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글쓰기

Ⅱ「재미」 '현비론 응용편'

by 도양강 2017. 10. 24.

현비론이 모든 콘텐츠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재미 이론이라면, 이를 응용한 짧은 웹 or 모바일 콘텐츠를 위한 '권위 이론'을 만들 수 있다. 웹이나 모바일에서 소비되는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쇼트콤'(Short Situation Comedy)이라 작명하고 이를 이론으로 정리해보자.


[현비론 공식]

 

1. 현상에 대한 작가의 본질 인식

2. 인물, 상황, 배경 제시

3. 문제 & 미션 제시 

4. 권위의 무게 설정

5. 권위 축적(현실 무시)

6. 권위 제재(바보 캐릭터가 한술 더 뜨는 느낌)

7. 반대편 권위 축적

8. 제 3자 등장 => 최대한 빨리 권위를 삭제한다.

9. 메인 권위를 다시 지하세계로 끌어내린다.

10. 작가의 숨은 공유경험 등장하면서 권위는 모두 삭제된다.


권위 이론의 핵심은 성장한 권위와 암묵적 스토리의 충돌이다. 속된 말로 '병맛'의 핵심은 권위 키우기와 권위 제거하기가 핵심이다.

 

 

작가의 본질 인식[재해석]

현상 혹은 현실에 대한 작가의 재해석과 인식은 무조건 '웃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웃음이 날것일수록 작가의 재해석이 훨씬 깊어진다. 사회적 통념과 주입식 교육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생각이 아닌 순수 본능적 직감에서 튀어나온 웃음이야말로 웃음을 대하는 작가의 본질의식이 확실히 드러난다. tv,라디오, 책, 사람들, 동물, 트랜드, 사건, 현상 등 어떠한 것도 상관없다. 어떤 상황에서 특정 현상이나 사물, 사람 혹은 사건을 보며 '즐겁고' 재미난 것이 떠올랐다면 그것이 바로 작가의 본질 인식이자 작품의 시작점, 한 단어가 된다.

 

웃음이란 매개체를 통해 뭔가 기발한 영감이 떠올랐다면 이를 '터진 웃음'이라 한다. 터진 웃음을 느꼈다면, 한 단어, 키워드 단어를 통해 카드식 구조(비작무심구::구조)를 나열한다. 비작무심구의 시작은 키워드에서 출발한다. 비작무심구의 구조는 '권위형 구조'인지 '숨은 이야기형 구조'인지 등 스토리를 만들어가면서 하나씩 증가시킨다.(자신만의 구조 만들기)

 

영감과 아이디어란 측면에서 일반인과 작가의 차이는 크지 않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아이디어나 영감을 '구조'나 '이야기'로 정립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구조로 만들수 없다면 몽상가에 불과하다. 그래서 글쓰기 아마추어는 생각만 여러가지 하면서 떠오르는 영감을 족족 써버린다.

 

 인터넷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차이는 실행력인데, 이 실행력은 결국 구조짜기에 달려 있다. 작가의 글이나 작품을 보면서 '나도 만들겠다'라고 누구나 말은 할 수 있지만 막상 작품활동에 뛰어들자마자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구조'에 있는 것이다. 

 

작품활동은 영감과 아이디어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게 아니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은 철저하게 짜여진 틀 속에서 부분적으로 튀어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조를 본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가끔씩 튀어나오는 아이디어만 본다. 과거 '김탁봉'으로 불렸던 병맛의 달인과 이를 따라했던 수많은 아마추어들의 핵심적인 차이도 결국 구조에 있다. 김탁봉이란 작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특정한 이야기 구조를 터득했다. 본질을 파고드는 감각이 타고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는 자신만의 구조를 몸에 익혔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 할지라도 떠오르는 영감 그대로 전체작품을 밀고 나가면 졸작이 나온다. 자신만의 구조를 만들어 두고, 재해석한 현상이나 영감을 구조에 맞추면서 다시 창의적인 상상력을 결합시켜야만 특정한 느낌이 있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현비론은 이런 구조 중에서 가장 흔한 '묘한 일치'와 '숨은 이야기' 구조를 찾아서 세상에 공개했다. 

 

 

 

2 인물,상황,배경, 제시[상황설정]

현비론에서는 인물, 상황, 배경을 최대한 빨리 독자들에게 제시할 것을 강조한다. 괜찮은 방식이다. 단, 병맛물에서는 인물, 상황, 배경을 제시할 때 절대로 단순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실험대에 오른다. 

 

비작무심구에서 만든 구조의 순서대로 인물, 상황, 배경, 사건들이 제시된다. 이때 필요한 기술이 비작무심장이다. 무심수 8초식을 조합해서 제작한 비작무심장은 작가가 만든 구조에 양념을 뿌린다. 


A : ``김사장은 문을 세게 닫았다``

B : ``김사장은 문을 세게 닫자 알레스카로 이동했다`` [결폭진허수::비작무심장]


A상황은 구조에 충실히 작성한 글이다. 반면 B상황은 결폭진허수라는 기법을 넣었다. 결폭진허수는 공유경험을 중시하는 기법이다. 영화, 매트릭스2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문'에서 '텔레포트'라는 공유경험을 갖고 있다. 병맛물은 짧고 간결하며 강렬해야 한다. 따라서 간단한 상황설정조차 사소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 

 

억지 웃음으로 영감을 불어넣을 필요가 없다. 구조와 무심장의 정해진 틀 내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뿐이다. 그래서 훌륭한 병맛물 제작과정에는 뭔가 멋있거나 웃기려고 양념을 쳐야할 이유가다. 현비론은 무심장 기법 대신 '르상티망'을 사용한다. 르상티망 기법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보여주는 방식이다. 필터없이 보여주는 현실 앞에 관객은 그대로 몰입할 수 있다. 따라서 '와 어떻게 저렇게 있는 그대로 대놓고 말할까' 싶을 정도로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3 문제 & 미션 제[갈등 만들기]

인물과 상황 그리고 배경이 나왔다면, 드디어 이야기를 이끌어갈 강력한 엔진(미션과 문제)이 등장해야 한다. 어떤 이야기든지 문제와 미션을 해결하려 가는 과정은 이야기의 동력원이다. 가령,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 반지'가 없다면, 프로도의 여행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보통 이야기에서 미션과 문제에는 현실적 장벽이 있다. 주인공은 문제와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서 현실적 장벽을 뛰어넘거나 부딪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깊고 심오할수록 해결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그런데 인터넷 병맛물에서는 문제가 문제를 제시한다. 혹은 문제해결이 더 심각한 문제(현실에서는)를 유발한다. 

 

병맛물에서는 현실에서 문제가 아닌 사건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령, 배고픈 건 문제이지만 돈이 없는 상태(현실)에서는 당연히 아무것도 못 먹는다. 돈이 없는데 판매하고 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는 현실에서 문제가 된다. 이는 사회적 약속이며 금기시되는 행위다. 그런데 병맛에서는 이런 게 문제가 된다. 현실에서 더 심각할수록(살인,강도 등) 더욱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갭이 클수록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병맛물 작가들은 사소한 현실적 문제를 재해석하여 더욱 심오하고 어려운 문제로 둔갑시킨다. 반면, 실제로 심각한 현실적 문제들은 과감하게 장벽을 제거한다. 이로써 쾌락을 만들어낸다.


[병맛물 예시]

 

장발장은 길을 걷던 중 허기를 느껴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러나 돈이 없다.


위의 상황에서 문제는 돈이 없는 현실이다. 만일 평범한 소설이라면, 주인공이 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전개된다. 하지만 병맛물은 그렇지 않다. 병맛물에서는 돈이 있어야 하는 현실적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저것을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을까'란 질문만이 문제가 된다. 현금 부족이란 현실적 장벽은 과감하게 삭제된다. 그리고 독자들이 현실적 장벽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당할 때, 불현듯 다시 현실적 장벽이 등장해서 주인공이 난관에 봉착한다.(숨은 이야기 구조)

 

일반적으로 상황은 흘러가지만 문제의 위치와 초점이 완전 달라진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초점과 깊이를 초현실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데에 병맛물의 쾌감이 있다.

 

 

4 권위의 무게 설정[갈등 만들기]

인물이 등장하면 직업과 사회적 위치가 나온다. 또한 직업과 사회적 위치가 등장하면, 대부분 독자들은 해당 공유경험도 따라 나온다. 가령, 변호사라면 법률적으로 깊이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병맛물은 다르다.

 

껍데기만 사회적 위치와 권위가 씌워져 있을 뿐, 말투나 실제 행동(정작 가장 현실적인 부분)은 권위가 없다. 현실에서 높은 권위를 갖고 있는 캐릭터일수록 최신 유행어나 커뮤니티 용어를 사용하거나 관련 행위를 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로써 해당 캐릭터에 대한 권위를 인지하지만 이상하리만큼 권위가 쌓이지 않는 묘한 느낌을 받는다.

 

병맛물에서 권위 쌓기란 '겉과 속이 다른 행위'에 핵심이 있다. 껍데기는 반드시 엄숙하다. 일종의 패러디인 셈이다. 겉을 평가할 때는 상투적인 표현과 지극히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용어에 의해 엄숙하게 진행된다. 가령, 등장인물 설명에 등장하는 식의 '취팔선.78. 대한 소믈리에 협회' 와 같은 정확한 주석과 표현이 대표적이다.  

 

 

5 권위 축적[갈등 만들기]

권위를 축적하는 방법은 위와 마찬가지로 겉은 정확히 권위를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첫번째 충돌이 발생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껍데기를 권위로써 제시하지만 실제 언변이나 행동(내용)은 유아론적인 시각으로 움직인다. 가령, '대통령'이란 껍데기 권위를 갖고 있는 캐릭터가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한다. 


``대통령 : 야이 ㅄ들아 좀 빨리 먹쟈``  


여기서 대통령 옆에 있던 국무총리란 껍데기 권위가 대통령의 내부 권위(유아론적)와 충돌을 한다. 현실 세계라면 엄청나게 관용적인 표현과 공식적 행동이 나온다. 하지만 병맛물 독자들이 기대하는 건 관용과 공식적 행동이 아니다.

 

껍데기 권위와 현실적 권위는 독자들을 혼란하게 만들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당 권위의 충돌이 심할수록 몽환적 분위기는 더욱 커진다. 과거 김탁봉 작가는 해당 권위 부분에서 주로 '패러디'를 사용했다. 권위를 충돌시키는 장면에서 주로 패러디를 사용한 후, 실질 권위에 대한 독자들의 공유경험을 충돌시켰다.  

 

 

6 권위 제재[충돌 만들기]

권위가 충돌한다는 의미는 상투적이고 현실적인 권위와 유아론적 권위(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해당 갈등이 심각할수록(목숨과 관련) 권위 제재에 대한 효과가 크다. 이때 초보작가는 무작정 캐릭터를 죽이거나 때린다. 그래서 아무런 재미가 없고, 잔인하기만 하다.

 

권위를 제재한다고 해서 때리거나 죽여봤건 아무런 재미는 없다. 만일 때리고 죽이는 거라면 권위의 제재란 말은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권위는 껍데기에서 나왔다.위를 제재하려면 철저하게 껍데기로부터 생각해야 한다. 껍데기가 현재 상황에서 가장 강점이라 여기는 부분이다. 반면, 껍데기 권위 때문에 해당 캐릭터가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작가는 반드시 이를 찾아서 정확히 쳐야 한다.

 

가령, 위의 예시에 대통령이 뭐라 해서 싸우고 난 후에 권위제재로써 국무총리를 그냥 죽여서야 재미가 있을까? 현실에서 대통령이 가장 강한 부분이 뭔가? 군통수권자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미사일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권위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껍데기 권위에 당하는 입장에서는 촛불이 새로운 권위제재가 될 수 있다. 촛불(공유경험)로 협박하면 그 대통령이란 캐릭터에게는 이 세상 가장 무서운 게 될 수 있다.

 

프로 작가는 권위제재를 가한다고 무작정 때리거나 죽이지 않는다.

철저하게 해당 캐릭터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당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가장 무서운 방법으로 권위를 제재한다. 그래서 창의적이다.

 

 

7 반대편 권위 축적[축적]

그렇다면, 반대쪽의 권위는 어떻게 축적할까? 유치하게 하면 된다. 패러디로 축적한 상대 권위를 철저하게 상대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걸로 협박하면서 권위를 축적한다.

 

 

8~9 제 3자 등장[축적]

병맛물에서 제 3자는 항상 뜬금포여야 한다. 뜬금포들은 시트콤에도 항상 존재한다. 미국HBO 병맛 시트콤, '럭키루이'의 노숙자, 영국 병맛 시트콤, 'IT클라우드'의 고쓰족 임원, 한국 역대급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정신병자(윤기원). 어떤 병맛물이건 미친놈들이 한명씩 존재한다. 이들은 전혀 뜬금없는 상황과 장소에서 갑자기 등장한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뜬금포 제 3자 캐릭터는 실제 독자나 시청자들의 무의식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배경과 직업 그리고 기저에 깔린 사상과 정신적인 느낌은 이야기 전개와 묘한 일치를 이룬다. 따라서 3자는 그동안 잊혀졌던 메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병맛물에서는 메인 캐릭터도 갑자기 죽을 수 있고, 사라질 수 있다. 부수적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메인 캐릭터가 뜬금없이 묘하게 스토리 전개와 일치하면서 다시 등장해도 재미있는 상황이 전개된다.

 

제 3자의 역할은 권위가 모두 사라진 상태를 '지하 100층'까지 더 내려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누구 권위를 지하까지 끌어내릴 지는 '겉허세'를 부리는 캐릭터를 고르는 게 낫다. 가령, 김탁봉 스토리 중, '열혈학주'에서는 이미 머리만 남은 일진을 김첨지가 설렁탕으로 만들어 더 지하세계로 끌어내린다.

 

맥락상 뜬금없지만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제 3자는 반드시 남아서 지키려는 권위마저도 탈탈 털어서 초현실적인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10 공유경험과 숨은 이야기 연결[결말]

사건이나 현상을 보면서 뭔가 영감과 즐거운 부분을 심습법으로 떠올렸기 때문에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결말에서는 처음에올린 부분을 마지막 숨은 이야기로 연결하는 구조가 가장 안정적이다.

 

가령, 김탁봉의 경우, '열혈학주'에서 '일진 두발검사'는 시발점이었다. 작가는 두발검사에서 여러 헤어컷과 소머리곰탕을 동시에 떠올렸고, 해당 부분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이야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소머리곰탕을 김첨지 패러디와 연결시켜 공유경험(김첨지 학창시절 국어시간)과 연결시켰다.

 

또, '열혈스님'에서는 불교의 윤회론이란 공유경험을 마지막 달걀을 품는 상황과 연결했다.

'주정뱅이'는 ,소믈리에를 보며 써니텐을 떠올렸고, 마지막에 이를 연결시켰다. 작품 '거렁뱅이'는 거지가 사기치는 기사를 보며 거지가 사기당하는 영감을 떠올렸고 마지막에 이백만불 다리를 뺏기는 걸로 연결시켰다.

 

대부분 공유경험은 기사나 이론 현상을 보면서 이를 거창하게 포장하고 있는 것을 걷어내고허세걷기), 한번쯤 상상은 해보지만 (1)감히 입밖에 못 꺼내는 것들 혹은 대중이 상상하는 쾌감 (2)권위를 파괴하고 싶은 욕구, (3)마지막으로 가볍게 하기나 패러디하기로 영감을 붙이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