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2편[야마오카 소하치.2015]

| 성격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타케치요의 생모 '오다이'는 지혜로운 여인이었다. 그녀는 세상을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가령, 가문의 장래를 생각하여 히로타다(도쿠가와 이에야스 부친)와 이혼을 받아들였고, 카리야의 오빠의 상황을 냉철하게 계산했다. 다만, 카리아의 성주 '시모츠케노카미'는 매사 일처리가 감정적이었고, 심지어 여동생을 따라오는 마츠다이하라의 노신들을 제거할 속셈이었다. 다행히 '오다이'가 사전에 이를 간파했기 때문에 충성스런 마츠다이라 가신들을 모두 돌려보낼 수 있었다. 

 


 카리야의 성주인 오빠의 성격은 여러분보다 제가 더 잘 알고 있어요. 
급한 성격, 과격한 성격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 한 가지로 제 마음을 헤아려주세요.


 

위의 사례와 같이, 사람을 행동을 예측하려면 '성격 파악'이 우선이다. 성격을 알면 그 사람의 행동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보면 성격은 그 사람의 미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인 셈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미래 행동을 알고 싶다면 먼저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오다이'는 오빠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훗날 자신의 아들(도쿠가와 이에야스)을 도울 충성스런 가신들을 살려낼 수 있었다. 

 

 

 

 


| 욕심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그러나.... 그 미망에 사로잡혀 앞길의 파도를 잘못 보셔서는 안 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버지, 히로타다는 리더로써 자질이 부족했다. 매사 감정적이었으며, 욕구에 대한 자제력마저 부족했다. 이처럼 욕구를 자제할 수 없는 사람은 대개 큰일을 하지 못하는 법인데, 설사 일이 성사되더라도 곧 실패한다. 미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뻔히 보이는 앞길의 파도조차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거의 매주 발생하는 남녀간의 '치정살인' 뉴스가 대표적이다. 미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불과 10분 뒤, 후회할 일을 10초 만에 저지른다. 그래서 인간의 욕심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마약이며, 분야(권력,명예,부,성욕,기타..)에 상관없이 미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결국 화를 당한다. 다시 말해, 인생에서 가장 위기일 때는 욕심이 과도하게 들끓을 때다. 그러므로 욕구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면, 역으로 욕망의 불이 꺼졌을 때의 상황을 가정해보는 것으로 현명함을 되찾을 수 있다. 요컨대, 여름의 녹음도 겨울에는 쓸쓸한 황무지만 남게 되며, 욕구가 불탄 자리에는 재만 남는다. 그래서 욕망이 불타버린 이후를 떠올려보면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자연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상상력)이다. 

 

 

 

 

 


| 극단의 상황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오다 노부히데는 히로타다의 무모한 공격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사실상 노부히데의 너무나 완벽한 승리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노부히데는 그 여세를 몰아 오카자키 성까지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본진을 오와리로 철수했으며, 미노의 침공에 대비하는 한편, 오카자키를 무너뜨릴 여러가지 책략을 (배후에서)준비했다. 당시 노부히데는 과감하면서 동시에 침착했는데, 이는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는 법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부히데는 평소에도 감정이 양 극단에 이르렀을 때를 조심했으며, 늘 행동을 자제하는 습관을 지녔던 자였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누구나 쉽게 '움직이지 않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상황이 아주 좋다면) 자연스럽게 욕심이 앞선다. 누구나 일이 너무 잘 풀리면 들뜨기 마련이며, 움직이지 않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런데 오다 노부히데는 최상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어차피 상대는 감정기복이 심한 히로타다였기에 가만히 두면 알아서 무너질 거라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로 공격할 것처럼 자세를 취했음에도 히로타다를 공격하지 않았으며, 이와 같은 노부히데의 냉철함은 그가 어떻게 오다 가문의 맹주가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노부히데의 냉철함은 사실 전쟁터 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일상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물고기가 물에서 살듯 현대인은 매일 여러가지 문제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들은 어렵게 생각할수록 더욱 꼬여버리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대개 중요한 부분만 처리해 버리면, 곁가지들이 저절로 해결되며 상승기류가 발생한다. 단, 문제의 곁가지에 정체됐거나 혹은 상승기류의 꼭지점에서 잠깐 멈춰서는 지혜가 부족하다보면 대개 실패한다.

 

 

 

 


| 창을 쥐면 창을 쓰고 칼을 쥐면 칼을 쓴다  


타케노우치 큐로쿠. 처음 고용되었을 때는 한낱 아시가루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번 출정을 앞두고 측근으로 기용되어 정문 밖에 자그마한 주택까지 받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동료들의 시기를 받을 정도로 특별한 대우였지만, 
큐로쿠의 경우는 모두 그 특별대우를 납득했다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초기에 등장하는 훌륭한 무사를 꼽자면, '큐로쿠'가 있다. 큐로쿠는 친형 모토노부(시모츠케노카미)의 흉계에 빠져, 살인 누명을 쓰고 방랑자가 된다. 하지만 내면이 훌륭하면 볼품없는 옷을 입고 있어도 기운이 다르듯, 청소와 마구간을 돌볼 때 쿠로쿠는 그저 그런 사람처럼 보였지만, 이후 사자의 자리를 얻자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고 공물을 수납하는 계산 또한 정확했다. 즉, 창을 쥐여주면 창을 쓰며, 칼을 들려주면 그것 또한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았다. 쿠로쿠는 말 그대로 '낭중지추'였는데, 그릇의 형태에 따라 모양을 변하면서도 흘러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았다.

 

사실, 무사라 해서 무사의 일만 수행하는 사람은 정작 위기 상황에서 그다지 쓸모가 없다. 원래 자신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능력이 차고 넘침'을 의미하는 반면, 능력이 그릇의 크기에 딱 맞는 자는 항상 자신의 역할만 하려 든다. 그래서 능력이 그릇을 뛰어넘는 사람은 크게 개의치 않고, 아무 일이나 자신이 맡는다. 뛰어난 인재는 모양을 거부하거나 분에 넘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쿠로쿠와 같은 유형의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마음을 터놓고 사귀어야 한다. 

 

 

 

 

 

 


| 인생의 무게를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함정이라도 목숨에 지장이 없는 함정이라면..


 

분별력은 위기 상황에 발휘되는 괴력 같은 능력이다. 그래서 사람의 진면목은 함정(위기)에서 드러나며, 목숨에 지장이 없는 함정에서 자신이 손해임을 알면서도 뛰어들 수 있는 배짱을 가진 자가 리더가 된다. 반면, 소인들에 있어, 함정은 무조건 함정일 뿐 성장의 그릇이 되지 못한다. 소인은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따져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그마한 손해를 극도로 혐오하며, 모든 함정을 모조리 피하려 노력하다 결국 스스로 망쳐버린다. 하지만 리더는 결코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하다. 반면, 계속 운명의 무게를 회피하는 사람은 점차 약해지는데, 그 어떤 책임도 없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가벼워진다. 그래서 결국 졸병같은 인생을 살아가며, 후회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만일, 소인배가 리더의 자리에 앉는다면 해당 조직은 곧 붕괴된다. 리더의 그릇은 어떠한 경우에도 평균과 같아서는 안 된다. 비록, 함정일지라도 목숨에 지장이 없다면 대의를 위해서라도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사람 밑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 피할 수 없다면 베짱이라도 키워라

 


 좋은 계획 같은 것은 없소... 하지만 재미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잇달아 풍파가 닥치고 있소. 
그러면 자연히 베짱은 생기는 법. 하하하 그렇지 않소, 우타노스케 님?


 

풍파는 (스스로) 해석하기에 따라 달려있다. 그래서 풍파가 닥쳤을 때 베짱이 커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담이 작아 소심해지고 굴복하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 즉, 풍파가 사람을 크게 만든다는 것은 베짱을 말하는 것이다. 대개, 시련에 극복할수록 베짱과 담력은 커지기 마련인데, 베짱과 담이 커진다는 말은 위기에 냉담하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췄더라도 온실 속의 화초처럼 시련없이 지나다보면, 약한 바람 앞에서도 아무런 일도 못한 채 포기하거나 뒤로 숨는 사람이 된다. 요컨대, 위기 앞에서도 유난을 떨지 않고 담담함을 유지하는 사람이야말로 베짱이 두둑한 사람이며, 시대가 원하는 리더가 된다.

 

 

 

 


| 인물은 서로 알아본다 


타케치요,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어. 그래 네 말대로야. 
색시라는 것은 메다꽂아야 하는 거야. 
메다꽂지 않으면 도리어 이쪽에서 당하게 되거든


오다 노부나가는 오다 가문의 실세(노부히데의 뒤를 이을 장남)였다. 그래서 오다 노부나가 주변에는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타케치요(도쿠가와 이에야스 아명)는 노부나가의 비위를 맞추려하지 않았기에 노부나가는 타케치요를 살려줬다.타케치요의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태도는 노부나가가 찾는 덕목이었고, 어떻게보면 이에야스는 노부나가를 통해 '베짱'을 키운 셈이었다. 예컨대, 두둑한 뱃심이 없으면, 말이 장황하여 항상 핑계와 이유가 많다. 일단, 베짱이 없으면 솔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부나가와 이에야스, 이 둘의 성격은 달랐지만 내면 세계는 비슷한 모습이었다. 일명,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이다.     

 

 

 

 


| 영웅은 관습조차 활용한다


뭐, 관습? 그렇다면 따르지 않겠다!
이것은 처음부터 예사 혼례가 아니야, 오와리의 큰 멍청이와 미노의 멍청이가 혼인하는 거야

신부의 아버지란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사위의 목을 자를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하고, 
또 신랑의 아버지는 어떻게 하면 사돈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하고 그 대책을 생각하고 있어!

그런 혼례인데 무슨 놈의 관습이란 말이야. 

술잔은 이 노부나가가 먼저 받겠다


 

오다 노부나가는 어릴적부터 본질을 꿰뚫어보는 습관을 훈련했다. 사실, 오다 노부나가의 기이한 행동들은 애당초 철저한 계산에 의한 포석이었다. 노부나가는 평소 상대의 사소한 버릇까지 날카롭게 관찰하여 정보를 모았으며, 이렇게 획득한 정보를 통해 문제의 핵심과 본질에 철저하게 파고 들었다. 그리고 상대의 다음 수를 넘어선 기이한 행동으로 미리 설계한 함정을 가렸다. 이후, 상대가 함정에 빠져 허우적 되는 동안 재빨리 움직여 상대방의 다음 수를 제거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노부나가'는 공포 그 자체였다. 본질에서 벗어난 상대방의 잔재주나 속임수는 그대로 정면돌파하여 잔인하게 짓밟아버렸다. 노부나가가 상대를 밟을 때는 관습조차 무시했다. 남들이 관습과 예절을 지킬 동안 문제의 본질(적의 핵심)을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 말그대로 박살내 버렸다. 즉, 정보를 모아 본질을 파악한 뒤, 상대방보다 한수 빨리 준비한다. 또, 함정에 빠진 상대를 향해 있는 그대로 치고 들어가는 것. 이것이 노부나가의 주특기였다. 

결혼 이후, 노부나가는 자신의 강점을 더 예리하게 다듬어갔다. 오와리의 성주가 된 이후부터 대놓고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의도를 농담이나 실없는 행동으로 가렸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를 알아챈 사람을 가신으로 받아들여 주변에 뒀다. 이로써 노부나가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유명 연예인을 따르는 듯한 충성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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