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유정식 ㅣ 흐름출판 ㅣ 2019

마케팅을 하라

 크리에이터 분야에서 마케팅은 간단하다. 고객을 확보하고 잡아두는 모든 활동이 마케팅이다. 모든 크리에이터들은 "내가 만든 것을 누가 즐기고 소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마케팅에 있다. 물론, 본질은 '콘텐츠'다. 문제는 진행순서다. 마케팅을 건너뛰고 다른 어떠한 단계를 밟아서는 안 된다. 마케팅은 작품을 만든 크리에이터가 해야만하는 필수적인 단계다. 걸작을 파는 멍청이보다 평범한 제품을 파는 훌륭한 세일즈맨이 더 낫다. 

 

작품을 출시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방법(전략)이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결과는 뻔하다. 아무도 해당 크리에이터의 작품을 접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마케팅도 크리에이터의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서는 안 된다. 크리에이터의 부담을 완전히 줄여줄만큼 똑 부러지게 일하는 마케터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심지어 크리에이터가 유명인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크리에이터의 작품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시키는 일은 크리에이터의 책임이다. 작품을 만드는데 들였던 창의력과 에너지, 그만큼의 노력을 순서에 맞게 단계를 밟아 마케팅에 쏟아야 한다. 그리고 마케팅을 즐겨야 한다. 그럼 본질적인 문제로 다시 돌아가보자.

 

어떻게해야 마케팅을 잘 할 수 있을까?

일단, 사람들은 당신 작품에 큰 관심이 없다. 작품을 알릴 전략이 없으면, 크리에이터의 작품이 그대로 묻혀버릴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미래는 긍정적이다. 최근 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방법이 아주 많아졌기 때문이다.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벤 호로비츠(Ben Horowits)'는 "실버 블릿(묘책)은 없다. 그러니 리드 블릿(납탄,차선책을 의미)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리드 블릿(차선책, 잽)"은 미래지향적으로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제법 잘 작동한다. 그리고 리드 블릿 전략중에서 가장 확실한 전략은 "공짜 전략"이다. 공짜는 의외로 큰 영향을 발휘한다. 물론, 예술 분야에서 명성을 돈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무명을 돈으로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짜, 無매출 모두 궁핍한 건 똑같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공짜, 유료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당신의 작품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당신에겐 기회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작품을 판매하고 후원을 어떻게 받고, 라이센스, 수수료 비즈니스 모델 등 돈을 벌기 위한 계획을 어떻게 세우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크리에이터 세계에서 중요한 건 '명성'이다.

 

 공짜전략의 핵심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작품을 공짜로 제공하더라도 구매자 입장에서는 공짜가 아니다. 소비자도 공짜를 얻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해야한다. 길에서 광고전단지를 받은 경험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굳이 필요하지 않으면, 누군가 뭔가를 공짜로 나눠주더라도 받지 않는다. 따라서 크리에이터라면, 자신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맛보기로 내주는 것에 좀 더 편안해져야 한다. 공짜를 통해 목표 고객을 중독시켜라. 공짜로 공개하는 편이 무명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마케팅에 있어 최상의 전략은 없다. 해결책은 제품마다 다르다. 하지만 리드블릿을 지속적으로 바꿔가며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 이견이 없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모든 리드블릿을 시도하며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야 한다. 만일 최상의 전략을 찾았다면 그것을 고수한다. 헛바퀴만 도는 바퀴에 힘을 빼고, 효과가 있는 바퀴에 힘을 싣는다. 이렇게 바퀴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굳이 주류 미디어(광고)에 기대지 않더라도 더 큰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 크리에이터에게 있어, 어떤 상황도 무명보다는 차라리 공짜로 나눠주는 편이 더 낫다.

 

 

플랫폼 전쟁 

 마케팅의 최고 경지는 '플랫폼'이다. 불멸의 작품을 만든 크리에이터들은 대개 자신만의 플랫폼이 있다. 플랫폼이 있는 크리에이터들은 주류 미디어나 광고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 가령, 아이언 메이든은 결성된 지 26년이 지난 해에 "락 인 리오 페스티벌"의 해드라이너로서 25만 명 관객 앞에서 공연했다. 아이언 메이든은 자체 브랜드로 맥주를 만들어 팔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밴드 중의 하나이다. 아이언 메이든은 다른 밴드들처럼 라디오나 MTV에 의존하며 트렌드를 좇으려 애쓰지 않았다. 이들은 오직 한 가지에 집중했다. 자신들이 출시한 모든 것들을 구매하는 사람들에 집중했다. 아이언 메이든은 '지역', '세대'를 초월한 그들만의 군대를 조직했다.

 

"당신의 플랫폼은 무엇인가?"

"누가 당신의 고객인가?"

"당신의 장기 계획은 무엇인가?" 

 

 플랫폼이 있는 크리에이터는 주류 세력(유투브,비메오,미디엄)에 기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주류 채널을 보조역할로 활용할 수 있다. 이들은 크리에이터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를 획득한다. 그래서 갑자기 '폭망'하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 자신의 '팬'들이 모여있는 플랫폼이 있고, 해당 플랫폼 내에서는 어떤 수익 활동이든지 할 수 있다. 플랫폼을 위해서는 팬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데, 팬들과의 관계는 거래 그 이상이 되어야한다. 단지 팬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면 절대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없다. 플랫폼을 갖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은 팬과 함께 성장한다. 이들은 진정성이 있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팬들과 구축한다. 팬들의 꿈과 희망을 함께 실현하며, 같이 나아간다. 

 

만일 크리에이터가 팬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뻔하다. 달면 삼켰다가 쓰면 뱉는 식으로 취급당한 팬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훌륭한 크리에이터일수록 팬들에게 작품을 대충 던져놓지 않는다. 리스트를 만들어 메일을 돌리고, SNS를 통해 팬들과 관계 그리고 감정을 공유한다. 팬들을 대하는 그들의 어투나 문장은 사무적이거나 공식적이지 않고, 주변 지인을 대하듯 진솔하다. 크리에이터가 팬들을 대하는 모든 것들은 팬들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이는 정말 중요하다. 평판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평판을 얻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평판 구축에도 헌신해야 한다. 평판은 이륙하는 비행기와 같아서 이륙에 필요한 가속도를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하늘로 오르려면 활주로를 달리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 만일 활주로를 달리다가 중간에 엔진을 꺼버리면 절대로 이륙하지 못한다.

 

수많은 명작들도 활주로를 달리는 동안 초라했다. 하지만 위대한 이들은 절대 엔진을 끄지 않았다. 출시는 그저 출시일 뿐이었다. 출시한다고 해서 즉시 가속도가 생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라. 다른 작품과 뭔가 다르게 보여야 하고, 색다른 입소문을 얻어야 하며 꾸준히 차별적인 방식을 사용하라. 그리고 양다리 전략을 지양하라. 창작과 홍보,마케팅을 절반씩 노력을 기울여서는 안 된다.  창작 그 자체가 마케팅이다. 어떻게보면 크리에이터에게 있어 가장 좋은 마케팅은 출시와 더불어(홍보시작) 후속작 집필을 시작하는 것이다. 만일 창업자라면 회사를 매각했건 완전히 망했건 간에 그가 본인의 경력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은 바로 다음 회사를 창업하는 일이다.

 

위대한 작품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엔진 시동을 끄지 않을 때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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