의 인생에 일어난 짤막한 사건을 하나 써본다

작품에 집어넣지 않더라도 인물에 관한 뭔가를 드러내 보이는 사건이어야 한다.

 

5) 첫 번째 인물과 전반적으로 닮은 두 번째 인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두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써본다. (작품에 집어넣지는 않는다.) 만약 두 사람이 주는 인상이 너무 비슷하다면, 다시 써야 한다. 차이점이 없다면, 첫번재 인물이 전형적이라는 증거다.

 

 인물을 쓸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대중매체'나 '직업'이 주는 인상을 그대로 이용하려는 '정형화' 충동을 떨쳐내야 한다. 그건 독자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고작 그런 것을 보여주는 작품을 돈 내고 읽을 독자는 없다. 소설쓰기에서 '독자'도 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작가는, 철저하게 소설 속의 인물이 되어야 한다. 인물이 갖고 있는 배경과 지식 및 습관에 따라서 생각하고, 동기가 있다면 동기대로 느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경찰관이 살인범을 옹호하는 플롯이 만들어질 수 있고, 소방관이 방화에 쾌락을 느끼는 소설도 탄생할 수 있다. 만일 인물에 100% 몰입할 수 없다면, 인물과 가상의 대화를 나눠보자.

 

"왜 그랬어?"와 같은 질문을 인물에게 하다보면, 작가는 인물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2 「동기」

만약, '왜 인물은 그러한 행위를 했을까?'란 질문에, '안 그러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되니깐'이라고 답을 했다면, -100점이다. 소설 속 인물에게는 그러한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는 해당 인물만의 '이유'가 있어야한다. 이것이 바로 '동기'다.

 

 '동기'가 강력할수록 인물이 보여주는 행위도 강력하다. 반대로 '동기'가 사소하면, 소설 전체가 사소해진다. '동기'는 갈등으로 이어지는데, 인물에게 강력한 동기가 없다면 갈등의 축적이 이뤄지지 않고 지루한 전개가 이어진다. 모든 등장 인물들은 각자 자신만의 세계와 동기를 가져야한다. 만일 보조인물 B가 주인공 A의 동기와 사건에 보조역할밖에 못한다면, B가 소설에서 하는 역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

  

굳이 소설에 필요없는 인물이 있다면, 독자들이 먼저 알아차린다. 아무런 동기나 이익도 없이, 소설 속에서 어떠한 행위를 한다면 그 누구의 공감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동기'는 인물을 가장 개성있고 특색있게 만드는 마법이다. 직업은 같지만 동기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 이 차이가 소설의 플롯을 특색있고, 긴장감 있게 만든다. 이유없이 존재하는 인물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하자.

 

 

3 「주제」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

사람들은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보다는 좀더 실생활에 가깝고, 몸에 와닿는 주제에 관심이 많다. 소설의 주제가 너무 계몽적이거나 철학적이라면, 독자들은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소설의 도입부에서 '무엇에 대한 소설이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면,독자가 책을 그대로 덮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명작들은 주제가 짧고 명확하다.

 

 ■ 하숙집, 제임스 조이스 : 기이한 결혼 이야기

 ■ 마크하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잔혹한 살인 사건 이야기

 ■ 금발 여인, 러시 파커 : 매력적이고 씩씩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

 ■ 교외의 남편, 존 치버 : 중년의 위기를 겪는 남자 이야기

 

주제는 실제적이고 명확할수록 좋다.

  

 

4 「장소」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마지막 장소는 디트로이트의 철강 제련공장이다. 만일, 액화질소로 얼어붙었던 액체금속 터미네이터 t1000이 있던 장소가 병원 같은 곳이었다면? 플롯 자체의 긴장감이 달라졌을 것이다. 장소만 잘 선택하더라도 플롯이 탄탄해진다.

 

데이먼 나이트는, 다음과 같은 '장소'에 관한 조언을 한다.


"가능한 한 전체적 인상을 강렬하게 주고(아치형 천장에 지하실 같은 방 안이 메아리로 가득 차 있었다) 다음으로 핵심적 세부 사항을 약간 보여준다.(벽에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스프레이 래커로 쓰여 있고, 누군가 그 밑에 "악착같이"라고 갈겨썼다)"


인물이나 장소에 대한 정보가 너무 낱낱이 나와 있으면 독자가 짜증스러워 하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만 골라서 제대로 내놓고, 독자가 알아서 채워넣도록 한다.

 

 

5 「시간」

시간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방송에서 '옥의 티'라고 일컫는 부분은, 대부분 시대적 배경과 다른 사물이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다른 배경과 인물이 배치되면, 해당 콘텐츠에 대한 신뢰성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시대적 배경이나 시간을 정했다면, 아래 질문에 답을 해보자.

 


1) 인물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어떻게 이동하나?

2) 어떤 직업들이 있는가?

3) 오락거리는?

4) 옷차림은?

 

장소와 배경을 그렸다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시대적 배경에 맞게끔 조성하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