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제갈량 문집」 신동준 | 2017

갈량 문집 중에서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문집이 '장원'이다. 장원은 '장수의 덕과 재능, 용병, 지략' 4가지 차원에서 인재를 분석하는 일종의 전쟁 심리학 서적이다. 그래서 '장원'을 두고 '병법론'보다는 '장수론'이라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병법서 유무는 사실상 독자에게 크게 중요치 않다. 장원은 '인문학적 경영서'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현대인들에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장수가 지녀야 할 품성과 수양 및 소질을 포함해 반드시 차단해야 할 폐단이나 악습 등을 읽다보면, 인간 관계를 통찰할 수 있고, 특히 사람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즉, '장원'은 분명 명저다. 

 

'장원'의 편제는 총 50편이며, 첫 10편은 다음과 같다. 

 

1) 병권 -권모지략을 갖춰라

2) 축악 - 간사한 자를 곁에 두지마라

3) 지인성 - 겉보다 속을 보라

4) 장재 - 장수의 자질을 키워라

5) 장기 -천하지장을 벤치마킹하라

6) 장폐 -탐욕을 경계하고 참언을 받아라

7) 장지 - 대의를 위해 행동하라

8) 장선 - 맡은 임무는 반드시 완수하라

9) 장강 - 강유를 겸해 싸워라

10) 장교린 - 교만을 멀리하고 인색함을 버려라

 

 

 

 

 


1 병권(兵權) | 권모지략을 갖춰라

제갈량은 병권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용병 때 구사할 수 있는 권모술수와 지모 그리고 계략`

 

당나라 윤지장은 '병권'을 언급하며 '사물의 경중을 따져 전세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라 표현했다. 예컨대, 모든 조직마다 장수가 존재하는 이유는 해당 조직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단, 병사만을 통제할 수 있는 장수는 전세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장수에게 패한다. 그런데 병사조차 통제할 수 없는 장수가 있다면, 승부는 이미 정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제갈량은 '전세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장수의 요건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쳤다.

 

전세는 어떻게 해야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삼국지 '관도대전'에서 조조가 원소의 '군량미 요충지' 오소를 화공으로 불태워버린 전투가 바로 '전세를 통제하는 능력'의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조조는 7만의 군사로 원소의 70만 대군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7만 군사가 70만 대군보다 유리한 상황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군량미'였다. 70만은 7만보다 10배나 입이 많기 때문이다. 즉, 70만 군사와 7만 군사가 확보한 군량미가 같아지면 전세가 역전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세의 흐름에 남다른 촉을 지녔던 조조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조조는 상대의 어디를 공격해야 전세가 유리하게 변할 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전세를 통제하는 능력이란, 강약의 흐름을 정확하게 간파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세상 만물은 약함이 있으면 강함이 있고, 강함이 있으면 약함이 있다. 모두 강한 것만 있을 수 없고, 그 반대의 경우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가령, 불경기 속에서도 살아남는 기업은 상황의 강약을 파악하여 '강함으로 약함'을 상대한 덕분이다. 그러므로 장수는 "전세를 파악하여 약한 것과 강한 것을 가려내는 노력"이 습관처럼 몸에 베여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전세를 알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어떤 곳을 특정한 때에 공격하고 방어해야 할 지에 관한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세 파악이 끝난 이후에는 병사들을 통제하여 배치만 하면 준비가 끝난다. 이를 병권이라 한다. 

 

 

 

  


2 축악(逐惡) | 간사한 자를 곁에 두지마라

어느 조직(군대)이건 사람이 있다면, 아래 다섯가지 해악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장수는 아래 다섯가지 사례를 파악하는  즉시 처단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첫째, 보여주기식 실적에 능한 이들이 모여, 조직의 현명한 사람과 정직한 사람을 뒤에서 깎아내린다.

둘째, 직책이나 수입에 맞지 않는 옷이나 장신구를 사고, 사치품을 추구한다.

셋째, 루머나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거짓 빙자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넷째, 동료가 한 일에 잘못된 점만 찾고,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정치로 정적을 제거하려 한다.

다섯째, 대의를 위하지 않고 사적인 이익만을 앞세우는 사람은 훗날 반드시 적과 은밀히 결탁한다.

 

 

 

 

 


3 지인성(知人性) | 겉보다 속을 보라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마음속은 알 수가 없다. 가령, 외견상 온화하고 예의가 매우 바르지만 실은 사기꾼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사기꾼일수록 외견상 예의가 바르고 공손하다) 그러므로 겉모습에 속지 않으려면, 작은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속이려 하는 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작은 행동(부분)이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원에서는 외견에 속지 않고 내면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다음 7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첨예한 논쟁이 있는 질문을 한 뒤, 그가 지향하는 가치를 파악한다.

둘째, 갑작스런 농담을 던져 임기응변 능력을 살펴본다.

셋째, 지금껏 세운 계획들과 향후 정세판단에 관한 질문을 통해 식견을 파악할 수 있다.

넷째, 미래계획에 관한 동참여부를 질문하여 용기를 관찰한다.

다섯째, 탐욕을 부릴만한 안건을 던져 예절을 관찰한다.

여섯째, 뇌물을 통해 청렴성을 판단한다.

일곱째, 기한이 있는 간단한 일을 시켜본 후, 언행일치 정도를 파악한다.

 

 

 

 


4 장(將材) | 장수의 자질을 키워라

장수의 자질은 다음 9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인장(仁將), 장병들과 함께 춥고 배고파하며, 말이 아닌 몸으로 함께 한다.

둘째, 의장(義將), 어렵다고 피하지 않고, 쉽다고 가로채지 않는다. 오직 대의를 위해서 판단하며, 굴욕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셋째, 예장(禮將), 자신을 뽑내지 않고 승리에도 전공을 내세우지 않으며, 덕과 실력을 갖췄지만 아랫사람에게 공손하다.

넷째, 지장(智將), 창의적인 발상으로 그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재주가 있다.

다섯째, 신장(信將),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하며, 신상필벌의 기준을 명확하게 한다. 군령과 법제 기강에 엄격하다.

여섯째, 보장(步將), 호탕한 기질을 갖고 있으며 항상 주변을 압도한다. 뭐든지 빨리 익히고, 도구를 다루는 재주가 뛰어나다.

일곱째, 기장(騎將), 남이 모르는 정보를 많이 알고 인맥이 넓고 정보습득이 빠르다.

여덟번째, 맹장(猛將), 두려움을 모르는 기개를 지니고 있으며, 끈질기고 승부욕이 강하여 전투에서 용맹을 떨친다.

아홉째, 대장(大將), 항상 스스로 몸을 낮춰 가르침을 청하고, 누구에게나 가르침을 구하는 모습과 상황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겉으로 보기에 부드럽지만 내면의 의지는 굳세고, 용감하며 기략이 있다.


 

전투 상황이 펼쳐지면, 9가지로 분류한 장수를 각 유형별로 전장에 배치한다.

 

 

 


장기(將器) | 천하지장을 벤치마킹하라

장수의 그릇은 곧 통솔할 병사의 숫자다. 제갈량은 이를 `6가지 그릇`으로 분류했다.

 


'십부지장' : 내부의 간사한 자들을 미리 알아내어 예측하고,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는 장수다.

십부지장은 병사 10명을 통솔할 수 있다. 동이 트기 전에 기상하고, 새벽까지 업무를 처리하는 자는 매사 꼼꼼하다.

 

'백부지장' : 사람관리는 곧 인사이며, 인사가 엄밀하고 조리가 있다면 그가 바로 '백부지장'에 해당한다.

백부지장은 병사 100명을 능히 통솔할 수 있다. 또, 계획수립에 뛰어난 역량을 갖췄으며, 계획에 따른 책략을 통해 작전에 능한 장수다. 만일 '백부지장'이 정직하고, 용맹하다면 그는 '천부지장'에 해당한다.

 

'천부지장' : 천부지장은 병사 1000명을 통솔한다. 천부지장은 대개 장골이 기개하고, 용맹한 기운을 갖췄다. 여기에 덧붙여 마음은 따뜻하여 부하들과 동고동락이 가능하다면 그는 만부지장이 될 수 있다.

 

'만부지장' : 만부지장은 병사 만명을 통솔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알아서 따르는 카리스마를 갖는다. 

만부지장은 인재를 보는 안목이 확실하며, 일처리가 신중하여 신용을 할 수 있다. 이로써 조직의 분란을 능히 다스릴 수 있는 장수다.

 

'십만인지장' : 만부지장의 장수가 사람에 관대한 면까지 갖춘다면 '십만인지장'이 된다. '십만인지장'은 병사 10만을 통솔할 수 있다.

 

'천하지장' : 세상만사의 겉모습을 통해 이면을 통찰할 수 있는 자는 '천하지장'이다. '천하지장'은 인문학적 소양이 탄탄하고, 신의를 지켜 내기에 경쟁자까지 탐낸다. 이와 같은 천하지장은 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


 

 


6  장폐(將弊) | 탐욕을 경계하고 참언을 받아라

장수가 된 자는, 반드시 아래의 8가지 악폐를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한다.

 

첫째, 대의가 아닌 탐욕이 일어나면 패망한다. - 탐이무염 -

둘째, 나보다 뛰어난 자를 질투하려는 자는 발전이 없다. - 투현질능 -

셋째, 참언을 따갑게 듣고, 아첨을 좋아하면 배신을 당한다 - 신참호녕 -

넷째, 남의 치부와 단점만을 지적하면 비참해진다. - 요피불료 -

다섯째, 행동이 말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필패한다. - 유예불결-

여섯째, 과도한 취미활동은 현실감각을 퇴보시킨다. -황음주색-

일곱째, 사적인 이익을 위해 거짓을 말하면 스스로 고립된다 - 간사지겁-

여덟째, 함부로 말을 내뱉고 생각없이 일을 처리하면 위기를 초래한다 - 교언불례-

 

 

 


장지(將志) | 대의를 위해 행동하라

장수는 사람의 목숨을 다룬다. 그런데 사람 목숨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그 뜻이 깊고 높아야 한다. 만일 사람의 목숨을 처리함에 있어, 단순히 돈과 명예만을 원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설사 '돈','명예', '권력'을 얻더라도 곧 멸문지화를 당하고 말 것이다. 

 

요컨대, 뛰어난 장수는 결코 아집을 부리지 않는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기에 기세를 믿고 흉포하지 않으며, 인으로 사람을 대하기에 권세에 의존해 절대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항상 대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윗사람이 총애해도 기뻐하지 않으며, 반대로 굴욕을 당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일, 이익 앞에서 탐욕을 앞세우며, 미인을 보며 눈빛이 음탕한 자가 장수가 되면, 사적인 이유로 사람 목숨을 다루기에 필시 재앙이 닥치게 된다. 

 

 

 


8  장선(將善) | 맡은 임무는 반드시 완수하라 

장수의 직무수행은 5선 4욕을 구비해야 하며, 우선 5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세 파악 능력이다. 적의 의도와 동태를 잘 읽는 것이 첫번째이다.

둘째, 천시를 보는 안목이다. 전투는 질 때도 있으므로 장수는 항상 진퇴의 시기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셋째, 거시적 안목이다. 전장의 상황에 앞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넷째, 인사를 잘 다뤄야 한다. 모든 문제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고 끝난다.

다섯째, 지리를 잘 활용해야 한다.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지세의 험난함과 형세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4욕은, 다음과 같다.

 

첫째,정예병과 기습군을 잘 활용해야 한다. 정예병으로써 지키되,기습으로 적의 의표를 친다. 

둘째,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워 병사를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일 때는 대의가 있어야하고, 엄밀하고 신중을 기한다.

셋째, 위기가 발생하면, 제2,3의 대책을 미리 마련해둬야 한다. 위기에 대한 침착성이 전투의 승부를 가른다.

넷째솔선수범이 습관이 돼 있어야 한다. 병사와 장군의 마음이 통일될수록 병력은 강해진다.

 

 

 

 

 


9  장강(將剛) | 강유를 겸해 싸워라

조직의 분위기가 온통 부드럽기만 하면, 그 조직의 세력은 반드시 쇠약해진다. 반대로 온통 굳고 강하기만 한다면 그 조직은 반드시 사라진다. 즉, 유약하거나 거세지 않고, 강유를 겸하는 것이 장수의 기본자세다.

 

 


10  장교린(將驕吝) | 교만을 멀리하고 인색함을 버려라

사람은 교만하면 실수를 범한다. 또, 실례하면 인심이 떠나며, 인심이 떠나면 국가도 망한다. 모름지기 장수가 인색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색하여 포상을 제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병사들은 목숨을 바쳐 싸우려 하지 않는다. 이로써 제 아무리 절세미녀라 할지라도 스스로 미를 자랑하는 순간 더이상 사람들이 보지 않고, 부자가 부를 자랑하면서 남에게 인색하면 의심을 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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