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
"비디비도비디부"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1960~)은 모순적인 유머감각과 충격적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인간사회에 흔히 나타나는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는 모순과 부조리를 조롱하는 방법이 카텔란의 작품세계이다. (아래 그림 참조) "비디비도비디부"는 카텔란이 사회의 여러측면들을 조롱하기 위해 제작한 의인화된 동물 장면 중 하나다.
<비디비도비디부.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품의 외적인 장르는 '미니멀 아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작품 내부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부엌으로 보인다. 권총이 한 자루 떨어져 있고, 설겆이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다음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다람쥐는 죽기 전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의자 설정과 순백색의 벽과 다람쥐가 죽은 자세가 이를 말해준다.
다람쥐가 아닌 사람이 저 위치에 있었다면 각종 사회문제 주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 후반부에서, 쇼생크 소장이 권총자살을 하는 장면을 혹시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다람쥐의 권총자살에서 뭔가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출처 영화 쇼생크탈출. 1994.>
권총자살을 하는 사람은 주로 의자에 크게 뻗은 자세로 죽어 있다. 목이나 입을 벌리고 총알을 발사하기 때문에 뒤로 뻗은 자세가 대부분이며, 어지러진 주변상황이 자살자의 심정을 말해준다. 그러나 다람쥐는 정말 다소곳이 얌전하게 죽어 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이,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받기 위한 마지막 설정같다. 죽음이란 엄숙함을, 설정과 연출로 표현함으로써 그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땅에 떨어진 권총이 없었다면, 죽은 건지 자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카텔란은, '다람쥐의 죽음'은, 그냥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생활'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GNH 국민 총 행복지수>
GDP, GNP와 달리 GNH지수가 있다. (국민총행복지수) 인간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또 행복감을 느낀다. 인류가 발전할수록 '가족의 해체'속도는 빨라지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점점 피상적으로 나아왔다.혈연과 학연 지연으로 맺어졌던 관계가, 피상적인 사진과 클릭으로 맺어진 관계로 발전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들은 모두 세련되고 화려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아름답고 화려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후에는 쌓여있는 설겆이와 청소를 시작해야 한다. 온라인과 달리, 설겆이와 같은 자질구레한 일상속에 실제 우리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배우에게 있어 연극이 끝난 뒤의 무대처럼, 평범한 일반인에게 부엌이란, 피상적인 생활을 끝낸 후의 실체와 같다.
'비디비도비디부'는 피상적 관계와 정보들에 24시간 둘러싸여 있는 현대인들을 재빨리 현실로 소환한다. 피상적인 껍질 속에 비어있는 공간과 마주하게 된 다람쥐는, 파편화된 현대인들을 상징한다. 유령과 대화하는 듯이 마주보고 있는 빈의자를 향해 목을 들이밀고, 다람쥐는 매일 자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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