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은 무엇인가?
플롯은, 구조와 인물 그리고 상황이나 사건을 자아내기 위한 도구이다. 독자에게 끊임없이 호기심을 불어넣고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플롯은, 소설의 엔진이다. 데이먼 나이트는 플롯 예시를 아래 이야기로 설명한다.
연립주택에 사는 사람이 밤중에 신발을 벗으며 하나씩 바닥에 떨어뜨리는 습관이 있었다. 생각을 하며 벗느라 신발 두 짝을 떨어뜨리는 사이에 약간의 시간 간격이 있었다. 아래층에 사는 사람은 소음에 대해 수차례나 항의를 했다.
어느날 밤, 무심코 한쪽 신발을 벗어 떨어뜨린 그 사람은 불현듯 아래층의 항의를 떠올렸다. 그리고 다른 쪽 신발을 살그머니 바닥에 내려놓았다. 20분 후, 아래층 사람은 괴롭다는 듯 울부짖으며 말했다.
"젠장, 나머지 신발은 대체 언제 떨어뜨릴 거야!!"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것.데이먼 나이트(2017) -
플롯이 잘 드러난 단편을 꼽으라면, 대표적으로 '스티븐 킹'의 소설이 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위의 예시글처럼, 조그마한 사건에도 '나머지 한쪽 신발'을 기대하는 느낌을 갖는다.
플롯이 잘 짜여진 소설을 읽는 독자는 '갈등의 해소, 숨은 이야기, 사건의 진상'을 기대하며 책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래서 인기있는 작가들의 플롯은 독자들을 중독시킨다. 플롯의 종류는 크게 '표준형' , '폭로형' , '진술형' , '결단형' , '해답형'이 있다.
1 「표준형 플롯」
'안정적인 느낌'의 단편소설이 갖는 플롯뼈대는 다음과 같이 이뤄져 있다.
1) 인물 : 설득력이 있으며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 등장
2) 문제 : 인물이 갖는 동기와 강력하게 맞닿아 있는 혹은 부딪치는 심각한 문제 등장
3) 도전 : 인물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러가지 도전과 시도
4) 위기 : 인물(주인공)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
5) 해결 : 인물의 도전과 시도로 인한 문제 해결
최근 마블코믹스를 중심으로, 헐리웃을 주름잡는 영웅 시리즈를 살펴보자.
'아이언맨' ,'배트맨' ,'X맨' ,'스파이더맨' 등..
성공한(관객수가 많은) '히어로즈' 영화일수록 평범한 주인공이 영웅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논리적이다. 과거 슈퍼맨처럼, 이름도 모르는 머나먼 별에서 왔으니깐, 당연히 지구에서 날아다닌다는 식이 아니다. 인물의 직업과 사회적 활동 더 나아가 정치성향과 전문적인 지식까지도 자세하게 보여준다. 전설의 영웅 서사시처럼, 영웅의 힘은 '그냥' 생겨나지 않는다. 힘이 발생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전반부 스토리다.
헐리웃 영웅들은 힘을 얻게 된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동시에 갈등을 겪는다. (문제) 그래서 주인공이 힘을 얻게 된 과정 자체가 설득적이지 못하다면, 문제 역시 빈약해진다.
" 자신의 사업이(무기사업)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실을 직접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요인이 동기가 된 아이언 맨"
" 어릴적 부모님이 돈 몇푼으로 인한 강도짓에 무참히 살해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악한 이를 직접 처벌하겠다는 동기가 있는 배트맨"
" 돌연변이라 공격받고, 사회적으로 이단자 취급을 받으면서 발생한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서
각자 다른 동기를 갖게 된 x맨들"
영웅들은 모두 '인물 맞춤형' 동기를 갖고, 자신만의 능력과 방법으로 문제에 맞서 싸운다. 이후 싸우는 과정에서 몇번의 좌절과 작은 성공을 맞본다. (감정이입)
영화 종반부에 이르러 히어로들은 드디어 영웅다운 모습으로 악의 무리를 처단한다. (갈등해소) 여기서 악당을 처리하는 마지막 과정이 '동기'와 맞닿아 있어야 플롯이 살아난다. (숨은 이야기)
악당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부모를 잃을 뻔한 아이를 구한다거나(배트맨 자신의 동기와 맞닿아 있음) 인류를 구해내면서 동시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뮤턴트가 치유된다는 (돌연변이 취급받은 트라우마 해결)식의 전개가 인물의 강력한 동기와 마주하는 순간 플롯이 빛을 발한다.
2 「폭로형 플롯」
단편소설에서는, 표준형 플롯뼈대보다는 '폭로형' 플롯이 기이한 분위기나 묘하고 신비감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다. '로알드 달'의 단편작이 대표적이다.
로알드 달의 소설 '달리는 폭슬리'에서는, 28년이나 같은 출근 기차를 탔던 남자에게, 어느날 낯선 남자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낯선 남자에 묘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서서히 그가 누군지 알게 된다.(자신을 뼈 아프게 괴롭혔던 상급생) 1인칭으로 씌어진 소설은, 마지막까지 독백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지만 마지막 장, 마지막 문장에 이르러 자신이 누군지 낯선 남자에게 밝힌다.
하지만 그 낯선 남자는 자신을 괴롭혔던 상급생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문제의 해결책도 없이 소설은 곧바로 끝난다. 로알드 달의 단편은, 마치 양파껍질을 벗겨내듯이 치밀하고 긴장감 있는 전개로 중심부로 향해가지만, 항상 전혀 다른 폭로로 끝나는 매력이 있다.
폭로형 플롯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반전'이다. 폭로형 플롯에서 갈등은 '독자가 엉뚱한 곳을 쳐다보도록 만들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실제 독자가 기대하면서 동시에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제3의 결말, 마지막 '폭로'에 있다.
가령, 영화 '식스센스'처럼, 주인공이 죽었는지 독자가 모르도록 끊임없이 다른 곳을 바라보게 만들어놓고, 끝에 강렬하게 폭로하는 방식이다. 폭로형 플롯은 마니아를 만들기에 좋은 방식이다. 마니아형 독자들은 폭로형 플롯을 구사하는 작가들에게 매력을 빨리 느끼며, 친절한 표준형 플롯보다 묘한 쾌감을 느낀다.
3 「결단·진술·해답형 플롯」
'결단' , '진술' ,'해답' 방식의 플롯은 사용빈도가 낮지만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결단은 '문제'의 심각성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때 권장하는 플롯이다. 단, 결단할 문제가 너무 사소하거나 결단 이후에도 또 결단이 이어지면 소설은 맥이 빠진다.
'진술'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식의 방식이다. 한 부분씩 조금씩 보여주면서, 마지막에 이르러 코끼리란 것을 밝힌다. 이는, 주로 감동적인 내용에 사용한다. 진술형 플롯은 영화 '명량'에서 사용되었다.
이순신은 영화 내에서 아들과 스무고개를 한다. 관객들의 생각은 이순신 아들의 생각을 따라서 함께 흘러간다. 그리고 영화 종반부에 이르러 '공포가 극에 이르면 용기가 되는 상황'을 깨닫는다.(진술)
진술형 플롯은 미스터리 소설이나 추리소설이 사용하는 '해답형 플롯(미스터리,추리)'과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미스터리와 추리형 플롯은 진술형 플롯과 해답형 플롯의 관계와 같다. 이 둘의 차이점이라면, '사건'에 의해 해답이 밝혀지는지, '인물'에 의해 밝혀지는지에 달려있다. 둘의 방식은 거의 같다. 둘다 소설 초반부에 사건이 제시되고, 독자를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방향으로 인도하지만, 결과는 소설 속에 숨겨져 있었던 작은 단서로 해답을 제시하는 식이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단편으로 쓰기란 꽤 어렵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은 반드시 독자들에게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때 소설 내의 단서가 아닌 엉뚱한 다른 곳에서 긁어갖다 붙이는 실수를 범한다면 끔찍한 소설이 된다. 만일 단서의 개연성이 책 밖에 있다면, 독자들은 말도 안 된다며 책을 집어던질 것이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반드시 해답의 단서가 소설 내에 있어야 하며, 독자가 알게 모르게 숨어 있어야 한다.
플롯 문제분석 & 해결책
1) 산만한 줄거리
증상 |
◆ 줄거리가 너무 산만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안 된다. |
진단 |
◆ 작가가 방향을 명확히 잡지 않은 상태에서 집필을 시작했다. |
처방 |
◆ 주인공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그가 더욱 어려움에 처하도록 만든다. ◆ 먼저 쓴 글을 참고하지 말고 다시 쓰자. |
2) 혼란한 줄거리
증상 |
◆ 이야기가 혼란스럽다. 인물이 너무 많고,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
진단 |
◆ 작가가 누구의 이야기를 쓸 것인지 명확히 정하지 않았거나,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춰 서사를 진행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처방 |
◆ 임의로 주요 인물을 서너 명으로 줄이자. 플롯을 다시 짜고 처음부터 다시 쓰자. |
3) 의미없는 줄거리
증상 |
◆ 플롯 구조는 완벽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소설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
진단 |
◆ 플롯 뿐 아니라 주요 인물들에게도 노력을 쏟아야 하는데,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중요한 일이어야 한다는 점을 작가가 잊어버렸다.
◆ 플롯을 기계적으로 짜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초보 작가들(주로 남성)이 대개 이런 작품을 써내곤 한다.
◆ 플롯이 정말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는 대중 소설에서조차 인물은 플롯보다 중요하다.
◆ 작가 자신이 창조한 인물을 믿지 않고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독자 역시 마찬가지로 그럴 수 밖에 없다. |
처방 |
◆ 플롯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 인물로 돌아가 거기서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
4) 유치한, 뻔한 결말
증상 |
◆결말이 실망스럽다. |
진단 |
◆ 독자가 엉뚱한 곳을 쳐다보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점에서 실패했다. ◆ 갈등의 장치 앞에 독자를 다른 곳으로 몰아갈 장치가 필요하다.
◆ 쓰다가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란 희망으로 결말을 미리 생각해두지 않았다. ◆ 스스로 포기한 나머지 되는대로 상관없는 결말을 갖다붙였다. |
처방 |
◆ 결말만 따로 놓고 봐서는 아무리 궁리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 ◆ 아무렇게나 갖다 붙인 결말은 아무렇게나 갖다 붙인 것처럼 보인다. ◆ 도입부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플롯을 다시 짜자. |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데이먼 나이트.2017]
플롯이 있는 소설을 쓴다는 건, 소설 내의 사건만 간추려 모아서 연결해도 말이 된다는 말과 같다. 플롯이 없는 소설은 대부분 '계몽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시대에는 4초가 지나면 대부분 'skip'버튼을 눌러버린다. 만일 계몽적인 성격으로 플롯없이 단편을 만든다면 skip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좋은 단편을 쓰고 싶다면, 체험 중심인 도입부와 함께 자신만의 플롯을 짜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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